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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리뷰] 누리호 성공의 주역 ①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요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 인공위성, 우주발사체 등 핵심 사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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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1993년 6월 4일 국내 최초의 로켓인 KSR-I 과학 1호가 하늘로 솟구쳤다. 1단식 고체 연료 로켓으로 1990년 개발을 시작한 지 3년만이었다. 8.8톤의 추력을 내는 6.7미터 길이의 KSR-I은 우주까지 올라간 것은 아니고 39km 고도에 낙하거리 77km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올라 최고고도에서 관측을 수행한 뒤 해상으로 떨어졌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2023년 6월 25일 15층 높이의 건물 크기인 47.2미터 길이의 KSLV-II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 180kg의 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 함께 6기의 큐브 위성을 우주에 안착시켰다(도요샛 3호는 사출이 안된 것으로 분석). 누리호는 순수 국산 기술로 자체 개발한 액체 로켓 엔진 4기를 클러스터링으로 묶어 추력은 300톤(75톤 엔진 4기 결합)이다. 30년 KSR-I과 비교하자면 상전벽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땅에서 우리가 만든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우리가 만든 인공위성을 싣고 우주 궤도에 안착할 수 있었던 데는 대한민국 우주 개발사의 중심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이 있어 가능했다.

 

 

항공우주연구원의 주요 핵심 사업

항우연은 1989년 10월 한국항공우주연구소 설립이 시초다. 설립 당시 항우연은 30여명의 소규모 인력에 불과했으나, 발전을 거듭하면서 2016년 우주개발진흥법에 따른 '우주개발 전문기관'으로 지정됐다. 현재는 연구 인력 등 1100여명에 예산 5700여억원 규모의 과학기술 분야 3대 연구원으로 발전했다.

 

1989년 한국항공우주연구소 현판식(사진=항우연)

 

항우연은 현재 3가지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첫째, 항공 분야다. 틸트로터 항공기, 성층권 태양광 무인기 등을 개발했으며, 차세대 미래교통혁명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전기동력 수직이착륙 개인용항공기(OPPAV) 등 미래 항공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 무인기 산업의 틈새를 공략할 수 있는 첨단 무인기와 항공기술과 정보통신(IT) 기술의 융합으로 미래 교통 혁신을 가져올 개인용항공기(PAV)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소형 장기체공형 무인기 ‘두루미’를 시작으로 장기체공이 가능한 LTA(Lighter Than Air) 항공기 시스템, 중형 에어로스탯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리고 수직이착륙과 고속비행이 모두 가능한 틸트로터 ‘스마트 무인기’를 세계 두 번째로 개발했다.

 

항우연은 또 성층권에서 장기 체공할 수 있는 성층권 태양광 무인기(EAV, Electrical Aerial Vehicle)와 다양한 형태의 재난치안용 무인기 및 운용 시스템도 개발했다. 현재 무인기를 비롯해 자율주행차, 자율운항선박 등 혁신적인 무인이동체를 발굴과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무인이동체 미래선도핵심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항공 교통 혁신을 가져올 미래형 유무인 겸용 개인항공기(OPPAV, Optionally Piloted Personal Air Vehicle) 핵심 기술 개발, 무인기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비행을 위한 저고도 무인비행장치 교통관리시스템(UTM, Unmanned Aerial System Traffic Management)과 민간 무인기 영역에서 무인기의 무인기 활용을 넓히기 위한 소형무인비행기 인증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스스로 공중 충돌 위험성을 판단, 회피할 수 있는 무인기 충돌회피 시스템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둘째, 인공위성 분야다. 저궤도에서 정밀 지구관측을 수행하는 아리랑위성을 비롯해 정지궤도에서 기상ㆍ해양ㆍ대기환경 관측 및 통신 중계를 수행하는 천리안위성을 개발, 운용하고 있으며, 차세대중형위성 개발 및 민간 기술 이전을 통해 공공 위성 수요 충족과 함께 국내 위성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항우연의 인공위성 관제센터(사진=항우연)

 

국가적으로 위성 영상에 대한 공공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1999년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위성 1호, 2006년 국내 주도로 아리랑위성 2호를 개발했다. 이후 2012년 아리랑위성 3호, 2013년 아리랑위성 5호, 2015년 아리랑위성 3A호를 개발했다. 현재 고정밀 레이더 위성인 아리랑위성 6호와 최첨단 수준의 정밀 지구관측광학위성인 아리랑위성 7호와 아리랑위성 7A호를 개발 중이다.

 

또한, 국내 개발 첫 정지궤도위성이자 독자적인 기상 및 해양관측 서비스가 가능한 천리안위성 1호를 개발했으며, 천리안위성 1호 보다 더 정밀한 기상관측이 가능한 천리안위성 2A호, 해양관측 및 세계 최초로 정지궤도에서 대기환경 관측이 가능한 천리안위성 2B호를 개발 운영 중이다. 특히 천리안위성 2B호는 한반도 주변의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의 이동경로를 파악할 수 있어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국가간 갈등과 사회적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소형 및 과학실험용 위성으로는 2003년 과학기술위성 1호, 2013년 나로과학위성, 과학기술위성 3호를 개발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다목적실용위성과 정지궤도위성 개발로 독자적인 위성 개발 기술을 확보하였고 국내 위성 산업화를 목표로 민간 산업체에 위성 기술 이전을 위한 500kg급 차세대중형위성 1, 2호를 개발 중이다.

 

1993년 국내 최초의 과학로켓 KSR-I 발사 모습(사진=항우연)

 

셋째, 우주발사체 분야다. 국내 독자 기술로 1.5톤급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개발에 성공했고, 신뢰도 제고 및 국내 발사체 산업 육성을 위해 누리호 고도화 사업과 차세대발사체 개발을 추진하는 등 자력 위성 발사 역량 및 우주 운송 능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항우연은 1단형 고체추진 과학로켓(KSR-Ⅰ, 1993년), 2단형 고체추진 중형과학로켓(KSR-Ⅱ,1998), 국내 최초의 액체추진 과학로켓(KSR-Ⅲ, 2002) 개발을 통해 로켓 설계 및 제작 능력을 키워왔다. 이어 우주발사체 개발 능력 확보를 위해 러시아와의 국제협력으로 1단 액체엔진과 2단 고체엔진으로 구성된 2단형 우주발사체 나로호(2013년 발사 성공) 개발을 통해 우주발사체 기술과 경험을 확보했다.

 

현재 이를 바탕으로 고도 약 600-800km의 태양동기궤도에 1.5톤급 실용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3단형의 한국형발사체(누리호)를 국내 기술로 개발했으며, 오는 2027년 까지 누리호 반복발사를 통해 누리호의 신뢰성을 제고하고 발사체 기술의 민간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항우연이 지금까지 개발한 우주발사체들

 

항우연은 누리호보다 3배 정도 성능을 높인 차세대발사체도 개발에 나섰다. 1조933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발사체는 새로 개발하는 100t급 엔진 5기와 10t급 엔진 2기를 적용한 2단 발사체로 개발될 전망이다. 이 차세대 발사체로는 대형 인공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하고 달 착륙, 소행성 탐사 등 우주를 탐사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스페이스X처럼 재사용 발사체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 개발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다누리에 이은 2031년 달 착륙도 항우연의 도전 과제다. 달 착륙선은 차세대발사체를 활용해 발사한다. 우리 땅에서 우리 발사체로 지구 궤도를 넘어 달까지 인공물체를 운송하는 일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상률 항공우주연구원장은 "3차 발사부터는 고도화 사업의 일환입니다. 우리가 성공한 발사체를 더욱더 신뢰를 높여서 안정화를 하고 그것을 발판으로 해서 더 크게 뻗어 나갈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이번 발사 성공으로 상용서비스가 시작됐다고 평가하긴 이르지만, 연속 두 차례 발사 성공으로 기술 고도화의 신뢰를 쌓으면서 상용 발사 서비스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항우연 조직개편으로 내홍 겪어

현재 누리호 개발 주역들은 항우연 발사체 연구소에서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조직 개편을 둘러싼 갈등은 일단 봉합됐지만 여전히 불씨는 꺼지지 않은 상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건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 분야는 크게 발사체, 위성, 항공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위성, 항공 부문은 '연구소' 체제로 운영되지만, 발사체 부문은 '사업본부' 형태로 운영돼 온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과거 '나로호' 개발 시절에 사업 관리 개선이 추진되어 항우연 내부에 있던 발사체 조직이 개방형 사업단 형태로 분리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단장은 과기부 장관이 선임하게 돼 항우연이면서도 항우연이 아닌 기묘한 상황이 시작됐다. 나중에 사업단은 다시 항우연 내부 조직이 되었지만 발사체 본부의 사업 관련 전권은 유지돼 항우연 내 일종의 독립 조직처럼 운영됐다. 발사체는 항우연의 업무영역이지만 사실상 항우연 원장보다는 주무부처인 과기부가 권한을 행사하는 구조가 10여년간 이어져온 것이다.

 

항우연의 조직개편 전과 후

 

항우연은 작년 12월 항우연 내부에 발사체연구소를 신설하고 산하에 2실, 6부, 2사업단을 두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내놨다. 누리호 추가 발사를 통한 고도화 사업을 맡을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단’, 누리호를 이을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을 맡은 ‘차세대발사체사업단’ 등을 신설했다. 기존 발사체본부 내 연구개발팀(15개)은 폐지해 부 체제로 편성하고, 세부 기능과 목적에 따라 인사권이 없는 업무리더(TL)가 팀장 역할을 대신한다. 발사체본부는 산하 조직 없이 과기정통부와 계약기간인 23년 6월까지만 존속하기로 했다.

 

전임 임철호 항우연 원장 시절 '뉴 스페이스' 대응을 위한 발사체 부문의 업무조정 시도가 있었지만 발사체 본부 반발이 거셌다. 이 갈등은 2021년 이상률 현 원장 취임 후에도 이어졌다. 해소되지 못한 내부 갈등은 지난해 고정환 당시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을 비롯한 발사체 본부 관계자들의 사표 사태로 비화했다.

 

과기정통부의 개입과 당사자 간 논의를 통해 이상률 원장이 제시한 '발사체 연구소' 체재로 개편하되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단'에 누리호 개발 주역들을 포함한 120여명 규모의 연구진을 배정하는 것으로 봉합이 됐다.

 

누리호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항우연 개발자들(사진=항우연)

 

한국판 NASA 우주항공청 설립 계기로 역할 주목

한국판 NASA라 할 수 있는 우주항공청 특별법 제정을 앞두고 국회 차원의 입법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우주항공청 특별법은 국무회의를 거쳐 지난 4월 4일 국회에 제출됐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의 경우 숙려기간을 거치고 여야 합의에 의해 1차 관문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제1소위원회에서 다뤄진 뒤 과방위 전체회의와 법사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회부될 예정이다.
 

하지만 우주항공청 신설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여야가 우주항공청 위상과 입지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탓이다.

 

우주항공청 위상에 대한 정부안과 야당안에는 차이가 있는 게 지지부진한 이유다. 정부가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한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은 과기부의 외청으로 우주청을 두고 우주항공정책을 총괄하도록 규정했다. 반면 야당 법안 중 조승래 의원이 발의한 우주개발 진흥법 개정안에는 대통령이 국가우주위원회의 위원장을 맡되, 그 아래 '우주전략본부'를 만들어 컨트롤타워를 맡기는 방안이 담겼다. 우주청은 차관급, 우주전략본부는 장관급 기구라는 점에서 위상이 다르다.

 

우주항공청 입지를 두고도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는 경남 사천에 우주청을 신설하겠다고 명시했지만,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과 야당이 발의한 법안들에는 설립 지역이 언급되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주청 입지로 과학 인프라가 우수한 대전이 적절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항우연이 생각하는 2050년 우주개발 청사진

 

한편, '누리호'와 달탐사선 '다누리' 개발 주역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엔지니어들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우주항공청의 문제점을 지적한 성명서를 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외청으로 우주항공청이 설립되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호소에 나선 것이다. 우주항공 기술과 국방·안보가 하나로 융합되는 시대에 완전히 역행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국방부와 외교통상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을 아우를 수 있는 범부처 통할 기구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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