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리뷰] 좌충우돌 유럽 가족여행기③ 로마의 상징 콜로세움을 보지 않고선 역사를 논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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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이탈리아 로마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에 도착한 건 밤 8시경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입출국 수속이 빠른 유럽인지라 수하물로 부친 덩치 큰 캐리어 4개를 찾고 빠르게 공항을 빠져나와 열차에 탑승한 다음 로마 시내에 있는 호텔에 도착한 게 10시쯤이다.
사실 밤늦게 도착해 열차에 탑승해서도 여기가 서울인지, 로마인지 구분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호텔이 위치한 로마의 중심부 테르미니역에 도착해 밖으로 나온 순간 ‘아, 여기가 로마구나!’ 하는 걸 단번에 느끼게 했다. 로마 특유의 건축물과 바닥이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들었다. 건물 하나 하나, 어느 골목길에나 깔려 있는 길바닥 코블스톤(cobble stones)에서 드디어 로마에 도착했음을 실감케 했다.
기왕에 말이 나왔으니 로마의 모든 길바닥에 박혀 있는 돌멩이인 코블스톤에 대해 잠깐 얘기해보자.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이 코블스톤으로 인해 생긴 거라고 한다. 기원전후 무렵 당시 중세시대 로마의 도로는 진흙으로 되어 있어 화물을 싣고 다니는 수레들 때문에 움푹 파이기 일쑤였다고.
코블스톤은 흙으로 된 바닥에 바닥돌을 깔아 틈 사이로 비가 와도 고이지 않았고 말을 타고 다니는 경우가 많아 말발굽 사이즈인 4인치 정도의 크기로 조각돌을 깔았다고 한다. 유럽을 찾은 여행자들에겐 캐리어를 끌고 다니기 불편한 돌멩이 바닥이지만 당시엔 최고의 길이었을 것이다. 로마 제국을 건설하고 유럽을 정복하기 위해 코블스톤을 깔고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호텔에 밤 늦게 도착한 탓에 노점 카페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섰다. 우리의 첫 번째 로마 여행 목적지는 바로 콜로세움이다. 다행히 호텔이 있는 테르미니역에서 멀지 않았다. 걸어서 3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관광객들이 가장 붐비는 트레비 분수는 1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있고 판테온 신전이나 스페인 광장도 10분 이내 닿는다. 왠만하면 거의 모든 관광지를 걸어서 다니기 위해 시내 중심부에 있는 호텔을 예약했다. 코블스톤이 깔린 골목길을 굽이굽이 돌아 마침내 거대한 건축물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학교 다닐 때 역사를 그리 즐겨본 편은 아니다. 이과이기도 했고 그저 대입 학력고사를 위해 달달 외우는 몇 내용 빼고는 문외한이나 다름없다. 서양 역사는 더 모른다. 그럼에도 서양의 오래된 건축물 중 콜로세움은 그나마 아는 편이다. 학창시절 봤던 영화 벤허나 최근의 영화 글라디에이터에서 검투사들끼리, 혹은 호랑이와 싸우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놀란 점은 콜로세움이 서기 70년경 세워졌다는 것이다. 이때는 한반도에서 신라, 백제, 고구려가 이제 막 태동할 무렵인데 이때 이미 로마는 현대 건축물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콜로세움을 만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네로 황제의 사치스러운 문화유산을 지우고 로마의 새로운 상징물을 만들고 싶던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의 정치적인 메시지도 담겨 있는 선전물의 의미가 있다고 전해진다.
20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콜로세움의 외벽 높이는 48미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15층보다 조금 높다. 하기야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기원전 2500년에 만들어졌는데 단군이 고조선을 세웠다는 시기보다 빠르다. 인류 역사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시작해 지중해와 유럽을 거쳐 아시아를 통해 한번도에 오기까지 그만큼 엄청난 시간이 흐른 것이다.
유럽 문화의 발상지 로마의 건물들도 처음이고 콜로세움도 실물로 처음 보는 것이라 어안이 벙벙했다. 콜로세움 입구에서 두세번에 걸친 티켓 검사와 함께 엑스레이 소지품 검사를 마친 후에야 콜로세움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겉에서 보던 것보다 내부가 훨씬 더 정교하고 예술적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콜로세움의 관중석은 6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잠실 야구장이 2만 3천석 수준인데 3배 가까이 큰 셈이다. 4층짜리 관중석은 신분에 따라 자리가 달랐는데 아래층이 원로, 위로 갈수록 여성과 평민들이 사용했다고.
콜로세움에는 밖에서부터 안까지 아치 형태의 구조물들이 많이 보인다. 겉으로만 봤을 때 4층짜리 구조물에서 80여개의 아치가 있다. 로마 문화의 대표적인 아치 구조물은 인더스 문명에서 시작되어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페르시아를 거쳐 로마로 전파되었다고 한다. 이 같은 아치 구조는 무게를 효과적으로 분산하기 위한 건축기술이란다.
또 하나 내부를 둘러보며 느낀 것은 로마인들은 이미 2천년 전부터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콜로세움 내부에는 사람들이 기거하는 형태의 각종 집들이 많은데 석회와 화산재, 모래, 자갈을 혼합해 구조물을 만들었단다.
콜로세움을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은 몇 가지가 있는데 우린 콜로세움의 지하인 하이포지움이라는 공간은 들어갈 수 없는 티켓이라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검투사와 맹수들의 대기실이었던 이 곳은 검투사들과 동물들이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설계했고 해전을 재현할 수 있도록 급수 시설까지 갖췄다고 한다.
현재의 콜로세움은 원형에서 1/3만 남은 상태다. 여전히 내부는 보수 중이고, 로마 내의 많은 건축물들에서 보듯 사시사철 보수를 하고 있다. 콜로세움 내부에서 눈에 띄는 점은 총알 자국 같은 구멍들이 여기저기 벽 곳곳에 뒤덮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덩치 큰 석재들은 로마 몰락 이후 베드로 대성당과 같은 기독교의 주요 예배당이나 성당 건축에 활용하기 위해 뜯겨 나갔고 구멍들은 창고나 작업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장식하던 장식물들이 뜯겨져 나가면서 고정물이 박혀 있던 자리에 빈 구멍이 남은 것이라고 한다.
어쨌든 로마 몰락 이후 여러 차례의 지진으로 서서히 무너져 내렸고 중세 시대에는 귀족 가문의 요새로, 주거지나 작업장으로, 그리고 채석장으로 전락해 만신창이가 된 콜로세움은 오랫 동안 방치되어 잡초만 자라는 폐허였는데 1790년 교황 베네딕트 14세 때가 되서야 순교지로 인정되어 복원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 덕에 콜로세움은 지은 지 2천년이 넘었지만 매년 수백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는 이탈리아 로마의 대표 관광지로, 문화유산으로 남아 있다.
해외 여행이 좋은 점은 견문을 넓혀준다는 점이다. 이제 대학생이 된 첫째 아들과 수능을 앞둔 고3 둘째 아들에게도 이런 말을 한 기억이 있다. 단순히 우리가 먹고, 씹고, 뜯고, 맛보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게 아니고 지구 반대편 사람들은 이런 문화 속에 살았구나 하는 견문을 넓히기 위함이라고. 한국 내에서만 처박혀 있으면 그저 내가 최고인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콜로세움을 보고서도 느낀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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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1
황충호l기자님의 댓글
실제로 보면 놀랍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