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리뷰] 도봉산의 작은 불국사 '망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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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에 있는 망월사를 아십니까? 한 번쯤 이름은 들어보셨을 듯 합니다. 바로 1호선 망월사역 때문이죠. 물론 망월사역에서는 망월사는 보이지도 않고 적어도 1시간 30분 정도는 산을 타야 만날 수 있기는 합니다.
저처럼 불교를 신앙을 가지지 않은 등산객이 절을 즐기는(?) 방법은 크게 3가지입니다. 하나는 절 자체가 예쁜 경우입니다. 대표적으로 경주 불국사 같은 경우가 절이 참 예쁩니다. 절이 예뻐서 절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는 경우죠.
또 다른 경우는 절집, 보통 대웅전에서 부처님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굳이 절의 주인, 아니 절의 중심인 대웅전에 모신 석가모니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절을 보는 것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보통 우리나라의 절은 산에 있기에 흔히 말하는 절의 멋진 모습이 눈에 들어오게 마련입니다. 제 경우에는 절집에서 보았던 풍경이 가장 멋진 곳으로 소백산을 품고 있는 영주 부석사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찰로 꼽히는 설악산 봉정암을 떠올립니다.
특이한 것은 봉정암은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어 부처님이 없음에도 절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너무나 멋집니다.
하지만 이런 사찰들은 큰 마음을 먹어야 갈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수도권에서는 거리가 멀거나, 몇 시간 등산을 해야 겨우 그런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그렇게 힘들게 올라가야 만날 수 있기에, 더욱 귀하고 멋진 풍경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하나는 절에 깃들인 역사적 의미입니다. 한마디로 스토리가 있는 사찰이라면, 절을 바라보는 느낌이 훨씬 다를 겁니다. 대표적으로 팔만대장경을 품고 있는 해인사나 세조의 이야기가 깃든 월정사 그리고 이어지는 중대사자암 같은 사찰이 그렇습니다.
이렇게 절도 예쁘고, 절에서 보는 풍경도 아름답고, 심지어 스토리까지 있는 사찰을 서울 근교에서 찾는다면 저는 주저없이 도봉산 망월사를 선택합니다. 심지어 등산으로 다녀와도 코스가 잘 정비되어 어렵지 않고, 2-3시간이면 충분히 등산을 겸해 다녀올 수 있습니다. 특히 눈이 내린 겨울에 바라보는 망월사 풍경은 말 그대로 달력 사진이라, 저는 겨울에 자주 다녀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아 고즈넉하게 다녀올 수 있기도 합니다.
원도봉탐방지원센터를 지나 다리를 세번 지나며 조금식 고도를 높입니다. 길은 아주 편합니다. 조금 오르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악인인 엄홍길 생가터가 나옵니다. 경남 고성에서 태어난 엄홍길 대장님은 이곳에서 부모님이 등산객을 상대로 매점겸 식당을 운영하셔서 그때부터 도봉산을 뒷마당 삼아 산을 타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아마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이니 가능했던 일이지 싶습니다.
꾸준히 오르면 덕제샘이 나옵니다. 몇 년전에 처음 올랐을 때는 덕제샘에서 시원하게 물을 마셨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 덕제샘은 수량도 줄고, 음용불가 판정을 받아 더 이상 마시지 못합니다. 참고로 수도권 대부분의 이른바 약수터는 음용불가가 많으니 항상 마실 물은 챙겨서 가야합니다. 아버님이 큰 통에 떠오시던 약수도 이제는 예전의 추억이 되어갑니다. 여기까지 오르는데 3번 다리가 나옵니다. 다리 이름도 중생교, 천중교, 그리고 극락교입니다. 망월사에 이르기까지 뭔가 스토리를 만드는 느낌입니다.
망월사와 민초샘 갈림길에 몇 해전에 쉼터가 생겼습니다. 딱 쉬기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항상 사람이 많은 편입니다. 오늘은 시간이 일러서인지 사람이 없었는데 내려올 때보니 사람이 좀 있더군요.
여기서 망월사로 오르는 길은 돌계단과 너덜지대입니다. 그나마 이 코스에서 조금 힘든 곳이지만 크게 어려울 것은 없도록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눈 덮힌 계곡길이라 운치가 있습니다. 조금만 오르면 망월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여기서 포대능선으로 바로 오르지말고 망월사를 들려봅니다.
이 높은 곳에도 샘물이 있습니다. 바위틈에서 나오는 석간수인데, 그래서 이곳에 절집이 자리를 잡았나 봅니다.
산에 있는 절이다보니 이 마당이 그나마 제일 넓은 터입니다.
절을 둘러보고 나오면 이렇게 위층으로 오르는 계단길과 작은 문이 나옵니다. 망월사는 대부분의 우리나라 이름난 사찰이 그렇듯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사찰입니다. 선덕여왕 8년, 당대의 이름난 승려 해호가 창건했다고 합니다. 선덕여왕은 해호를 존경해서 이곳에 머물도록 했으나, 정작 해호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근처에 암자를 짓고, 신라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일과로 삼았다고 전해집니다.
절 이름의 망월(望月)은 달을 바라본다는 뜻입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뜻이 있다고 전해지는데, 신라의 수도 경주가 월성이라고 불렸던 것에서 알 수 있듯, 경주, 그러니까 신라와 임금을 바라보며 그리워하는 사찰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이 부근이 거의 최전선에 가까웠으니 일견 이해되는 해석입니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해호가 머물던 동대의 옛 산성이름이 망월성이라 여기서 이름을 따왔다는 뜻이 있습니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대웅전 부근에 토끼바위가 있고, 남쪽에 달 모양의 월봉이 있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도 합니다. 어쨌든 모두, 경주, 신라와 관계된 지명에서 이름이 나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1호선 망월사역이 생긴 유래도 망월사의 멋진 풍광 때문인데, 일제 강점기 망월사의 인기가 많아 많은 이들이 망월사를 찾았다고 합니다. 1929년에는 망월사 탐승대회가 요즈음으로는 관광시즌이 열렸다고도 할 정도이니까요. 그러다보니, 근처의 주민, 그리고 의정부 번영회 상인들이 관광객과 통학생을 위한 임시 정거장 설치를 요구하면서 생긴 것이 지금의 망월사역이라고 합니다.
본전이라고 할 수 있는 낙가보전입니다. 밖에서 봐서는 이층 건물이고 특이하게도 현판 역시 두 개가 달려 있습니다. 일층에는 낙가보전, 이층에는 적광전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습니다. 아마 안쪽에는 하나로 이어지지 않나 싶습니다. 참고로 현재의 건물은 중건한 건물입니다.
멋진 경치만큼 망월사의 슬픈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것은 현판입니다. 한자로 望月寺(망월사) 光緖辛未仲秋之月(광서신미중추지월) 駐韓使者袁世凱(주한사자 원세개)라고 적혀있습니다. 1891년 가을에 원세개가 望月寺라고 쓴 현판이라는 뜻입니다. 참고로 이 현판이 걸려있던 전각은 없어졌는데 현판만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요즈음은 원세개라는 이름대신 위안스카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청나라 말기의 군인이자 청치인이며 나중에는 황제가 되기도 한 사람입니다. 그는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려는 청나라 정책을 주도했으며 조선의 조정을 유린시킨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일본에 이토 히로부미가 있다면, 당시 청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이 바로 위안스카이입니다. 그가 한 동안 조선 총독으로 있었는데, 가을 단풍이 가득한 망월사에 온 김에 현판을 남겼습니다. 당연히 우리에게 그가 쓴 현판이 반가울리는 없지만, 이 역시 역사의 한 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힘들게 망월사까지 오르는 이유의 90%는 바로 이 풍경을 보기 위해서죠. 망월사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영산전의 모습입니다. 뒤의 도봉산 정상과 어우러져 도봉산의 일부가 된 영산전(靈山殿)의 멋진 풍광이 눈에 들어 옵니다. 영산전은 워낙 높은 곳에 있고, 근처에 개방이 되지 않은 부분과 붙어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오르지 못할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참고로 영산전이란 사찰에서 석가모니의 일대기에서 중요한 여덟 가지 사건을 그림으로 그린 팔상탱화를 봉안하는 전각이라고 합니다. 16 아라한을 함께 봉안하고 있는데, 이 전각은 고종 17년, 그러니까 1880년에 중건했다고 하니 비교적 현대의 건물입니다.
망월사까지 오르는 등산객도 많지만 산객이 아닌 사찰에 오시는 불자분들도 많으십니다. 그것도 무거운 공양물까지 이고 매고 그 힘든 길을 오르곤 하십니다. 그걸 보다보면, 구도의 길이 뭔가 싶기도 하구요.
사찰 밖으로 나오면 깨끗한 화장실과 쉬어 가기 좋은 벤치가 있어 여기서 준비한 간식을 먹습니다. 더 올라도 좋은데 오늘은 설 연휴가 지나고 오랫만에 등산이라 무리하지 않고 여기까지만 오르기로 합니다.
이렇게 좁은 곳에 정말 공간을 최대한 살려 잘 지었습니다.
원도봉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며 등산을 마칩니다. 풍경도 멋지고 이야기도 가득하며, 크게 힘들지 않는 산행코스로 추천합니다. 사계절 모두 좋지만 특히 겨울에 오시면 정말 멋진 풍경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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