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리뷰] 투표의 중요성 일깨워준 ‘오징어 게임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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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작비 1천억 원을 쏟아부었다는 오징어 게임 시즌2는 호불호가 엇갈린다. 시즌1보다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평가가 더 많다. 이 같은 혹평에도 불구하고 일단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26일 공개되자마자 이틀에 걸쳐 7회로 나눠진 시즌2를 정주행으로 몰아봤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시즌1의 엔딩이었던, 게임 우승자 성기훈(이정재 분)이 거액의 상금을 차지하고 살아났지만 경제적 실패로 코너에 몰린 사람들을 유린하고, 우습게 여기는 게임 설계자(이병헌 분)를 상대로 다시 게임에 참가해 치열한 대결을 펼쳐 나간다는 게 주요 줄거리다.
지금까지 봐온 수많은 영화들 중에서 흥행에 성공한 전편이, 스토리를 그대로 이어받아 속편이 제작됐을 때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것은 전편의 익숙함을 이어갈 경우 진부함으로 느껴지는 게 첫 번째이고,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 구조로 바뀔 경우 전편과의 명분을 잃어 정체 모를 작품으로 취급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속편의 딜레마다. 오징어 게임은 어땠을까? 감독의 고민이 여기서 읽혀진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이를 벗어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시즌2 총 7화 가운데 2화까지 ‘게임’은 없다. 대신 456억 원을 손에 쥔 전 우승자인 성기훈이 이야기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와 게임에 참여해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 일반적인 드라마 구조와 다르게 프롤로그가 상당히 긴 편이다. 만약 시즌1을 보지 않고 시즌2부터 본 사람들이라면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지루하지 않다. 여기서 일부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렸을 것이다. “너무 루즈하다”는 이유다.
개인적으로 판단하자면, 오히려 본 게임에 들어간 이후부터 지루해지지 않았나 싶다. 그 이유는 첫째, 쓸데없이 캐릭터를 너무 많이 만들었다. 주연급인 이정재와 이병헌 외에 2~3명의 조연으로 스토리를 끌어갈 수 있는데 감독의 욕심이 앞섰는지 너무 많은 캐릭터의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배가 산으로 올라간 느낌이다.
두 번째는 시즌1에서 나왔던 스토리를 그대로 재탕한 부분이다. 게임 도중 총에 맞아 죽거나 부상당한 사람의 장기를 적출하는 부분이나 밤에 서로 죽이는 부분, 게임이 끝날 때마다 진행되는 찬반투표는 시즌1을 본 사람들에겐 재탕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 물론 첫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제외하고 모두 다른 게임으로 물갈이한 것은 참신했다.
세 번째는 미스 캐스팅이다. 가장 얘기가 많이 나오는 인물은 탑(TOP)이다. 힙합 서바이벌 준우승자 출신인 래퍼이자 마약중독자로 그려지는 탑은 실제로 마약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문제는 시즌2에서 탑의 분량이 생각보다 너무 과하게 많은데도 불구하고 연기력이 전혀 뒷받침되지 않아서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라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극중의 역할도 시도때도 없이 마약을 먹으면서 게임에 임하는 모습이라 현실과 오버랩되어 거부감이 더 크다는 것이다.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자숙에 들어간 오달수가 이 드라마를 통해 복귀한 것도 잡음이 일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시즌2에서 그려지는 상당수의 모습들이 현재와 너무도 닮아있다는 점이다. 게임의 중단을 외치는 주인공 성기훈과 참가자들이 소총으로 무장한 병정들의 총기를 탈취해 계엄군과 반란군으로 나뉘어 전투를 벌이는 장면은 진영 논리에 사로잡힌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비상계엄의 모습 그대로다.
O나 X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고는 하지만, 탐욕에 눈이 멀어 국민의 안전보다 사리사욕을 채우는 게 더 중요한 권력자와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을 시즌2는 그려내고 있다. 나와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제거해야만 하는 대상으로 여기게끔 선동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때다. 입법기관 국회의 다수결의 원칙을 넘어, 자유가 말살되고 속마음마저 까발려져야 하는 집단광기를 현실에서도 우린 똑같이 보고 있지 않은가.
현재의 지옥은 우리가 스스로 만든 것이라고 감독은 얘기한다. 어느 누가 총칼로 협박한 것이 아니고 우리 투표로 만들어낸 현실이고, 이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을 우리 스스로 만든 것이라고 말이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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