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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리뷰] 사카모토 류이치의 예술과 인생

坂本龍一, Ryūichi Sakamoto, 1952년 1월 17일 ~ 2023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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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나무위키)

 

 

(먼저 이 글을 읽기 전 영상을 플레이하고 음악을 배경으로 인물리뷰를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리뷰타임스=수시로 리뷰어] 일본도쿄예술대학 출신으로 작곡과 편곡뿐만 아니라 음악 프로듀싱을 넘어 영화에도 출연한 독특한 이력을 지닌 아티스트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 음악에서 영화 그리고 미디어아트까지 그의 예술적 보폭은 거장이라고 할 만큼 크고 넓었다.

 

모두가 피아노를 배워야 했던 유치원을 다닌 덕분에 그는 3살 때 피아노를 시작, 10살 때 도쿄예술대학 교수에게 작곡을 배우기 시작했으니 도대체 그의 천재성과 그것을 알아본 사람들의 노력이 가상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예술세계는 넓고 깊다. 클래식부터 테크노 팝 그리고 미디어아트에 이르기까지 그는 자신이 드뷔시의 환생이라고 믿을 정도로 드뷔시와 바흐의 영향력을 많이 받았다고 스스로 밝혔다.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신주쿠는 그의 문화적 소양에 다양성이라는 씨앗을 자라게 해준 훌륭한 땅이 되었다. 대학 때부터 밴드를 시작한 그는 음악 그룹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YMO)'를 통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다.

 

1995년 11월 30일 자신의 콘서트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할 정도로 그는 깨어있는 아티스트였다. 전 세계 최초로 인터넷 라이브를 한 것이 1994년 11월 ‘롤링 스톤스’였던 것을 생각하면 진정 앞서가는 예술가였다. 일본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이런 시도는 그가 단순하게 안주하는 예술가였다면 있을 수 없었던 일이었다.

 

 

결국 그는 젊은 시절의 막무가내 예의 없던 천재 예술가에서 허물을 벗는 데 성공했다. 그의 음악은 한층 더 깊어졌고, 진보적인 철학은 정치와 사회적 이슈에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흔치 않은 일본 예술가의 길을 걷게 했다.

 

국내에는 2000년과 2011년, 2012년 총 세 차례의 내한공연을 가질 정도로 팬 층이 두텁다. 그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된 것은 ‘마지막 황제(1986)’라는 영화의 음악을 담당하면서였다. 그는 이 작품으로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다. 우리나라 영화 ‘남한산성(2017)’의 영화음악도 담당했다.

 

반핵반전 행동하는 일본의 양심 

 

신군국주의를 지향하던 아베 신조 총리가 추진한 집단 자위권과 개헌에 대해 비판하는 시위에 참여했으며, 2016년에는 오키나와에서 있었던 미군 병사들의 만행에 피해자를 추모하고 미 해병대 철수를 요구하는 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이후에는 누구보다 핵발전에 반대했다. 이런 그의 깨어있음은 이미 고등학생 시절과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통해 증명된 기질이었다. 교수라는 별명답게 깔끔한 인상의 그는 일본의 그 어떤 양심보다 더 개인의 가치를 중시한 민주주의 투사였다.

 

2014년 그는 중인두암 선고를 받고 요양과 치료를 병행했다. 잠시 휴식을 취했지만, 공연도 이어가며 다시 활발한 활동을 해 모두가 암이 완치된 것으로 느꼈다. 그러나 2020년 암이 전이되어 직장암으로 번졌고, 2022년에는 급기야 폐로도 전이되어 수술을 받았다. 그의 마지막 공연은 수술받기 직전 9월 중순에 사전 녹화했고, 그 녹화본을 2022년 12월 11일 마지막 피아노 솔로 콘서트로 방송되었다. (맨 아래 유튜브 화면).

 

2023년 3월 28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세상과 이별한 사카모토 류이치. 정작 그의 부고는 4월 2일 기자들에 의해 밝혀졌고, 그날 밤 소속사는 정식으로 그의 부고를 알렸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도 자택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갔으며 마지막까지 음악과 함께한 날이었다고 밝혔다. 그 부고의 마지막 문장은 평소 그가 좋아했던 문장이었다.

 

“Ars longa, vita brevis(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아시아적인 순수함과 절제된 감성 느리고 여운 넘치는 드라마 같은 그의 음악에는 감동이 있다. 류희열이 자신의 음악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관대함을 보였던 사카모토 류이치.
그의 인생에 경의를, 그의 예술에 감사를 전한다.

 

 

<susi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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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1

땡삐I리뷰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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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삐I리뷰어
2023-06-10 10:52
레버넌트의 음악도 그 생생함과 절박함이 잘 느껴졌답니다. 경의와 함께 고인의 명복을 함께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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