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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세 번째 손님(The Invisible Guest)>, 반전과 자백의 이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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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땡삐 리뷰어]

 

2017년작, 스페인 106분, 미스터리

감독 : 오리올 파올로

출연 : 마리오 카사스,아나 바헤네르,호세 코로나도

줄거리 : 의문의 습격으로 살해 당한 ‘로라’ ‘아드리안’은 연인의 죽음에 절망하고, 범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유력한 용의자로 누명을 쓴 ‘아드리안’은 승률 100%의 변호사 ‘버지니아’를 선임한다. 그리고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 과거 그와 ‘로라’가 은폐한 교통사고와 숨겨진 연관성을 찾게 되는데… 남은 시간은 단 3시간, 사건을 재구성해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최근 소지섭의 연기 변신으로 주목받으며 개봉했던 <자백>을 보게 되었다. 사실 원작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이게 뭔가 비슷했던 영화가 있었는데… 마지막 반전이 놀라웠던…”이라며 다시 찾아보게 된 영화가 <세 번째 손님>이다. 오래 전에 본 영화라 제목이 기억나지 않았는데 역시나 원작이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 <세 번째 손님>을 보게 되었다. 낯선 배우에 낯선 배경, 그리고 멋진 반전이 가진 매력이 되살아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 번째 손님>이 주는 긴장감과 매력이 훨씬 강했다. <자백>은 원작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나름대로 말미에 새로운 반전을 살짝 붙여 넣었는데 설득력도 떨어지고 매끄럽지도 않아 사족 같은 느낌이 컸다. <세 번째 손님>이 당당한 결말이었다면 <자백>은 좀 비겁한 결말이라고나 할까. 거기에 덧붙여 김윤진 배우의 아쉬운 연기도 <자백>에 낮은 점수를 주는 데 일조했다. 이는 아마 원작을 보고 나면 공감할 부분이리라 여겨진다.

 

 

불륜 남녀라는 흔한 설정, 외진 곳에서의 뜻밖의 사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인간의 이기심이 뭔가 큰 사건으로 꼬리를 물 것이라는 느낌이 충만한 초반이었다. 그 사건과 연결된 연인의 죽음, 꼼짝없이 올가미에 걸린 남자주인공의 상황까지 보고 나면 왠지 남자 주인공을 구해야 할 것 같은 살짝 삐뚤어진 동정심마저 든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설명은 남자주인공인 아드리안의 진술일 뿐이다. 초반에 보여주는 아들과의 화상통화 장면은 그런 그의 진술을 뒷받침해주는 컷으로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기도 한다. 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불륜의 상황에 놓였지만 가족을 지극히 사랑하는 선한 가장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밀실 안에 갇힌 살인 사건에서 진범 찾기라니, 명탐정 셜록 홈즈나 나이브스 시리즈의 브누아 블랑이라도 소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

 

 

이 때 승률 100% 변호사 버지니아의 방문은 아드리안에게 새로운 전환을 맞이하게 한다. 법정 출석 전 3시간 안에 사건을 재구성해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고 나선 버지니아는 진실을 말하라고 압박하기에 이른다.

 

“고통 없는 구원은 없고, 당신은 나보다 똑똑하지 않아요”

“모든 걸 가질 수 없는 거야. 뭔가는 희생해야지”

 

아드리안의 띄엄띄엄 구멍난 진술에서 오류를 지적하고, 그 오류를 새로운 사건 구성으로 촘촘히 메우기 시작한다. 앞선 교통사고와 연인 로라의 죽음을 연결시키고, 여기에 교통사고 피해자의 부모를 제 3의 손님으로 등장시킨 것. 그제야 안심하는 안드리안을 향해 버지니아는 또 다시 몰아붙인다. 그러려면 교통사고의 피해자 시신이 있어야 한다고. 그리고 로라를 안드리안이 죽였다고 해야 마지막 퍼즐을 완성할 수 있다고.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긴장감으로 아드리안의 허점과 술수에 칼을 들이대는 버지니아의 몰입된 연기를 보고 있자니 손에 땀이 날 지경이다. 역시 100% 승률의 변호사의 남다른 클래스를 본다고 느끼는 순간. 그리고 모든 진실이 드러난 순간. 버지니아를 향한 아드리안의 신뢰가 100%를 찍는 순간.

 

버지니아의 휴식 요청은 또 다른 긴장감을 만든다. 절대 서둘지 않고 당당하지만 천천히 걸어가서 닿은 곳에는 교통사고 피해자의 아버지가 큰 포옹으로 기다리고 있다. 뒤통수를 한 방 크게 얻어맞은 아찔함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온다. 페이스오프 장면을 건너편의 아드리안에게 고스란히 보여주는 그 당당함이 너무 좋았다. 마지막 아드리안의 추가 자백을 듣는 버지니아는 칼로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은 아픔을 만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인생 최고의 연극을 한 올의 흐트러짐 없이 마치고 무대를 내려온다.

 

 

앞서 필자가 <세 번째 손님>은 당당한 결말인데, <자백>은 비겁한 결말이라고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버지니아는 녹음용 만년필을 아드리안에게 건네고 나왔으며, 당당히 얼굴을 드러내며 그를 응시한다. 반면 양신애 변호사는 서명을 잘못 하는 실수를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서둘러 도망치는 모습과 오히려 위험에 처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한 가지 <자백>이 개연성을 좀 더 보충했다고 보이는 것은 아드리안이 처음 진술에서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 로라였다고 하는 부분이다. 그래야 로라가 교통사고 자체를 은폐하려는 시도가 좀 더 설득력을 가질 것 같기도 하다.

 

스페인 원작 제목은 <Contratiempo : 뜻밖의 사고>인데, 영어 제목은 <Invisible guess>다. 아마 밀실 살인 사건이라는 의미에서 ‘보이지 않는 손님’이라는 해석이 가능했을 것이다. 스페인 제목은 로라와 아드리안이 당한 사고가 어떻게 영향을 미칠 지 의미하는 것이었을 테고. 다시 넷플릭스 업로드되면서 <세 번째 손님>으로 바뀌었는데, 아드리안이 호텔 방에 있었다고 진술하는 제 3의 인물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세 번째 손님>은 내내 마음을 졸이게 만들고 관객이 진실을 쫓아 이리 저리 뺨을 후려 맞게 만드는 것도 모자라 커다란 반전 한방으로 굵고 간결하고 명쾌한 결말을 보여줬다. 군더더기 없는 흐름과 탄탄한 연기력 외에도 바르셀로나 외곽 풍경을 감상하는 호사까지 누리게 한 매력적인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영화 속 호텔은 한번 가보고 싶을 정도...)

 

[쓸만한 TMI]

이 영화를 만든 오리올 파올로 감독은 스페인 대표 스릴러 거장이라고 불리는 감독이며, 그런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고, 리메이크 행진도 이어졌다. 인도 <바들라 (2019)> <에바루 (2019)>, 이탈리아 <인비저블 위트니스 (2019)>, 한국 <자백 (2022)>까지. (기회가 되면 모두 보고 싶다)

오리올 파올로 감독의 작품은 이전에도 국내에 리메이크 작이 있다. 바로 김희애 주연의 <사라진 밤>, 원작은 <더 바디>이고 인도판은 <게임>이다. <사라진 밤> 역시 흔치 않은 설정에 탄탄한 흐름이 돋보였는데, 역시 리메이크 작이었다니.

 

<tomyif@reviewtimes.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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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4

MRMI리뷰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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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MI리뷰어
2023-02-23 16:35
넷플릭스에 세번째 손님과 자백이 나란히 올라와 있네요. 비교해 보면서 봐야겠습니다.^^

땡삐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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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삐I리뷰어
2023-02-23 18:46
원작부터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저와 다른 의견이 있을 수도 있으니 재미있게 보세요.

TepiphanyI리뷰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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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piphanyI리뷰어
2023-02-24 11:51
요즘 스페인 영화가 괜찮더라고요. 아이디어도 참신하고 영상도 파격적이고요.. 넷플릭스 떄문에 스페인 영화나 드라마가 재조명되는 것 같습니다.

땡삐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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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삐I리뷰어
2023-02-24 12:50
맞습니다.  예전에 유명한 감독도 있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종이의 집은 정말 강추랍니다. (우리나라 리메이크판은 어찌나 힘이 빠지던지.. 정말 애국심을 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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