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주목받는 드론, 미래전쟁의 중심 될까?
군사용으로 드론 각광...수중 드론까지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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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지금도 지리멸렬하게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주목받는 무기는 최신형 탱크나 전투기가 아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행물체인 드론이다. 주말에 아이들이 공원에서 날리며 놀고, 농촌에서 농약을 뿌리며, 작은 카메라를 싣고 방송촬영을 하는 드론만 생각했다면 깜짝 놀랄 일이다. 과연 미래에는 드론이 전쟁의 중심역할을 하게 될까?
# 지난 2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향해 진격하던 개전 초에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드론 조종사를 급하게 찾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러시아군의 진격로 부근에서 드론을 조종한 사람은 안드리 포크라사란 15세 소년이었다. 소년은 키이우의 자기 집 근처에서 드론을 날려 러시아 탱크부대의 위치를 파악했다. 소년의 아버지는 소셜 미디어 앱을 통해 지역 민병대에게 알아낸 좌표와 사진을 보냈다. 그러자 우크라이나군이 곡사포로 그 좌표에 포격을 포부었다. 지토미르 도로에서 진격하던 러시아 최대 규모 탱크부대는 키이우 서쪽 40km 지점인 베레지브카 근방에서 저지됐다.
언론보도를 통해 소개된 이 사건은 매우 상징적이다. 한쪽에는 드론이 가진 잠재력을 잘 파악한 우크라이나군이 거둔 엄청난 전략적 성공이 있다. 다른 한쪽에는 이런 작은 드론 하나를 무시하고 경계하지 못한 러시아군의 처참한 전략적 실패가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군이 터키에서 도입한 무인드론 바이락타르 TB-2를 이용해 러시아 기갑부대를 저지하거나 교란시키는 등 전과는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특히 전통적인 감시 정찰 외에도 직접 전투에 참여해서 적 병력과 장비에 타격을 가하는 공격형 드론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드론을 전천후로 사용하며 흑해 즈미니섬 인근에서 러시아군 경비정 2척도 폭격했다. 심지어 순양함인 모스크바호를 교란시키며 지대함 미사일로 격침시키는 전과도 일궈냈다.
드론이 군사용으로 주목받는 이유
이렇게 드론이 최근 눈부신 전과를 거두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드론은 생산비용이 저렴하다. 쿼드콥터로 불리는 작고 가벼운 상업용 드론은 비싸다고 해도 수천 달러 수준인데 간단한 개조를 하면 정찰은 물론이고 작은 폭탄을 투하하는 것도 가능하다. 수직이착륙이기에 고정된 이착륙장소가 없이 어디서든 날아오르고 착륙할 수 있다.
더구나 비행기나 헬리콥터에 비해 작은 몸체는 레이더로 잡거나 각종 감시장비로 포착하기도 어렵다. 특수연료도 필요없이 어디서든 충전할 수 있는 전기배터리를 이용하는 데다 다년간 훈련을 통해 파일롯을 양성할 필요도 없다. 일반인도 몇 시간 배우면 얼마든지 드론을 조종할 수 있다. 한마디로 아주 값싸고 쉽게 얻을 수 있는 항공전력인데 상대해야 하는 지상전력으로는 탐지도 어렵고 격추는 더욱 힘든 존재다.
무인조종이면 유도신호만 교란하면 추락시키거나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쉽지 않다. 드론은 스마트폰으로 인해 발달된 무선 네트워크망과 일반 전파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암호화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면 단순한 전파재밍이 아닌 해킹 수준의 공격으로만 교란시킬 수 있다. 그것도 해킹이 감지되면 무조건 귀환하거나 추락시키는 방식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공군이나 미사일 등으로 직접 격추하면 어떨까. 그러면 '가성비' 문제가 대두된다. 기존의 수천만 달러짜리 전투기가 출동해서 한 발당 수십만달러 짜리 미사일을 쏜다. 그런데 그렇게 잡는 드론 한 대의 가격은 겨우 수천 달러다. 아무리 격추해도 밑지는 장사다. 비교적 저렴하게 지상에서 쏘는 공대지 미사일을 써봐도 드론보다는 수십배 비싸다. 크기가 작아서 조류와 구별하기도 어려운 드론을 식별하기 위한 정보자산 구축과 활용에 드는 비용은 별도다.
격추당한 쪽에서는 어차피 저렴한 장치 하나가 없어졌을 뿐이다. 후방에서 조종하는 조종사는 물론이고 유도장치도 멀쩡하다. 드론 예비품을 꺼내거나 또 하나 생산해서 투입하면 된다. 결국 상대편은 드론을 주된 격추상대로 놓기보다는 적당히 무시해서 얻어 맞으면서 작전을 수행하는 쪽을 택한다. 그것이 바로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일방적으로 전과를 올리고 있는 이유다.
기존의 탱크와 전투기가 사라지고 드론의 시대가 온다?
이런 점 때문에 현재 군사작전이 많은 나라일수록 드론 개발과 사용에 주력하고 있다. 중동의 군사강국인 이란은 수천만원 짜리 Quasef-2 드론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시설을 공격하고 친 이란 반군을 지원한다.
2020년 아제르바이잔군은 터키산 드론으로 아르메니아 기갑전력을 무력화시켰다. 북한도 몇 해 전 시험 제작한 드론을 우리쪽에 투입하다가 추락한 채 발견됐다. 한국군은 드론봇 부대를 창설하고 미국의 리퍼급 중고도 무인항공기 개발에 나서는 중이다. 중국, 러시아 같은 전통적인 군사강국이라면 모두 실전용 드론의 개발과 개량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스위치블레이드(출처:에어로바인먼트)
드론기술에 있어서 가장 선진국인 미국이 최근 실전에 투입한 자폭형 무인기 스위치 블레이드는 더욱 진보됐다. 무게가 겨우 2.5킬로그램으로 군인 한 명이 백팩에 휴대할 수 있으며 발사된 이후 원격 카메라로 목표물을 자폭한다. 가격은 1기당 6천달러로 기존 정밀유도무기에 비해 매우 저렴하면서도 매우 스마트하게 적을 공격할 수 있다
미국과 영국의 차세대 주력 전투기를 비롯해 한국의 KF-21 등의 운용 계획을 보면, 인간 파일럿이 운영하는 전투기 1대와 함께 드론 몇 대가 같이 전투를 수행하는 것으로 나와있다. 파일럿은 사령탑인 편대장이 되고 위험한 근접 전투는 드론이 담당하게 된다. 일부 군사전문가는 이제 비싼 탱크나 항공기의 시대는 가고 드론의 시대가 왔다고 전망하고 있다. 미래전쟁은 드론이 전장의 핵심이 되어 수행하는 시대가 될 것이란 추측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이제까지 전쟁사에서 어떤 한 가지 무기가 나왔다고 해서 다른 무기가 쓸모 없어진다는 논리는 한번도 검증된 적이 없다. 한때 미사일 기술이 각광받게 됐을 때 탱크나 전투기, 전함 등은 쓸모가 없고 모든 전쟁은 미사일과 핵무기가 수행할 거라는 '버튼전쟁' 개념이 나왔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세계는 수없는 테러와 국지전 등을 치르고 있으며 여전히 그 중심에는 재래식 무기가 있다. 드론이 모든 전쟁을 수행하게 될 거란 논리도 근거가 취약하다.
드론을 사냥하는 안티드론 기술
더욱 중요한 점은 군사용 드론의 개발 속도만큼이나 드론을 효과적으로 제압하는 '안티드론' 기술도 발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드론이 엄청난 신기술이나 신소재의 집약체는 아니다. 그저 드론을 진지하게 상대해야 할 무기로 보지 않았기에 대응이 늦었을 뿐이다. 이제 각국이 전술과 기술을 투입해 드론을 제거하려고 나선 이상 지금같은 파격적인 효과는 점점 기대하기 힘들 수 있다.
안티드론 기술은 일정한 공역 내에 들어온 소형 물체를 탐지하고 구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드론인지 아니면 새와 같은 다른 물체인지 식별해서 원치않는 드론의 침입일 경우 무력화해 위협을 해소한다. 구체적인 무력화 기술로는 첫번째로는 드론과 조종자 간 통신과 GPS통신을 막는 방법이 있다. 두번째로는 레이저, 산탄총, 전자기펄스(EMP) 등 한 발당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은 화력으로 조준사격해서 드론을 직접 파괴하는 방식이다. 세번째로는 지상이나 드론에 장착된 그물망을 발사하여 포획하는 방식도 제안된다. 길들인 독수리 같은 동물을 사용하는 방식도 연구 중이다.
이스라엘 보안 기업 라파엘이 개발한 드론 방어 시스템 드론 돔은 레이더 4개를 이용해 특정 시설 주변의 드론 비행을 감시하고 방해 전파를 쏘아 드론을 격추시키는 기능을 갖췄다. 열화상 카메라는 반경 50킬로미터 지역의 드론 비행을 감시하며 적외선 센서를 통해 야간까지도 감지가 가능하다. 드론 추적기는 드론이 내는 신호 패턴을 분석해 모델 번호, 비행 속도, 이동 방향, 구매자 같은 상세 정보까지 알아낸다. 드론 격추에 최적화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드론이 미래전쟁의 한 구성원이 될 것은 확실하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드론이 미래전쟁의 중심이 되면서 인간을 완전히 배제하는 미래는 오기 힘들 것 같다. 그저 인간을 보조하는 똑똑한 도구로서 드론이 각종 산업현장을 넘어 우리 일상에 깊게 스며드는 것 뿐이다. 앞으로 드론이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지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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