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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리뷰] 어릴적 엄마가 해주던 국수맛 ‘용둔 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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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먹는 즐거움이다. 색다른 풍경을 보러 가는 게 일차지만 그 지방의 특상물을 먹을 수 있는 즐거움이 또다른 별미다. 우리 가족이 강원도로 여행을 가게 되면 항상 코스가 비슷하다.

 

아침식사는 항상 차 안에서 김밥으로 간단히 때운다. 그냥 김밥은 아니고 평소에 못 먹어보는 비싼 김밥을 중간에 구입해서 차 안에서 먹는 것도 즐거움이다. 예전엔 운전하고 가다가 휴게소에서 먹기도 했는데, 휴게소 음식만큼 정성이 빠진 음식이 없다는 판단에 휴게소 음식은 가급적 먹질 않는다. 그리고 점심은 강원도 어디쯤에서 먹는다.

 

이번 여행의 종착지는 강원도 횡성이었다. 며칠 전부터 폭우가 내린다는 예보에 산책하는 건 글렀고 맛있는 거나 먹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맛집 검색을 했다. 점심은 간단하면서도 그 지방에서 유명한 식당으로 고른다.

 

저녁을 횡성 한우를 먹을 예정이라 과하지 않으면서도 강원도의 특산품인 메밀로 만든 막국수로 정했다. 강원도에 막국수집은 유명한 집이 참 많다. 고르고 고른 집이 용둔 막국수다.

 

 

개인적으로 지방의 향토음식점을 고를 때 원칙이 있다. 첫째는 현대식 건물에 들어있는 식당은 가급적 배제한다. 허물어져가는 옛날 집이지만 그 모습 그대로 간직한 식당을 선호하는 편이다. 역사는 좀 됐어도 리뉴얼을 해서 새로 개장한 식당 역시 거른다. 왜냐하면 대부분 그런 식당들은 초심을 잃게 마련이다. 둘째는 프랜차이즈 식당도 거른다. 프랜차이즈 식당은 형편없는 맛은 아니지만 똑 같은 맛이다. 셋째는 역사가 그래도 한 세대 이상은 지나야 한다. 대를 이어서 하는 식당들이 맛이 없을 리 없다. 넷째는 메뉴가 단촐한 식당이 맛집이다. 중국집이나 분식집처럼 메뉴가 수십 가지인 곳은 가지 않는다.

 

 

용둔 막국수 역시 그렇게 해서 고른 식당이다. 메뉴는 단촐하다. 막국수는 비빔과 물 두 가지이고, 사이드 메뉴로 감자전, 메밀전, 수육, 감자 찐만두가 전부다. 여느 식당들처럼 수많은 공중파 프로그램에 소개돼서 웨이팅이 있다고 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하루 종일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은 많지 않은 편이었다.

 

경쟁식당(?)인 광암막국수집 바로 옆이다.

 

네비가 알려주는대로 도착한 용둔 막국수는 건너편에 전용 주차장이 따로 있었다. 약 20여대의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보면 막국수집 두 개가 나란히 있다. 건널목 바로 앞에 광암막국수가 있고 그 옆이 용둔막국수다. 광암막국수는 유튜버 쯔양이 와서 먹었다고 유명해진 집이다. 그래서인지 그날은 용둔막국수보다 광암막국수에 사람들이 더 많았다.

 

 

용둔 막국수에는 백년가게 인증마크가 붙어 있다. 백년가게는 30년 이상 명백을 유지하면서도 오래도록 사랑을 받아온 점포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우수성을 인증해주는 점포라고 한다. 물어보니 용둔 막국수는 1992년 어머니가 창업한 이후 아들과 딸이 가업을 승계해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창업할 당시부터 지금까지 통메밀만을 사용한단다. 껍질을 벋긴 후 제분해 다른 막국수처럼 면발이 뻣뻣하지 않고 부드럽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란다. 벽에는 국수 맛나게 먹는 방법이 붙어 있다. 비빔막국수는 식초 2바퀴, 참기름 1바퀴, 설탕 2스푼, 그리고 겨자를 넣어서 먹으라고 적혀 있다.

 

 

테이블에 앉으면 주전자와 냉수를 같이 가져다 주는데 주전자에 담긴 물은 육수가 아닌 메밀국수 삶은 물(면수)이다. 종이컵에 따르면 메밀국수가 딸려 나오기도 한다. 맛은 구수한 숭늉 같은 맛이다. 밑반찬으로는 무절임과 백김치가 나오는데 굳이 반찬 먹을 일은 없지만 무절임과 백김치가 매우  개운하다.

 

 

자리에 앉은지 10여분만에 드디어 막국수가 나왔다. 이곳은 국수를 미리 삶지 않고 주문을 받으면 그때 삶는다고 한다. 그래서 시간이 좀 걸린다. 국수 위에 올라간 야채는 채 썬 오이와 메밀순인 듯했다.

 

 

비빔막국수의 맛은 과하지 않았다. 마치 옛날에 엄마가 해주던 그런 평범한 국수맛이다. 특별한 맛이 나는 건 아니라서 평양냉면처럼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맛이다. 슴슴한 맛을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면발은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 살짝 퍼졌나 생각이 들 정도로 몇 번 씹지 않았는데 목으로 넘어간다. 양념장 소스는 사람에 따라서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부족하면 더 달라고 하면 된다.

 

용둔 막국수를 먹어본 최종 평가는 과하지 않아서 좋다. 평범한 맛이다. 시간 내서 다시 찾아가고 싶거나, 머리가 띵할 정도로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한번쯤 먹어볼 만하다. 가격도 국수 한 그릇에 8천원으로 착한 편이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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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1

땡삐I리뷰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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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삐I리뷰어
2023-05-09 08:21
과하지 않은 따뜻한 맛이군요.. 옛날 엄마의 손맛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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