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리뷰] 정원 맛집으로 체면치레한 고급 한정식 ‘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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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말농장을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가양대교를 넘어 수색에서 항공대 방면으로 가는 길이 있고, 둘째는 강변북로와 자유로를 타고 가다가 방화대교 아래서 빠져서 가는 길이 있다. 후자의 루트는 가양대교 진출입로가 상습 정체라서 잘 타지 않지만 한 번 가보자 해서 갔는데 가는 길에 독특한 건물 하나를 보게 됐다.
길도 외졌고, 주변에 민가도 없는 거의 허허벌판 같은 곳에 건물이 하나 덩그러니 있고, 주차된 차들만 거의 이십여대는 될 법한 모습이었다. 무슨 집이지? 카페인가? 하다가 자세히 보니 한정식집이란다. 궁금해 내려 물어보니 주말엔 예약 없이 올 수 없고 평일 저녁도 자리가 없을 수 있단다. 나중에 한번 와 봐야지 하고 발길을 돌렸다.
6월 11일은 결혼기념일이다. 평일이고, 애들이 학원에 가야 하기 때문에 미리 주말에 저녁을 같이 하기로 했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목향을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오후 6시 30분에 한 자리가 남아 있다고 한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다행히 해가 아직 떨어지지 않은 6시 무렵. 건물 앞에는 이 식당 목향의 유래를 적어놓은 현판이 걸려 있다. 이 언덕이 안산이란다. 고려 말 태조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할 때 삼송리 숯돌고개에 이르렀을 무렵 기러기 한마리가 갑옷에 변을 보고 날아가는 걸 활로 쏘아 떨어뜨렸는데 그 기러기가 떨어진 지점이 이 작은 동산이었다 하여 기러기 안자를 써서 안산이라고 명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선 시간이 남아 건물 뒤편의 언덕을 거닐어 보기로 했다. 나무 침목을 놓아 걷는 이들을 배려하고 오르는 길 좌우로 난생 처음보는 들꽃들이 반겼다. 언덕 정상에는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군데군데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 쉬고 갈 수 있게 했다.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이 언덕에 올라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야트막한 언덕이지만 주변에 큰 산이 없어 시야가 뻥 뚫려 풍경 맛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정원을 만들기 위해 십 수 년간 쏟아부었을 주인장의 노력이 보지 않아도 그려진다.
시간이 다 되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건물은 커보였는데 식당 안 홀은 아담했다. 룸도 한두 개 정도 있는 것 같았지만 홀에 테이블이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정도로 촘촘하게 붙어 있다. 일반 식당도 아닌 고급 한정식인데 프라이버시 따위는 배려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모든 테이블이 꽉 차니 대화가 힘들 정도로 시끄러웠다.
일단 메뉴판부터 펼쳐봤다. 이른바 코스 메뉴가 6가지가 있다. 가장 저렴한 목향이 3만원이고, 이어 사과나무, 모과나무, 대추나무, 은행나무, 목련나무 메뉴가 있다. 가장 비싼 목련나무는 1인당 6만2천원이다. 우리는 1인당 4만3천원짜리 모과나무 코스를 주문했다. 왜냐하면 그 아래 목향과 사과나무는 고기를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의 다 말 그대로 풀때기다.
모과나무 코스에 나오는 요리들은 오늘의 죽을 시작으로 물김치, 샐러드, 훈제연어, 녹두전, 해파리 냉채, 몽골리안식 해물볶음, 소고기수육, 초무침, 매생이해물누룽지탕, 갈비찜, 그리고 식사다. 고기는 한우도 아닌 미국산이다.
입맛이 까다로운 둘째가 요리가 몇 개 나오고 나서 표정이 일그러졌다. 맛이 별로란다. 고기를 좋아하는 둘째는 소고기수육과 갈비찜을 기대했는데 소고기수육은 퍽퍽했고(심지어 수육을 와사비 소스에 찍어먹는 것도 아이러니) 갈비찜은 이게 4인분인가 싶을 정도로 양이 적었다. 나머지 음식들도 맛이 나쁘진 않았지만 한정식이 아닌 그냥 한식과 중식, 양식을 대충 섞은 퓨전 느낌이 났다. 열 가지 정도의 음식 중에 정말 맛있다 싶은 게 하나도 없다. 나이든 어르신들과 함께 온 가족들도 꽤 보이는데 어르신들이 먹을 만한 게 뭐 있나 하는 의문도 든다.
음식 나오는 속도도 거의 공장급이었다. 음식을 채 다 먹지도 않았는데 다음 접시를 들고 와서 빨리빨리 먹어줬으면 하고 보채는 느낌이다. 심지어 테이블 음식을 가져다주는 도우미 아주머니는 중간에 어떤 음식이 빠졌는지도 모른 채 이제 나올 게 다 나왔다는 실수를 하고 올 때마다 연거푸 사과를 했다.
마지막 식사에는 잡곡밥과 된짱찌개가 나오는데 밥은 물이 많았는지 질퍽했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아닌 주걱으로 한 번 푼 그대로 모양이 남아 있을 정도로 대충대충의 느낌이 전달됐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 표정이 썩 좋지 않다.
모름지기 식당은 서비스업이고, 돈을 낸 만큼 대접받는 게 당연하다. 건물 외관과 코스 메뉴는 고급을 추구했을지 모르겠지만 일반 기사식당과 다를 바 없다. 고급 한정식이라고 썼지만 전혀 고급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비싼 돈 내고 아까워하긴 처음이다. 한 번 온 손님은 있지만 두 번 온 손님은 다시는 없을 것 같은 그런 한정식집이다. 정원의 아름다운 느낌이 없었다면 화를 내고 박차고 나와도 무방할 그런 식당이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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