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리뷰] 한라산 눈꽃산행 완전정복② -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 ‘성판악-관음사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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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라라 리뷰어]
온통 흰 눈으로 뒤덮인 순백의 백록담을 만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폭설 수준의 눈이 온 직후 산간에 영하의 온도가 지속되면서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 그런 날이어야 순백의 백록담과 마주할 수 있다.
이번 폭설로 한라산은 5일간 입산이 통제됐다. 27일부터 입산이 허용되고 있지만 백록담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탐방로가 제대로 정비될 때까지 하루이틀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한라산의 정상인 백록담을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다. 성판악 또는 관음사 코스로 오르는 것이다. 보통 사람의 체력 기준으로 성판악 코스는 편도 9.6km로 4시간 30분 정도, 관음사 코스는 8.7km로 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거리는 관음사 코스가 짧지만 난이도는 성판악 코스에 비해 높은 편이라 왕복 코스가 아닌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판악 코스로 올라 관음사 코스로 하산한다.
성판악 코스의 시작지점은 해발 750m, 관음사 코스의 시작지점은 해발 620m이니 관음사 코스의 난이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1. 백록담(성판악-관음사)으로 가려면 예약 필수!
성판악 또는 관음사 코스로 산행을 하려면 예약이 필수다. 성판악 코스 1,000명, 관음사 코스 500명으로 1일 1,500명만 입장할 수 있다.
겨울산행 시즌이 시작되면 일찌감치 예약을 마친 사람들이 많아 원하는 날짜를 선택하는게 쉽지 않다. 예약할 수 있는 시간대는 3개(05:00~08:00, 08:00~10:00, 10:00~12:00)인데, 10시부터 등산을 시작한다면 진달래밭 대피소(성판악)와 삼각봉 대피소(관음사) 통제시간인 12시 이전에 도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자신의 체력을 감안해 시간대를 선택해야 한다. 성판악 코스의 경우 5.8km지점에 위치한 사라오름까지만 갈 계획이라면 마지막 시간대에 예약해도 된다. 또 1-2명 정도의 인원이라면 무작정 등산로 입구에서 기다려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No show도 나올 수 있으니 말이다.
예약을 마치면 입장QR코드가 포함된 예약확정문자를 보내준다. 이 QR링크를 입구에서 제시하면 되고, 본인 확인 과정을 거치니 신분증도 지참해야 한다. 간혹 예약확정 문자를 제대로 보지 않은 채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았다가 입구에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예약은 아래 링크에서..
https://visithalla.jeju.go.kr/main/main.do
2. 이보다 더 황홀할 순 없다 '사라오름'
QR코드를 찍고 산행을 시작해 4.1km 정도에 위치한 속밭대피소까지는 비교적 평탄한 산행길이다. 등산 시작 전 웜업 느낌으로 걸을 수 있다.
온통 순백의 눈 세상에서 황홀경에 취해 걷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다. 탐방로 양 옆으로 쌓인 눈은 수십 센티미터지만 탐방로 구간은 정비가 돼 있고 앞사람이 지난 흔적이 있기 때문에 발이 빠질 염려는 없다.
속밭 대피소를 지나 약 1km를 더 가면 왼편에 사라오름으로 향하는 계단이 나온다. 폭설 탓에 계단 데크도 모두 눈에 묻혀버렸다. 겨울 산행은 체력 소모가 많아서인지 이날 사라오름으로 향하는 사람은 1-2명 정도밖에 없었다. 언제 또 만나게 될 비경일지 알 수 없으니 이번엔 사라오름에도 들려보기로 한다. 데크 계단에 눈이 너무 많이 쌓여 난간과 스틱을 잘 잡고 조심해서 올라야 한다.
드디어 사라오름 산정호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여름 태풍 직후 물에 잠겼던 데크, 이번엔 순백의 눈에 잠겼다.
사진으로는 제대로 담기지 않는 신비로운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3. 어디로 눈을 돌려도 순백의 겨울왕국
사라오름을 나와 다시 탐방로로 들어선다. 지금부터 약 300여 미터 구간까지는 아직 오르막이 아니니 비교적 수월하다.
그리고 나서 이어지는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약 1.2km의 오르막 구간은 난이도가 좀 있는 편이다. 물론 백록담을 바로 앞에 둔 마지막 부분에서 힘을 내야 하지만, 일단 진달래밭 대피소에 이르렀다면 잠시 한숨을 돌릴 수 있다. 백록담에 오르려면 진달래밭 대피소 도착 시간이 12시 이전이어야 한다.
진달래밭 대피소를 지나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약 2.3km. 평지에서도 짧다고 할 수 없는 거리인데 폭설 이후이니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눈은 쌓여 있지만 탐방로는 사람들이 이미 오간 흔적이 있어 스패치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다.
백록담을 향한 마지막 구간은 경사가 심한 편이다. 길지는 않지만 경사가 심한 이 구간을 잘 통과하면 백록담 정상이 기다리고 있다.
4. 한폭의 수채화가 이보다 멋질까? 백록담 정상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출발한지 약 1시간 30분여.
드디어 백록담이 모습을 드러냈다.
순백의 겨울왕국이다. 아무도 밟지 않은 저 눈 속에 파묻혀보고 싶은 충동마저 생긴다.
정상에 오른 시각이 늦다보니 여유롭게 앉아 점심을 먹을 시간이 없다.
백록담에서는 13:30부터 하산을 시작해야 한다. 하산을 시작하라는 안내방송이 쉼 없이 흘러나온다.
간단한 점심을 마치고 바로 관음사 코스로 하산길을 택한다.
5. 이런 눈길을 걷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 관음사 코스로 하산하기
관음사 코스도 곳곳이 온통 새하얀 순백의 겨울왕국이다.
잊기 어려울 것 같은 황홀경에 취해 계속 발길이 멈춰진다.
1시간 반쯤 내려왔을까? 멀리 용진각 현수교가 보인다.
사람들이 걸어간 흔적을 제외하고 주변 곳곳은 온통 순백의 눈이라 튼튼하게 버티고 있는 교량이 이곳이 용진각 현수교임을 알려준다.
삼각봉 대피소까지는 비교적 편안힌 길이라 빠른 걸음으로 내달려본다.
10여분 정도 만에 도착한 삼각봉 대피소.
출입구 지붕엔 고드름도 살짝 얼어 있다.
삼각봉 대피소를 지나면서부터는 걸음이 빨라진다.
개미등을 지나 약 3km 정도를 남겨놓은 지점, 옆으로 모노레일이 지나간다. 응급환자 이송용 모노레일이다.
이미 5시를 향해 달려가는 시간이라 그런지 홀로 산행하는 내게 모노레일을 타라신다.
‘난 환자 아닌데.. 타도 될까?’
잠시 머뭇했지만 사라오름까지 들린 터라 많이 피곤하기도 해 일단 타기로 한다.
그런데 모노레일 엄청 느리다~
피곤함만 아니었다면 걷는 속도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ㅎㅎ
6. 산행 Tip
성판악 탐방로의 주차 공간은 151석밖에 되지 않는다. 5시 전후로 도착하는 걸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일찌감치 만석이 되니 차를 갖고 간다면 일찍 출발해야 한다. 6시가 채 되기도 전에 주차장이 만차이니 인근에 주차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문자가 왔다.
성판악 탐방로 입구에는 먹거리와 생수를 파는 곳이 없으니 미리미리 준비해 가야 한다. 하지만 관음사 탐방로 입구에는 탐방로 맞은편에 작은 휴게 편의점이 하나 있다.
생수와 음료수, 먹거리, 김밥 등을 팔며 등산스틱도 구비돼 있으니 필요하다면 이곳에서 구입해도 된다.
성판악 또는 관음사 탐방로는, 특히 겨울 산행이라면 초보자의 경우 체력을 기르고 올라야 한다. 겨울 산행이 아니더라도 산을 오를 때는 체력이 남아도는 듯했으나 하산할 때 다리가 풀려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종종 봤다.
관음사 코스로 내려오면 제주대학교를 왕복하는 475번 버스가 있다. 배차 간격이 길어 시간이 안 맞으면 30여분 이상 기다려야 할 수도 있지만, 산행을 한 직후이니 그 사이 스트레칭 등을 하며 기다리면 된다.
7. 무료 등정인증서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에선 등정인증서를 무료로 발급받을 수 있다. 제주IoT 앱을 설치한 후 등정인증 예약번호를 넣고 정상에서 찍은 사진을 업로드하면 즉시 발급된다. 인증용 사진은 GPS 정보로 확인하는 것이라 본인 얼굴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니다.
<lala_diman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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