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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리뷰] 산과 바다, 그리고 폭포와 연못 하모니. 변산반도국립공원 내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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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영로 리뷰어]사람마다 다르지만, 등산의 시작은 보통 동네 뒷산입니다. 등산을 할 수 있는 산이 무려 4,400여 개에 이르는 우리나라는 등산하기 참으로 좋은 환경입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서 국립공원을 만날 수 있는 수도를 가진 나라가 얼마나 될까요?

 

등산에 조금씩 자신감이 붙으면, 조금 더 높은 산, 조금 더 깊은 산을 탐하게 됩니다. 몇 미터의 산을 올랐느니, 몇 시간 동안 장거리 산행을 했느냐를 자랑하게 됩니다. 대부분 높은 산을 오르면 그만큼 볼거리가 많아지기에 풍경도 좋고 만족감도 커지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등산에 익숙해지면, 산은 높이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옵니다. 아무리 높은 산에 올라도, 자연의 위대함과 거대함에 너무나 작은 존재라는 것을 깨우치는 그 순간이죠. 흔히 말하는 최단코스, 정상봉 인증 등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럴 때 꼭 한 번 올랐으면 하는 산이 바로 내변산입니다.

 

 

내변산은 변산반도국립공원에 속해있습니다. 한반도에서 반도이니 이른바 찐 반도인 셈입니다. 약 100km에 이르는 넓은 해안선을 자랑하는, 바다와 산을 모두 품고 있는 산이기도 합니다. 사계절 모두 좋은 곳이지만, 사실 서해안에 자리한 내변산은 시간만 잘 맞추면 강원도 이름난 산 못잖은 눈 구경을 할 수 있는 숨어있는 설산이기도 합니다.

 

 

내변산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는 처음 들어서자마자 대나무 숲이 나타납니다. 하얀 눈길에 푸르름을 간직한 대나무의 묘한 조화는 도저히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없는 색감입니다. 음식으로 말하면 애피타이저에서 이미 요리사의 솜씨가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순간입니다.

 

길은 거의 평지로 남녀노소 누구와 함께 걸어도 부담 없습니다. 조금 더 걸으면, 산속에 이리 큰 호수가 있었나 싶은 인공호수인 직소보가 나옵니다. 부안댐이 생기기 전에는 주민들의 비상 식수원으로도 쓰였다는 큰 호수입니다. 작은 댐인 보로 막아두었는데 얼음이 얼었고, 그 위에 하얀 눈이 설탕처럼 뿌려져 반짝이는 모습은 한 폭의 수묵담채화입니다. 카메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조용한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조금 더 걸으면 내변산을 대표하는 스팟인 직소폭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약 30m 높이로 떨어지는 직소폭포는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잘 알려진 명승지이기도 합니다. 둥근 못으로 곧바로 물줄기가 떨어진다고 해서 직소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보기 좋은 전망대가 있어, 등산이 어려우신 분들은 여기까지만 오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연은 무리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만큼만 즐기라고 그 자리를 내어주는 것 같습니다.

 

몇 번의 다리를 건너고, 마치 달력의 한 장을 보는 듯한 멋진 경치에 취하다 보면 어느덧 재백이고개에 도착합니다. 그동안 거의 평지나 둘레길 수준이었지만, 이제부터는 나도 산이야 하고, 내변산의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입니다.

땀을 흘리며 마당바위에 올라서면, 왜 이곳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는지, 왜 산림청 100대 명산인지를 알 수 있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무려 100여 개에 이르는 수많은 봉우리가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는 와중에, 다른 편에서는 눈부신 서해가 수줍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저 멀리 보이는 작은 포구가 젓갈로 유명한 곰소항입니다. 넓은 바다와 산세가 하나의 모습으로, 하나의 그림으로 담기는 곳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그리 춥지 않게 느껴지는 비경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잠시 땀을 식히고 출발하는데, 갑자기 눈이 내립니다. 그냥 눈이 아니고 거의 폭설 수준입니다. 방금까지도 파란 하늘이 갑자기 회색 하늘로 변하고, 엄청난 눈을 골고루 뿌려줍니다. 산에도 심지어 바다에도 눈이 쌓이는 것 같습니다. 자연은 인간에게 오만하지 말고, 철저히 준비하고 대비해서 도전하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힘들게 올라왔으니 기왕이면 최고봉인 관음봉에 얼려봅니다. 본디 정상인 의상봉은 아쉽게도 군사시설이 있어 갈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는 오를 수 있다는 희망과 아쉬움을 남기는 산이기도 합니다.

 

눈을 맞으며 오른 관음봉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저 앞에는 방금 만났던 바다가 있고, 뒤돌아서면 멋진 산세가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오늘은 볼 수 없습니다. 대신 등산 도중 흔히 만나기 어려운 눈이 그 아쉬움을 지우고 하얀 설원을 선사합니다. 산행 중에 흔히 만나기 어려운 행운이자 즐거움입니다.

 

다시 관음봉 삼거리로 내려설 수도 있고, 세봉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눈도 오고 길이 좋지 않아 상대적으로 쉽고 안전한 관음봉 삼거리로 돌아갑니다. 아마도 가보지 못한 세봉코스는 다음에 다시 한번, 맑은 날 오라고 내변산이 말하는 것 같습니다.

 

 

보통은 정상에서 산을 무사히 내려오면 산행은 끝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내변산은 또 다른 즐거움을 남겨 두었습니다. 앞서 대나무숲이 식전음식이었다면, 이제 디저트를 즐길 차례죠. 바로 내변산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 내소사입니다.

흔히 오래된 사찰을 천년고찰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지만, 내소사는 633년 백제 무왕 때 창건되었으니 천년을 훌쩍 넘는 말 그대로 역사의 타임캡슐입니다. 내소사는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지만, 속인의 눈에는 이제는 단청이 모두 사라진 대웅보전과 수백 년 전 장인의 솜씨가 살아 있는 창살의 조각 솜씨만 눈에 들어옵니다. 좀 더 많이 보기 위해서는, 내소사가 들려주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더 많이 공부하고 와야 할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다시 올 이유가 생겼네요.

 

 

내변산은 마지막까지 완벽합니다. 내소사 앞 약 600m 전나무숲길은 국립수목원, 오대산 월정사와 더불어 소문난 전나무숲길입니다. 하늘을 향해 시원스럽게 자태를 뽐내는 전나무숲길은, 비록 겨울이라 향을 느낄 수는 없지만, 가슴속까지 상쾌해지는 느낌입니다.

 

산이란 단순한 높이로 측정할 수 없음을 잘 보여주는 곳이 내변산입니다. 다음에 들리면 곰소항의 맛있는 젓갈도 맛보고 오고 싶네요.

<bear06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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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3

편집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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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2023-02-02 12:07
변산반도는 채석강만 가봤지 내변산은 처음이네요. 내소사도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MRMI리뷰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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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MI리뷰어
2023-02-02 12:21
눈 산행 너무 가보고 싶었는데 눈이 호강하네요.
저도 변산반도는 채석강만 가봤는데 내변산 내소사도 가보고 싶습니다.

안병도I기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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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도I기자
2023-02-02 12:57
풍경을 담은 사진을 너무 잘 찍으셔서 제가 산행 간 기분이 들 정도네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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