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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리뷰] 이태원 참사 다룬 다큐 ‘크러시’, 왜 한국에서는 볼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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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1년 전 요맘 때(2022 10 29) 이태원에서는 참극이 발생했다. 159명의 젊은이들이 인파에 깔려 숨졌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사건이었다. 무질서와 무정부, 그 자체였다. 경찰의 늑장 대응과 구조작업의 어려움, 사건의 원인과 책임에 대한 논란이 일었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어 OTT 플랫폼을 통해 공개됐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다큐멘터리를 볼 수 없다. 왜 시청불가일까?

 

파라마운트 플러스를 통해 스트리밍 중인 이태원 참사 다큐 크러시

 

 

2부작 다큐멘터리 '크러시'(현재 파라마운트+에서 1017일부터 스트리밍 중) 2022년 할로윈 축제에 대한민국 서울에서 발생한 비극을 담고 있고 이태원 지역의 인파가 밀집한 거리에서 159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서울 시민, 미국 유학생, 미군들이 그날 밤의 끔찍한 사건을 담은 1500시간 분량의 휴대폰 및 CCTV 카메라 영상을 바탕으로 끔찍한 일인칭 시점의 이야기를 전한다. 당시 현장에서 구조된 사람들을 포함해 의료진, 응급대원 등22명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광장공포증이나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영상에 특히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고 제작사측은 밝히고 있다.

 

크러시가 10월 17일부터 공개됐으나 한국에서는 볼 수 없다.

 

 

이 다큐 '크러시'의 제작자인 프로듀서 조시 게이너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태원 참사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전했다. 그는 자신이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이태원을 자주 방문했고, 사건 당시에도 현장 근처에 있었다면서 이태원 참사가 테러공격이나 총격사건이 아닌 죄 없는 젊은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사건의 희생자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태원 참사의 진실과 희생자들의 삶을 세계에 알리고, 사회적 변화와 정의를 위해 기여하고 싶었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크러시는 이태원 참사가 사고가 아니었고 범죄 행위라고 그날 밤 이태원에서 일어난 일을 한 목소리로 설명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끔찍한 사건의 생존자인 침울한 얼굴들을 차례로 보여주다가 2022년 서울에서 유학 중이던 산타페 출신의 학생 아리아나 바라(Arianna Barra)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녀는 그해 이태원 참사 때 겪은 트라우마로 인해 아직도 붐비는 전철과 인도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람이 너무 많아 압사당할 것 같다고 신고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사진=화면 캡처

 

 

코로나 팬데믹 제한이 해제된 첫 번째 핼러윈을 맞이한 밤이었다. 원래 이태원 지역은 항상 붐비는 지역이었기에 몇 년간의 봉쇄 조치 이후에는 갇혀 있던 젊은들이 풀려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붐빌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영상에 등장한 바라 씨는 그날 밤 이태원행 지하철이 얼마나 붐볐는지 이야기한다. 그들은 지하철에서 내려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인파를 헤치고 역에서 나와 거리로 나가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꽉 찬 인파를 헤쳐나갔다. 그녀와 친구들은 꽉 들어찬 채 서로를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바라 씨는 결국 다치지 않기를 바라며 벽으로 향했다. 지하철은 승객들을 한 블록 간격으로 평행한 도로로 내보냈고, 골목은 도로와 도로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골목을 통과하려고 했고, 그 중 한 방향에는 내리막길이 있었다. 사람들이 119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지만 구조대는 오지 않았다. 여기서부터 점점 더 악몽 같은 이야기와 영상이 이어진다. 압착에 눌린 시신, 파랗게 변해 기절하는 사람, 군중 속에서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 실패한 사람, 하지만 너무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손을 쓸 수조차 없었다.

 

크러시는 1500시간 분량의 다양한 영상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사진=영상 캡처

 

 

누가 총을 난사한 것도 아니다. 건물이 무너지진 것도 아니고, 비행기가 하늘에서 추락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날 밤 159명의 젊은이들이 압사해 죽어갔다. 사망자 대부분은 20대와 30대였으며, 3분의 2가 여성이었다.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한국 최악의 재난으로, 허술한 안전 규정과 규제 실패가 드러났다고 다큐는 꼬집는다. 나레이션 없이 바디 카메라 영상, 감시 영상, 생존자의 휴대폰, 청문회, 기자회견 등 280개의 출처에서 확보한 1,500시간 분량의 아카이브 영상을 바탕으로 이 비극을 친밀하고 몰입감 넘치며 끔찍하게 재현하고 있다. 2001 9 11일 항공기 승객들의 마지막 통화처럼, 119 구조대에 전화한 사람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잊지 않겠다는 말은 공염불이 됐다. 사진=영상 캡처

 

 

본방은 볼 수 없지만 한국에서는 파라마운트 플러스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된 예고편을 볼 수가 있었다. 원래 예고편조차도 플레이가 되지 않았는데 웬일인지 예고편은 해제가 된 듯하다. 일각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한국에서 보지 못하게 조치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크러시가 정치적인 이유로 방심위를 통과할 수 없다고 우려하는 이유는 정치적인 모습이 나오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고 현장을 찾는 모습이나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향해 유가족이 소리치는 장면, 국정조사, 유가족들의 집회 등이 나온다.

 

정치적인 문제가 아닌 배급 등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파라마운트 플러스의 콘텐츠는 국내에서는 티빙에서만 볼 수 있는데 OTT 계약을 CJ ENM과 체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편 영상을 한국에서는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티빙이 심의를 신청했는지 티빙 측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했다. 희생자를 기억하면서 무책임하고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참사는 또다시 발생했다. 어쩌면 '크러시'(Crush)는 세월이 지나면서 잊혀져 가고 있는 한국인의 다짐을 외국인들이 기억하게 만든 다큐멘터리가 아닐까 싶다. 유튜브에 올라온 다큐 예고편을 공개한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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