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리뷰] 자연 그대로의 120년된 냉장고 ‘청도 와인터널’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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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경북 청도는 소싸움으로 유명하다. 혹자들은 경북 청도 하면 새마을운동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새마을운동 발상지라고 하는데 실제로 청도역 앞에는 아파트에 커다랗게 새마을운동 발상지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청도는 소싸움이 더 유명하다. 처가쪽 친척분들이 청도에 계시는 관계로 몇 년에 한 번씩 내려가지만 아직 소싸움은 보지 못했다. 대신에 청도에서 소싸움 다음으로 유명한 와인터널을 방문했다.
청도 도심에서 차로 10분 정도 외곽으로 나가면 와인터널이 나온다. 이 터널은 와인 저장을 위해 일부터 뚫은 건 아니고 실제 터널을 활용했다. 1905년에 개통된 옛 경부선 열차터널로 만든 것이다. 실제로 경부선 기차가 다니던 터널인데 높은 산중턱에 건설되어 이 고개를 오르려면 기관차 2량이 앞뒤에서 끌고 밀면서 운행했는데 1937년에 우회 터널인 남성현 터널이 개통되면서 폐쇄된 터널이다.
폐쇄된 터널 구간은 길이 약 1km에 폭은 4.2미터, 높이는 5.3미터다. 터널 천정에는 당시 증기기관차가 뿜어내던 그을음이 그대로 남아 있을 정도로 생생하다. 이 터널은 6.25 전쟁 때 아군의 군수물자를 수송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기도 했고, 1960년대말까지는 버스가 다니는 국도로서의 기능을 담당했다.
그러다가 청도군이 2006년 3월 감와인 숙성을 목적으로 개장하면서 와인터널로 명명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실제로 청도엔 감나무가 굉장히 많다. 씨가 없는 감 청도 반시로도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매년 청도 반시축제가 열린다. 이 와인터널은 감을 이용해 만든 감와인의 저장 숙성고로 쓰이고 있다.
내비게이션에 청도 와인터널을 검색하고 출발해 도착해보면 주차장 자리가 딱히 만들어져 있지 않다. 길가 양옆으로 십여대를 댈 수는 있는데 매우 협소하다. 특히 공휴일에는 주차 공간 찾기가 힘드니 와인터널 가기 전 송금마을 체험 홍보관에 차를 주차하고 10분 정도 걷는 게 편하다.
와인터널 입구는 실제 기차 터널처럼 산등성이 움푹한 곳에 철길이 깔려 있다. 터널 입구를 와인 오크통처럼 나무로 만들었는데 뭔가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져 들게 한다. 실제로 추석을 몇 일 앞둔 날임에도 기온은 35도를 넘어 폭염경보가 내렸는데 터널에 들어서자마자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았다.
원래 와인터널은 유료 입장이었다. 인당 3천원으로 결코 싸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한시적으로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터널에 와인을 보관하고 숙성하는 이유는 실내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와인터널은 계절과 상관없이 보통 10도 내외로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기온이다. 자연 그대로의 냉장고인 셈이다.
터널 중간에 청도산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코너가 있다. 약 100명 정도 앉을 수 있게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감 와인은 잔으로도 마실 수 있고, 병째로 구입 가능한데 잔 와인은 한 잔에 4천원에서 2만원, 병 와인은 싼 건 18,000원, 비싼 건 8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감 와인 두 병을 구입해 시음해봤다. 알코올 도수는 12도로 같았는데 감 함량에 따라 금액이 달랐다. 첫 느낌은 감에서 느껴지는 살짝 떫은 맛이 느껴졌지만 감 특유의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향이 입안을 감돌았다. 감식초에서 시큼한 맛을 빼고 알코올을 살짝 넣은 그런 느낌이다.
1킬로 정도 되는 터널은 크게 4개 정도의 구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각 구역별로 특색있게 꾸며져 있다. 조명과 장식, 포토존, 소원박쥐 등 아기자기하다. 각자의 소원을 적어 매단 종이가 엄청난데 거길 지나면 커다란 달이 은은한 빛을 내뿜으며 터널의 끝임을 알린다. 만약 입장료 3천원을 내고 들어왔다면 좀 아까울 거 같은 생각도 들었지만 무료로 입장했으니 충분히 색다른 경험으로 충분히 본전은 뽑았다. 혹시나 경북 청도에 갈 일이 있다면 한번쯤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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