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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벤트


제주의 봄이 시작된다! ‘탐라국입춘굿’, 2월~3월 제주는 神들의 축제장

천냥국수, 기메등만들기, 입춘 소원꾸러미 등 먹거리, 체험거리도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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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라라 리뷰어] 제주도는 1만 8천 신들의 섬이라 불린다.
그런데 이 신들이 지상을 비우는 기간이 있다. 24절기 중 대한을 지나 5일째 되는 날부터 입춘 전 3일째 되는 날까지 딱 일주일간이다. 제주도에선 이 기간을 ‘신구간’이라 부른다.
이렇게 자리를 비웠던 신들을 새해에 다시 맞아들이는 행사가 ‘탐라국입춘굿’이다.

 



제주의 봄이 ‘탐라국입춘굿’과 함께 시작되는 이유다.

 

올해 계묘년의 탐라국입춘굿은 2019년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대면 행사로,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더욱 풍성하게 준비돼 있다.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진행되는 탐라국입춘굿의 하이라이트는 본행사가 열리는 오늘이다.
지난 2일에는 제주시 일원에서 춘경문굿과 거리굿이 열렸으며, 이어 둘째 날인 3일에는 하늘에서 내려와 오곡 씨를 뿌리는 자청비 여신에게 풍농을 기원하는 세경제가 입춘굿의 포문을 열었다.

 


오늘(4일) 행사는 이번 입춘굿에서 새로 선보이는 오리정비념으로 시작된다. ‘오리정비념’은 신들이 땅으로 내려오는 입춘날 과거 심방(제주도에서 굿을 주관하는 사제로 ‘무당’을 가리킴)이 5리 밖까지 마중을 나가 신들을 안내해 모시고 오던 과정으로 입춘굿의 시작이다.

 

올해는 ‘오리정신청궤’를 복원해, 시민들이 참여하는 행사로 진행된다. 관덕정을 기준으로 남문, 동문, 서문의 세 방향에서 5리 밖에 위치한 마을 어르신들이 각 마을에서 비념하고 제주목관아에서 본격적인 입춘굿을 시작하는 것이다. 

 


오리정비념에 이어 10시부터는 초감제와 자청비놀이가 진행된다. 초감제는 하늘에 있는 1만 8천 신들을 굿판으로 모셔오는 제의, 자청비놀이는 초감제의 마지막에 청하는 신인 농경신 자청비를 청해 노는 놀이다. 올해의 자청비놀이는 자청비가 하늘로 올라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인간 세상의 많은 생명들이 죽어갔음을 보고하면, 옥황상제와 서천꽃밭 꽃감관꽃생인이 함께 의논해 생명꽃과 번성꽃을 내어주기로 하는 스토리다. 입춘을 맞아 자청비와 문도령이 양손에 생명꽃과 번성꽃을 들고 다시 지상으로 내려와 인간세상을 번성하게 해주기를 기원하는 의미다. 


자청비놀이가 끝나고 오후 1시부터는 풍농을 기원하는 연극적 양식의 굿놀이인 ‘세경놀이’, 그리고 낭쉐몰이와 입춘덕담이 이어진다.


‘낭쉐’는 ‘나무로 만든 소’를 말하며, 입춘 전날 심방들이 주사에 모여 낭쉐를 만들고 금줄을 친 후 코사(고사)를 지낸다(낭쉐코사). 그리고 입춘날 아침이 되면 이 낭쉐를 호장(과거에는 탐라왕이었으나 지금은 덕망이 있는 인물 중에서 선정)이 심방들, 동기 등과 함께 관덕정 광장까지 끌고 와 직접 농사를 짓는 과정을 시연하며 풍농을 기원하는 행사인 ‘낭쉐몰이’를 한다. 호장은 쟁기를 잡고 소리꾼이 ‘발 볼리는 소리’를 하며 낭쉐를 끌고 관덕정 마당을 돌고 난 뒤, 제주도민들에게 드리는 ‘입춘덕담’을 발표한다. 이는 탐라국 시대의 오랜 유습으로 전해진다. 

 


3시 10분부터 진행될 허멩이답도리는 전날인 3일에 체험행사를 통해 만들어둔 허멩이의 죄를 다스리는 행사다. ‘허멩이’는 다른 사람의 죄를 대신하는 존재로 뱀신을 말한다. 허멩이가 20년 넘게 관덕정에서 입춘굿을 하지만 자신은 한 번도 대접받은 적이 없다고 투덜거리면 심방이 제주도 사람들의 죄를 다 가져가면 앞으로 잘 대접해 주겠다고 약속을 한다. 허멩이를 지게에 묶어놓고 버드나무로 때리면서 모든 잘못을 묻고, 물도 섬도 없는 마리섬(마라도)으로 유배를 보내는 것이다. 제주 사람들의 모든 어려움을 허멩이가 대신 지고 가는 것이다. 이를 ‘허멩이답도리’라 한다.

 


이후 오전의 초감제를 통해 굿판에 불러들인 신들을 다시 돌려보내는 과정인 ‘도진’이 끝나면 탐라국입춘굿이 모두 마무리된다.

 

탐라국입춘굿은 일제 치하에 제주 사람들의 정신적 결속력을 해체시키기 위해 중단됐다가 1999년부터 복원돼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제주의 봄 축제다. 탐라국입춘굿 다음날부터는 제주 전역의 마을 곳곳에서 2월부터 3월까지 각 마을의 본향당굿과 포제가 열린다. 마을 본향당굿과 포제는 일반인들도 관람이 가능하다. 오는 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금산공원 포제청에서 열리는 납읍리 포제와 입춘에 하루 앞서 3일 열린 송당리의 본향당굿은 제주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탐라국입춘굿 체험마당

체험마당에선 기메등 만들기(‘기메’는 신이 내려오는 길을 의미), 입춘 소원꾸러미타로카드 운세 보기, 제주도 남방애 체험 떡메치기, 생명꽃번성꽃 만들기, 복을 담는 열쇠고리 인형 만들기, 전통국궁체험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체험마당을 돌아보고 스탬프 5개를 찍어 ‘입춘팡팡! 행운을 돌려라’에서 돌림판을 돌리면 선물도 챙길 수 있다.

 

 

탐라국입춘굿 먹거리마당
먹거리마당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건 천원에 즐기는 고기국수인 ‘천냥 국수’다. 천냥 국수 외에도 제주목관아 입구에선 제주의 전통 주전부리인 빙떡을 비롯해 붕어빵, 매생이전, 지짐, 오뎅국 등을 판매한다.

 

 

탐라국입춘굿 입춘장터
입춘장터에선 번성꽃(수선화) 화분 나눔, 토종씨앗나눔 등이 진행된다. 화분을 가져오면 번성꽃(수선화)을 무료로 나눠주며, 토종씨앗을 받아 집에서 직접 키워볼 수도 있다. 입춘복패, 꼬마낭쉐, 주젱이는 탐라국입춘굿에서만 만날 수 있으니 제주의 기념품으로 간직해도 좋다.

 

 

탐라국입춘굿,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기

1. 1만 8천 신들이 자리를 비운 기간 ‘제주의 신구간’
제주도에서는 24절기 중 대한을 지나 5일째 되는 날부터 입춘 전 3일째 되는 날까지 일주일을 ‘신구간(新舊間)’이라 부른다. 이 기간에는 묵은해에 지상에 내려와 인간을 수호하던 1만 8천의 신들이 하늘로 올라가고, 새로 부임한 신들은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 사람들을 지켜줄 신들이 없는 기간이니 이 신구간에 제주도 사람들은 집안을 단속하고, 이사를 하거나 집안을 수리하는 등 분주하게 새봄맞이를 시작한다. 신이 지상에서 자리를 비웠으니 물건을 옮기고 집안을 수리해도 탈이 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신구간이 끝나고 나면 1만 8천 신들이 지상으로 내려와 새해의 일들을 시작한다. 이때가 비로소 이 땅에 봄이 시작되는 입춘이다.

 

2. 탐라국입춘굿은?
탐라왕국이 존재했던 고대사회부터 시작된 것으로, 탐라왕이 직접 풍요를 기원하는 친경적전의 의례를 펼쳤던 유서 깊은 풍속이다. 왕이 제사장의 역할을 맡았던 탐라시대를 거쳐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는 시기에는 목민관이 중심적 역할을 맡아 관민합동의 의례로 치렀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의 나례와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lala_diman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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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4

김우선I기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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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선I기자
2023-02-04 13:22
제주에서 한 일년 정도만 살아보고 싶습니다.

라라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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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I리뷰어
2023-02-04 15:15
한달살기도 괘안아요~~ 요즘엔 노트북과 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으니 flexible하게~~ ㅎㅎ

TepiphanyI리뷰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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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piphanyI리뷰어
2023-02-05 21:07
입춘굿은 처음 들어 봅니다. ^^

이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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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
2023-02-06 23:49
헌 번쯤은 참여해보고 싶은 행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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