[서비스 리뷰] 우리나라는 일본 오픈루프처럼 신용카드로 지하철을 탈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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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가족 여행으로 일본 후쿠오카를 다녀왔습니다. 아직 신용카드가 되지 않고 현금만 받는 곳도 많은 아날로그의 천국이라 걱정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이번 여행은 이른바 자유여행으로 계획했기에 공항과 호텔은 우버를 이용했고, 나머지는 걷거나 지하철을 이용했습니다. 예전에 일본에 깄을 때는 무슨 무슨 패스니, 무슨 교통카드가 하도 다양해서 한참을 공부하고 가장 경제적인 것을 샀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신용카드 한 장으로 지허철을 마음껏 타고 다녔습니다. 바로 신용카드 그 자체로 대중교통 요금을 결제하는 이른바 오픈루프를 이용해서 말이죠.
우리나라에서 지하철을 타는 방법을 생각하면
1. 일회용 카드를 구입하고 나중에 보증금을 돌려받기
2. 신용카드 또는 체크카드의 카드의 교통카드 기능 활용
3. 이를 스마트폰이나 워치 등에 연결
4, 교통카드 구입 후 충전해서 사용
5. 삼성페이 & 모바일 티머니 등을 이용하기 등입니다.
최근에는 현금을 이용해서 대중교통을 타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결국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만으로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일본에 가보니 이른바 비접촉 결제(EMV Contactless)가 지원되는 신용카드라면 쉽게 대중교통 요금을 지불할 수 있었습니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에 와이파이가 누워있는 형태의 마크, 즉 EMV 컨택리스만 지원되면 따로 번거롭게 교통카드 등을 구입할 필요없이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만으로도 말이죠.
미국, 유럽, 호주는 물론 싱가폴과 이제는 아날로그의 천국 일본까지 이런 기능을 쓸 수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우리국민은 물론, 외국인도 신용카드만으로는 지하철을 탈 수 없습니다. 모든 외국인이 교통카드를 구입하는 것이 그리 난이도가 높지는 않겠지만 불편함은 분명이 있는 셈입니다. 왜 일까요?
후쿠오카는 상당히 늦게 시작해서 아직은 지하철 정도만 쓸 수 있지만, 싱가폴과 같은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지하철은 물론, 택시, 경전철, 시내버스까지 거의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단지 신용카드를 교통카드 찍듯 쓰면 그만입니다. 여기에 교통카드가 있어야 쓸 수 있는 환승할인까지 적용됩니다. 모두 오픈루프가 적용된 덕분입니다.
오픈 루프는 비접촉 결제를 말합니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에 EMV 컨택리스를 쓸 수 있으면, 기존 대중교통 요금 결제망과 연결되어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입니다. 신용카드하면 떠오르는 비자, 마스터 등에 이해 이미 2010년부터 도입한 결제방식입니다.
이번에 다녀온 후쿠오카에 한정하면, 비자가 먼저 도입했고, 작년말부터는 마스터카드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용법은 매우 쉬워서 지하철 통로 가운데 비자나 마스터카드 마크가 있는 통로에 들어가면서 신용카드 또는 체크카드를 터치만 하면 탈 수 있고, 내릴 때도 역시 같은 방식으로 터치만 하면 됩니다. 이벤트 기간이라서 그런지, 현재 하루에 아무리 많이 타도 일일 최대 640엔, 약 6,400원까지만 과금됩니다. 후쿠오카 지하철 요금이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약 200엔 정도니까 3번만 타면 본전을 뽑는 셈입니다.
막상 사용해보니 따로 교통카드가 필요없었고, 매번 티켓을 구입하거나 무엇보다 동전이 생기지 않아 정말 편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오픈루프가 우리나라에서는 도입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는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 문제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교통카드 결제에 쓰는 NFC 방식이 국제 표준과 좀 다릅니다. 흔히 갈라파고스라고 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국내 교통카드 결제망을 해외 NFC 결제망과 호환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교통카드 회사와 국내 신용카드사와의 복잡한 협의가 필요합니다만 이게 그리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지 않고 편법을 이용한 까닭입니다.
여기에 이해관계자 간 협의도 난항입니다. 교통카드를 사실상 석권하고 있는 한국스마트카드, 그리고 지허철공사, 버스회사, 카드회사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 대중교통에 보조금을 주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까지 현재까지 관련 업체들 간의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분명 행정력과 정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정책적 지원도 부족합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전국호환 교통카드 도입 사례처럼 정책적 지원이 있다면 빠른 해결이 가능하지만, 아직 그러한 정책이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외국의 경우 일찍부터 오픈루프를 도입했는데 이는 관광객에게는 매우 큰 편의성을 줍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덕분에 통계에 의하면 일찍부터 도입한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은 70~85%의 높은 컨택리스 결제율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후쿠오카에서 보니 저희나 관광객을 제외한 일본 주민들은 상당히 이용하는 비율이 낮기는 한데, 이는 기존 교통카드의 이용을 그대로 하는 관습 때문이 아닌가 싶기는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현금 없는 대중교통 시스템을 일찍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표준과의 호환성 문제로 인해 오픈루프 시스템 도입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우버도 없는 우리나라에서 대중교통 이용이 상당히 불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노선에 꼭 오픈루프를 도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만 타이베이의 경우 여전히 지하철은 교통카드인 이지카드를 써야 하지만, 외국인 이용객이 많은 타오위안 국제공항과 타이베이역을 잇는 공항철도는 오픈루프를 도입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서울역이나 홍대역에서 타는 공항철도와 공항버스만이라도 오픈루프를 도입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이미 1997년부터 신용카드 대중교통을 지원하고 있지만, 호환성 부족한 NFC와 이해당사자들의 관계로 여전히 세계의 흐름을 따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일일 승차권이나 관광 패스 등도 상당히 부족한 편입니다. 이미 버스는 현금없는 버스가 대중화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세계와 점점 멀어집니다. 이미 한국은 한 해 1천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찾는 관광대국입니다. 아직까지 우버나 그랩도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오픈루프를 도입해 더욱 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bear06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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