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115년이 지났지만 데자뷰되는 현실, 영화 ‘하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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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얼빈>이 24일 개봉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크리스마스 아침에 가족과 같이 조조영화를 보는 걸로 예약했다. 크리스마스스럽지 않게 가족을 깨우고 아침밥을 간단히 해서 먹이고 부산히 집을 나섰다. 이른 시각 조조영화였지만 한두 자리 빼곤 모두 만석이다. 스크린 바로 앞자리였지만 의자가 뒤로 젖혀지는 리클라이너 좌석이라 보는 데 무리가 없었다.
영화 <하얼빈>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다.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침략국 일제의 수괴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기까지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이미 2년 전 요맘 때 개봉한 뮤지컬 영화 <영웅>에서 다룬 안중근 일대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 감상평을 한마디로 하자면, 훌륭한 영상미와 멋진 연기다. 우리나라 영화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영상은 아니다. 영화 <영웅>의 영상과는 비교가 안된다. 안중근을 연기한 현빈은 대사를 하지 않고 침묵하는 순간에도 분위기를 압살하는 느낌을 줄 정도로 훌륭했다.
안중근을 다룬 영화는 앞서 얘기한 영화 <영웅> 외에도 <봉오동전투>, <밀정>, <암살> 등 수 편이 있었지만 같은 스토리임에도 다른 전개와 분위기로 봐도 봐도 질리지 않다. 이미 뻔히 아는 스토리라서 스포 따위야 의미가 없겠지만 영화 <하얼빈>에서 짚고 넘어갈 부분은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전장에서 잡힌 포로에 대한 부분이다. 기록으로 남은 건 없지만 이 영화에서 안중근이 이끄는 대한의군은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에서 벌어진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지만 포로였던 일본군을 만국공법에 따라 풀어주어 큰 희생을 안긴다.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포용력과 윤리의식이다. 영화를 보고 나온 아들들의 대답 역시 “포로는 현장에서 죽였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쩌면 그 실패로 인해 마지막에 그가 왜 총대를 멜 수밖에 없었는지를 끄덕이게 한다. 감독은 드라마틱한 전개 대신 그가 밟은 고통의 걸음걸음을 생생하게 담았다. 꽁꽁 언 두만강을 건너는 장면에서 그의 고뇌와 홀로 그 짐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밀정이다. 그 당시 누가 밀정이었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이 시대에도 밀정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글프게도 역사는 때론 반복되고, 작금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가슴이 미어진다. 영화 속 이토 히로부미의 대사 중 약간은 억지스럽지만 "조선이란 나라는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 온 나라지만,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다."는 대목에서는 광화문에서, 여의도에서, 남태령에서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응원봉을 들고 나와 축제의 현장으로 만드는 젊은 세대들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이 영화 <하얼빈>은 단순히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재현한 게 아니다. 독립을 위해 자식을 버리고 목숨을 걸었던 이들의 인간적인 고뇌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100여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밀정은 여전히 활개치고 있고 독립의 역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대학시절, 몸 담았던 노래패에서 가끔 불렀던 민중가요 <녹슬은 해방구>가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리에서 맴돌았다. 거사 후 안중근의 외침이 쟁쟁하다. "꼬레아 우라(대한민국 만세)"
그 해 철쭉은 겨울에 피었지 동지들 흘린 피로
앞서간 죽음 저편에 해방의 산마루로 피었지
그 해 우린 춥지는 않았어 동지들 체온으로
산천이 추위에 떨면 투쟁의 함성 더욱 뜨겁게
산 너머 가지 위로 초승달 뜨면
멀리 고향 생각 밤을 지새고
수많은 동지들 죽어가던 밤 분노를 삼키며 울기도 했던
나의 청춘을 동지들이여 그대의 투쟁으로 다시 피워라
꿈에도 잊을 수 없는 조국 해방의 약속을
산 너머 가지 위로 초승달 뜨면
멀리 고향 생각 밤을 지새고
수많은 동지들 죽어가던 밤 분노를 삼키며 울기도 했던
나의 청춘을 동지들이여 그대의 투쟁으로 다시 피워라
꿈에도 잊을 수 없는 조국 해방의 약속을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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