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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리뷰] 임시주총 앞둔 KT, ‘용산발 낙하산’ 떨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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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국내 공룡 통신기업인 KT의 임시 주주총회가 오는 30일 열린다. 이번 주총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는 건 대표이사 자격조건을 변경하는 정관개정안에 대해 벌써부터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표이사 자리가 공석인 KT는 최근 대표 자격 요건에서 ‘정보통신 전문성’을 뺀 지배구조 개선안(정관 개정안)을 발표해 낙하산 인사를 앉히려는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T 정관에는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를 대표 자격으로 적시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삭제하고 ‘산업 전문성’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대체한 것이다. 그러면서 기업경영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같은 대단히 주관적인 요건을 대표 요건으로 함께 제시했다. 표면적으로는 본업인 정보통신을 넘어 다양한 산업과의 융합이 필요하다는 논리지만, 여권이 추천하는 ‘낙하산 인사’로 내정된 대표를 임명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관 개정안에는 CEO의 자격요건을 4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①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기업경영 경험과 전문 지식 ②대내외 이해관계자의 신뢰 확보와 협력적 경영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역량 ③글로벌 시각에서 기업의 사업 비전을 수립하고 임직원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리더십 ④산업 환경 변화를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관련 산업·시장·기술에 대한 전문성 등이다.

 

정관 개정안에 정보통신 관련 문구를 삭제해 이 정관이 통과된다면 ICT 분야에서 근무하지 않았어도 KT 대표이사에 오를 수 있게 된다. 논란이 일자 KT 측은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성이 빠진 게 아니라 산업 전반 전문성으로 확대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KT에 낙하산 인사가 대표로 내려올 것에 대비한 전초작업이라는 설이 무성하다.

 

KT가 올 초부터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의 간섭을 심하게 받으면서 대표이사 선임이 무산되는 과정을 거쳤기에 이 같은 설은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KT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부터 진통을 겪어왔다. 지난해 구현모 전 대표이사 연임 결정에 KT의 대주주이자 정부의 영향을 받는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내 재공모가 치러졌다. 재공모에 도전했던 구 전 대표는 급작스럽게 중도 사퇴하면서 연임을 포기했다.

 

구 전 대표는 사퇴하면서 자신의 후계자로 최측근인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 부문 사장을 내정했으나 역시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현대차 등의 반대, 그리고 이권 카르텔을 주장하는 여권의 압박에 검찰수사가 들어가자 한달만에 돌연 사퇴했다. 결국 이번에 정보통신 전문성 관련 문구를 정관에서 삭제한 것은 KT 대표이사 자리에 윤석열 정부에서 만족할 만한 사람을 뽑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T의 가림막 뒤에 누가 얼굴을 비출 지 궁금하다.

 

또한 KT는 최근 7명의 사외이사 후보 명단도 최근 공시, 임시주총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신규 사외이사에는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안영균 전 삼일회계법인 대표,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 이승훈 KCGI 글로벌 부문 대표 파트너, 조승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최양희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선임됐다. 지난 5년을 비춰볼 때 자진 사퇴를 제외하고 사외이사 통과가 부결된 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문제는 사외이사부터 벌써 친정부 카르텔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윤종수 차관은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고, 김성철 교수는 민·관 합동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 위원으로 몸담고 있다. 최양희 한림대 총장과 윤종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은 각각 박근혜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이명박정부 환경부 차관을 지낸 인물들이다. 또 곽우영 전 대표는 KT 2대 주주인 현대차 출신이다. 이 같은 친정부 성향의 사외이사와 대표는 KT에 ’정권 낙하산 카르텔‘을 양산할 수도 있다는 평가다.

 

KT 노조는 성명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 면면을 보면 현 대통령 자문위원회 소속, 박근혜정부 장관 출신, 대주주인 현대자동차 출신 등이 보인다”며 “정관상 대표이사 후보자의 자격요건서 정보통신 전문성을 산업 전문성 등으로 변경하는 등 낙하산 CEO를 선출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누누이 강조된 소액주주, 소비자, 종업원 등 이해당사자에 대한 배려도 전혀 없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와 여당은 KT 내부의 카르텔을 막기 위한 개입이라고 주장하지만 국내·외에서 더 전문성을 갖춘 이사와 대표를 선임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신임 대표가 KT의 기본 사업인 정보통신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면 취임 초기 경영 현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다. 이는 급변하는 통신 시장에서 KT의 산업 경쟁력을 약화 시킬 수 있다.

 

올해 초 정부의 KT대표 인사개입으로 인해 1분기 영업이익은 4,861억 원으로 전년대비 22.4% 하락했다. 반면 다른 통신사들은 증가했다. SKT는 1분기 영업이익 4,948억 원으로 전년대비 14.4% 증가했고, LG유플러스는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KT는 공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이다. 국민연금(주식 보유 비율 8.53%). 현대차그룹(7.79%), 신한은행(5.48%)이 최대 주주로 있지만, 56.4%의 주식은 소액주주 일명 개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표 선출에 개미 투자자의 일인당 지분율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사외이사 추천권(KT 주식 0.5%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을 갖지 못하는 등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KT는 민영화된 민간기업이지 국영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분 일부를 국민연금이 갖고 있다고 해서 국민연금이 주요 인사에 간섭하는 것은 관치 개입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KT 임시주총의 결과가 주목된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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