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리뷰] 아재들 추억의 맛 ‘연탄불 삼겹살’을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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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점심 산책은 경복궁역에서 출발해 배화여자대학교와 통인시장, 국립 맹학교/농학교, 청와대 입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를 돌아오는 코스다. 삼십여분 남짓 되는 짧은 거리지만 인왕산과 북악산의 경치를 보며 걸을 수 있어 나름 호젓한 분위기도 난다.
언젠가 청와대 들어가는 대로인 자하문로에 눈에 띄는 간판을 하나 발견했다. ‘홍천 연탄 고추장 삼겹살’이다. 술을 좋아하는 편이라 언제 한번 가봐야지 하고 점찍어 두었는데 며칠 전 퇴근길에 문득 생각이 나서 가보기로 했다.
경복궁역에서는 그래도 거리가 꽤 된다. 십여분 남짓을 걸어가야 한다. 날이 더워 땀이 살짝 나려 할 때 식당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왠지 정감이 가는 간판.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지금의 인덕션이나 가스레인지도 없던 시절, 음식을 요리하기 위한 주방기기는 곤로 아니면 연탄불이었다. 다행히도 시골은 아니라 장작 때는 집은 아니었다.
당시에 고기도 귀해서 일 년에 몇 번 없었지만 연탄불 석쇠에 삼겹살을 굽던 기억이 얼핏 난다. 아재들 추억의 맛이랄까. 그런 게 궁금했는지도 모른다. 식당은 작고 아담했다. 테이블 4개가 전부다. 퇴근 시간이 좀 이른 6시 전이어서 그런지 우리가 첫 손님이다.
메뉴판에 눈길이 갔다. 시그니처 메뉴인 고추장 삼겹살이 가장 위에 있다. 금액도 대체로 다른 식당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고추장 삼겹살을 주문했다. 가게 여신 지 오래됐냐고 물어보니 코로나 전에 문을 열었단다. 홍천에 가면 의외로 고추장 삼겹살집이 여럿 있는데 아마도 거기서 따온 게 아닌가 싶었다. 오래된 노포 식당은 아니었지만 분위기는 참 노포스럽다. 주인 아저씨의 투박한 인상도 의외로 정감이 갔다.
기본찬이 나왔다. 백김치와 오징어젓갈, 마늘장아찌, 멸치튀김 4가지다. 요즘 상추가 금추라는데 그 귀한 상추도 나왔다. 시중에서 파는 게 아니라 뒷마당에서 키우는 걸 바로 따온 느낌처럼 상추가 투박하다.
주문하고 10분쯤 됐을까. 달궈진 뚝배기 접시 위에 고추장 삼겹살이 식탁에 올라왔다. 2인분인데 살짝 양이 적은 느낌이 들었는데 먹다보니 결코 적은 양은 아니었다. 삼겹살이 살짝 거뭇거뭇하니 불에 그을린 게 맛깔스럽다.
소주를 한 잔 털어넣고 우선 고기만 먹어봤다. 연탄불 향이 그득하다. 연탄불이 주방에 있으면 가스와 냄새가 가득할텐데 그래서인지 삼겹살은 밖에서 구워서 오는 모양이었다. 이번엔 상추에 삽겹살을 올리고 백김치와 마늘 장아찌, 그리고 특별히 만든 것 같은 되직한 쌈장을 얹어서 입에 넣었다. 정말 소주를 부르는 맛이다. 우린 겉보기엔 적어 보이는 고추장 삼겹살만으로 소주 각 2병씩을 털어넣고 일어났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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