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리뷰] 최고의 설경을 즐길 수 있는 눈꽃 산행 명소, 민주지산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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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겨울 산행은 본디 유명한 강원도보다는, 충청도나 전라도에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보통 금요일에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는데, 제가 본디 가고자 했던 내변산은 아예 전면 통제가 되었고, 내장산도 거의 전 구간이 통제 되었습니다. 덕유산도 마찬가지구요. 겨울산은 보기는 좋은데, 국립공원의 경우 통제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럴 때는 바로 근처에 있는 산을 찾아가는 것도 한가지 팁입니다. 예를 들어 도봉산이나 북한산이 통제되면 수락산을 가는 식이죠.
그래서 오늘은 통제도 안 되어 있고, 겨울 등산으로 유명한 충북 영동의 민주지산을 다녀왔습니다. 끝까지 대둔산과 경쟁을 했는데, 대둔산은 작년에 혼자 다녀와서 오늘은 아내와 같이 민주지산을 올랐습니다.
충북 영동에 있는 산이지만, 경상도, 충청북도 그리고 전라북도의 경계선에 있는 산이라, 집에서는 대략 3시간 정도 걸립니다. 다양한 등산코스가 있지만 물한계곡에서 시작하는 코스가 가장 대중적입니다. 정상은 물론, 각호산, 민주지산 정상, 석기봉, 삼도봉을 잇는 정상 능선의 눈꽃이 아름다워 겨울 등산 코스로 인기가 높습니다.
민주지산은 보통 3글자인 다른 산과 달리 이름이 4글자이고, 민주가 들어가서 혹시나 민주주의와 관계가 있나 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한자로는 岷周之山이라고 씁니다. 이런 독특한 이름은 짐작하시겠지만 일제 강점기의 흔적입니다. 원래 지역 주민들은 이 산을 밋밋한 산이라는 뜻의 민두름산이라고 불렀다 합니다. 이를 한자로 음차하면서 민두름을 일본식 한자로 민주지(岷周之)라고 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래도 마음에는 요즈음 더 소중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잘 지켜지고 발전하기를 바라면서 올랐습니다.
참고로 민주지산은 군대 혹한기 훈련으로도 유명합니다. 1998년 4월 육군특수전사령부 예하 제5공수특전여단 대원들이 이 곳에서 천리행군을 하던 도중 갑작스러운 악천후로 고립되어서 결국 저체온증과 탈진으로 6명이 사망했습니다. 그래서 위령탑과 사고현장 부근에 작은 대피소가 지어지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이 추운 겨울에 내란수괴의 불법으로 인해, 의미없고 위험한 일을 하는 군인들의 무탈함을 기원합니다.
등산로가 시작되자마자 황룡사라는 작은 사찰을 만납니다.
아침 9시에 도착했는데 주차장이 무척 넓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차할 곳이 마땅찮을 정도였습니다. 아마 근처 국립공원이 통제된 곳이 많아 이쪽으로 많이들 오신 것 같네요. 화장실도 크고 깨끗한데 아쉽게도 동파되어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국립공원에 비해 관리는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 코스는 물한계곡을 좌우로 건너며 오르는 코스라 처음부터 출렁다리가 나옵니다. 출발하자마자 아이젠을 차고 끝날때까지 차야할 정도로 눈이 많았습니다. 하늘로 향한 아름드리 나무가 대단하네요. 여름에 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민주지산 높이가 약 1200m인데 출발지는 500m 정도라 700m 이상을 높여야 합니다. 대략 800m 정도부터 슬슬 눈꽃을 만납니다. 마치 목화솜처럼 탐스럽습니다.
꾸준히 경사를 높이지만 그래도 오를만 합니다. 다만 정상까지 700m 남았다는 표지판을 만나기 전까지는요. 이 700m는 정말 힘듭니다. 길이 정말 미끄럽고 경사가 심하거든요. 이때부터 상고대와 눈꽃이 가득해 경치는 너무 좋은데, 오르기가 정말 힘듭니다.
파란 하늘에 눈꽃이 피니 힘을 내서 올라봅니다. 위험해서 정상부 급경사를 못 찍었는데 상당히 급경사입니다.
마지막까지도 오르기가 정말 힘드네요. 그래도 정상에서 보이는 이런 멋진 경치 덕분에 그 힘듦이 보상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특이하게 민주지산 정상석은 앞뒤가 똑같습니다. 그래서 사진 찍는 줄이 빨리 줄어듭니다.
정상에서 보는 풍경은 말 그대로 말이 필요없는 풍경입니다. 근처 각호산부터 정상, 석기봉, 삼도봉까지 걸으면 좋기는 한데 3시간은 족히 더 걸려 안전하게 원점회귀하기로 합니다. 절대 초보자 산행 코스가 아닌 생각보다 쉽지 않은 민주지산입니다.
하산길이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워낙 눈이 미끄러워 내려오면서 몇 번은 미끄러졌는지 모를 정도로 엄청 미끄러웠습니다. 겨울철 산행은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이 700m 구간이 어찌나 힘들고 미끄러웠는지 등산로가 아니라, 스키를 타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여기까지 내려오니 그나마 안심이 될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안전하게 하산. 주차장에는 차가 아직도 가득합니다. 하산길에 보니 늦게 오르시는 백패커들도 많으시더군요. 절대 초급자용 겨울산이 아닙니다. 시간, 거리, 난이도 제법 있으니 잘 준비하시고 특히 정상, 석기봉, 삼도봉으로 가시는 분들은 7-8시간은 잡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어느 산을 올라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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