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리뷰] 너무 깔끔해서 밍밍한 ‘느린마을 증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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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보통 초록색병(내가 먹는 건 흰 병이지만) 소주 6개들이 한꾸러미를 산다.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병이 있었다. 느린마을 증류주란다. 느린마을 막걸리는 많이 봤지만 느린마을 증류주에 왜 눈이 꽂혔던 것일까?
일단 한 병을 집어들었다. 무엇보다 가격이 맘에 들었다. 한 병에 2,700원이다. 일반 희석식 소주의 두 배 가격이지만 증류주라기에 한 번 먹어보자는 심산으로 냉큼 카트에 챙겨넣었다.
어떤 술인가 싶어서 집에 와서 검색을 해봤다. 배상면주가에서 2019년에 출시한 술이다. 가볍고 캐주얼하게 즐기는 음주문화 트렌드를 반영해 만든 술이라고 되어 있다.
느린마을 증류주는 전북 고창에서 재배한 쌀로 빚은 소주 원액을 최적으로 블랜딩한 제품으로, 알코올 도수 16.9도다. 용량은 360mL로 일반 희석식 소주와 동일하다. 술은 느린마을양조장에서 만든다.
느린마을양조장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양조장’을 콘셉트로 프리미엄 수제 막걸리와 다채로운 안주를 즐길 수 있는 신개념 양조 펍이다. 배상면주가에서는 다양한 음식들과 페어링 하기 좋은 느린마을 증류주만의 깔끔한 끝맛과 부드러움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주말에 집에서 삼겹살을 구울 일이 있어 느린마을 증류주를 시음해 보기로 했다. 여느 소주병과 다를 바 없지만 투명한 흰색 병이 증류주에 딱 제격이다. 느린마을의 로고 색에 맞춰 병뚜껑도 파란색으로 통일해 깔끔하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노릇하게 구운 삼겹살을 한 입 집어넣고 오물거리면서 느린마을 증류주 냄새를 맡아봤다. 보통의 증류주는 코를 갖다 대면 특유의 향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느린마을 증류주는 향이 나는 듯 마는 듯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의 한약재 냄새 같은 것도 느껴진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느린마을 증류주에는 약용으로 쓰이는 야관문이라 불리는 비수리가 들어간다고 한다. 많이 넣으면 비싸지니 합성착향료인 비수리향과 허브향도 넣었다. 아마도 한약재 냄새가 느껴진 건 이 비수리와 허브향 때문인 듯하다.
느린마을 증류주 한 잔을 입에 털어넣고 굴려봤다. 음…이건 뭐지? 약간의 달달함 외에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일반적인 증류주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맛이 없다. 오히려 제삿상에 올리는 정종이나 저렴한 사케 같다고나 할까. 진로나 참이슬에서 느껴지는 역한 맛은 확실히 덜하지만 그렇다고 증류주의 맛도 나지 않는다. 배상면주가에서 말한 깔끔함이 이런 깔끔함인가? 깔끔해도 너무 깔끔해서 맛이 없다. 한마디로, 밍밍하다.
국어사전) 밍밍하다 : 음식 따위가 제맛이 나지 않고 몹시 싱겁다.
총평을 하자면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뉠 듯하다. 소주의 역한 맛이 싫은 여성들이나 젊은이들은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과거 캬~에 길들여진 중년 이상의 남성들에겐 술 같지도 않은 술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안주 궁합은 기름진 고기보다는 생선회와 같은 음식에 더 어울릴 것 같다.
마지막으로 병에 있는 원료 구성표를 봤다. 정제수, 주정, 느린마을소주원액, 비수리, 결정과당, 포도당, 비수리향(합성착향료), 허브향(합성착향료), 효소처리스테비아, 글리신으로 쓰여 있다. 식품표기법상 투입 배합비율이 높은 순으로 표기하게 되어 있다. 주정이 느린마을 소주원액보다 많다는 거다. 희석식 소주에 들어가는 주정이 증류주 원액보다 많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제품명은 증류주이지만 희석식 소주라고 해도 무방하다. 저가 제품라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구성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배상면주가에서는 21도 짜리 증류식 소주도 있다. 가격은 12,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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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4
MRMI리뷰어님의 댓글
김우선I기자님의 댓글의 댓글
곰돌이아빠I리뷰어님의 댓글
요즈음 별빛청하라고 새로운 술이 나온 모양이던데 한 번 리뷰 부탁드립니다.
김우선I기자님의 댓글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