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리뷰] 맛은 ‘기본’, 기다림은 ‘덤’…짬뽕과 탕수육이 감동적인 구례 옥산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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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단단한 결심 덕분이었을까. 도착 즈음에 퍼붓던 비는 우리가 찐한 포옹으로 회포를 푸는 시간에는 딱 멈추었고, 오히려 하루 종일 햇살만 듬뿍 맞았다.
파워J인 후배는 구례에 왔으면 꼭 먹어야 하는 맛집으로 ‘옥산식당’을 스케줄에 넣어놨다. 요즘 서울이든 어디든 못먹는 음식이 없고 맛집이라고 해도 중식(?)을 이라는 생각도 살짝 스쳤지만, 목적이 먹는 게 아니고 구례에 자리잡은 중식 맛집이라니 호기심도 일었다.
구레에서 하동으로 가는 길에서 주천면 마을 안쪽으로 한참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식당이다. 길만 봐서는 여기에 식당이 있을까 싶은 곳이었으나, 식당 가까이에 가자, 너른 주차장도 있고 제법 많은 블루리본을 달고 있는 식당 입구를 만날 수 있었다.
11시 40분쯤 도착했는데, 이미 자리는 거의 만석이었다.
주문은 아이들을 위한 짜장과 함께 시그니처 메뉴인 짬뽕과 탕수육, 여기에 볶음밥까지 맛보려 했으나, 주인장의 철벽방어로 실패.
“손님이 많아서 메뉴가 여러 가지이면 시간도 더 걸리고 다른 손님이 더 기다려야 하니 양해해 달라”고 웃음을 지으신다. 하는 수 없이 볶음밥을 제외한 메뉴를 주문하고 그간 밀린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시계는 12시 반을 훌쩍 넘겼고 슬슬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고 투덜대기 시작했다.
그 다음부터는 주방에서 나오는 음식에 모두 눈을 고정하고 행선지 파악에 나섰다.
식당에 들어선지 1시간이 넘어서자 조심스럽게 언제 나오는지 물었고, 주인아주머니는 지금 우리 테이블 음식을 요리하고 있다고 하신다.
후배는 이렇게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점심 시간에 맞춰 와서 역대급으로 오래 기다린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도 큰소리를 내어 불평하지 않고 그저 기다린다. 이게 맛집의 포스인가.
주방장 한 분이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까닭과 함께 주문이 들어가면 그 때부터 조리를 시작하는 듯하다.
옥산식당은 주방장 아저씨와 카운터와 홀 서빙을 담당하는 아주머니 두 분이 운영한다. 아저씨, 아주머니라 호칭하기에 조금 연세는 있으시지만 일단은 이렇게...
여기서는 홀서빙 아주머니의 권력이 절대적이란다. 도와드린답시고 반찬을 챙겨오고나, 그릇을 챙겨오는 것은 금물. 아주머니가 순서가 되어 챙겨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단다. 바쁜 와중에도 나름의 철칙과 순서가 있으신 모양이다.
그렇게 1시간 반 만에 우리는 탕수육과 짜장면, 짬뽕을 마주할 수 있었다.
짬뽕은 칼칼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입안을 감돌았다. 고기 육수가 아니라 더 깔끔함을 드러냈고, 조개와 오징어 등의 해물이 주는 시원함으로 개운했다.
국물에서 전분 맛이 느껴지는 것은 아마 국물에 면을 넣어서 익힌 것이 아닌가 싶다. 부담없는 깔끔한 맛의 짬뽕. 다시 생각날 듯하다.
다음으로 탕수육, 옥산식당의 탕수육은 원래 ‘부먹’이 공식인데, ‘찍먹’을 원하면 미리 소스를 따로 달라고 얘기하면 된다. 우리는 아이들이 찍먹을 강력히 원하고, 개인적으로 나도 찍먹파.
나는 사실 탕수육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이 냄새인데, 그것부터 일단 통과. 부드럽고 바삭한 튀김옷에 잡냄새 하나 없이 부드럽게 튀겨낸 쫄깃한 탕수육을 맛볼 수 있었다.
소스는 또 어떠한가. 아낌없이 넣은 목이버섯을 비롯한 각종 야채와 과일 통조림을 넣어서 만든 달콤한 소스가 튀김과 제법 잘 어우러진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볶음밥도 한번 먹어보고 싶다. 분명 또다른 뭔가가 있을 것 같아 살짝 여운이 남는다.
‘기다림’이라는 인내가 필요했지만, 깔끔한 짬뽕과 잘 튀겨낸 탕수육이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은 되는 '맛집'이다. 그래도 1시간 이상의 기다림은 힘들테니, 식사 시간을 살짝 피해 보는 것이 현명할 듯.
또 하나, 가끔 재료 소진으로 일찍 문을 닫기도 하고, 개인 사정상 문을 닫는 날도 있으니 전화로 확인하고 방문할 것으로 추천한다.
[식당 정보]
상호 : 옥산식당
주소 : 전남 구례군 토지면 단산안길 50
영업 시간 : 11:00 ~ 19:00 (일요일 휴무)
전화 : 061-781-2431
추천 메뉴 : 짬뽕(7,000원), 탕수육(소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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