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리뷰] 뚜벅이도 쉬운 여행, 관광지 순환버스(820번) 타고 즐기는 제주 서쪽 여행 > 문화&이벤트 리뷰

[리뷰타임스=라라 리뷰어] 제주도를 여행한다면 렌터카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제주도의 버스 체계를 조금만 더 자세히 알고 간다면 버스로도 제주 구석구석을 알차게 돌아볼 수 있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의 주요 도시들이 대부분 시티투어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제주도엔 시티투어버스 말고도 관광지순환버스가 하나 더 있다.

출처 : http://www.jejutouristshuttle.com

거문오름, 동백동산, 비자림,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 등 동부 지역의 주요 관광지를 순환하는 810번 노선과 오설록티뮤지엄, 환상숲곶자왈, 저지예술인마을 등 서부 지역의 주요 관광지를 순환하는 820번 노선이다. 두 버스 모두 출발지점(810번은 대천환승센터, 820번은 동광환승센터)에서 9시부터 5:30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행되니 원하는 관광지를 여유롭게 돌아보기 좋다.

1. 820번 버스 어디에서 타지?

820번 버스가 출발하는 지점은 동광환승 정류장이다. 제주도에는 교통 요지가 몇 곳 있는데, 동광환승 정류장은 서부 지역의 교통 중심지다. 제주시, 서귀포시, 한림방면, 모슬포방면, 영어교육도시 방면 등으로 출발하는 버스가 모두 이곳에 정차한다.

820번은 동광환승 정류장 2번에서 탑승하는데, 일반 버스와 달리 오렌지색이니 금세 눈에 띈다. 이곳에서 탑승하면 오설록 티뮤지엄 방향으로 출발한다. 820-1과 820-2로 노선은 두 개인데 방향만 다르고 정차하는 지점은 동일하다. 혹시 반대 방향으로 탔다 해도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몇 곳의 관광지를 찜해 두었다면 가까운 곳을 먼저 가면 되니까.

일반 버스와 달리 820번 버스에는 관광안내사가 함께 탑승한다. 손님이 좀 있을 때는 정차하는 곳마다 간단한 설명을 곁들여주고, 내릴 사람들도 일일이 챙겨준다. 두서너명의 손님이 타게 되면 손님마다 하차 지점을 물어보고, 하차 후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2. 관광지순환버스(820번), 요금은 얼마?

요금은 시내버스 요금과 동일하고, 환승할인도 받을 수 있다(제주도의 환승 할인은 2회 환승까지 무료). 820번 버스만으로 하루 여행을 즐길 생각이라면 1일 3000원권을 구입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3. 820번 버스 타고 가볼만한 곳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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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0번 버스가 정차하는 지점에는 제주도 서쪽 지역의 곶자왈이 대부분 포진해 있다. 환상숲 곶자왈공원을 비롯해 청수곶자왈, 산양곶자왈뿐 아니라 오설록 티뮤지엄 뒤편으로 이어지는 저지곶자왈도 만날 수 있다.

환상숲곶자왈공원

세계자동차박물관

정차 지점에는 사설관광지가 많아 입장료가 있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입장료 없이 제주의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도 적지 않다. 몇 곳만 선정해 간략히 소개한다.

• 오설록 티뮤지엄

푸르른 싱그러움이 가득한 드넓은 녹차밭이 인상적인 오설록 티뮤지엄. 이곳에선 녹차 디저트와 음료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늘 북적대는 티뮤지엄 본관 건물보다 주변을 산책하는 게 더 좋다. 녹차밭 사이를 걷다보면 요즘 시즌엔 동백꽃도 만날 수 있다. 한 송이씩 툭 떨어진 제주의 토종동백꽃. 푸른 빛의 녹차밭과 어우러져 신비한 매력을 더한다.

오설록 티뮤지엄에선 제주의 원시림인 곶자왈 숲도 즐길 수 있다. 저지곶자왈을 지나는 올레길 14-1코스가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 바로 뒤편에서 시작한다(이곳은 14-1코스의 종료 지점임). 9.3km에 이르는 올레길 14-1코스를 다 걸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코스의 초입부터 곶자왈이 시작되니 2.2km 정도의 구간인 곶자왈만 잠시 걸어도 좋고, 다 갈 필요 없이 조금 걷다 돌아 나와도 괜찮다. 녹차밭과 제주 곶자왈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코스다.

•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엔 미술관만 3곳이 자리하고 있다. 제주현대미술관(도립),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그리고 지난해 12월 문을 연 유동룡이타미준미술관이다. 늘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이 함께하는 도립미술관 두 곳은 입장료도 2,000원으로 저렴하다. 유동룡이타미준은 제주를 사랑한 건축가로, 일본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살았지만 평생 귀화를 거부한 채 한국 국적을 유지하며, 자신만의 한국성을 표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세계적인 건축가다. 그의 작품인 방주교회, 포도호텔, 수풍석 미술관은 제주 건축투어의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미술관에 들어가 작품을 감상하지 않고 저지예술인마을만 산책하듯 천천히 걸어봐도 좋다. 마을 전체에서 진한 문화의 향기에 흠뻑 취할 수 있다. 예술인마을 초입에는 세계 각국의 야생화가 둥지를 튼 야생화 정원인 방림원이 들어서 있다.

• 저지오름

저지오름 정상에서의 뷰

저지예술인마을에서 저지오름 입구까지는 약 2km가 채 되지 않는 거리다. 굳이 버스를 탈 필요 없이 중산간의 아늑함이 느껴지는 저지리마을을 구경하며 산책하듯 걷다보면 어느새 오름의 입구다. 도로길을 따라 약 500여 미터를 걸어나오면 제주올레 14-1코스의 리본 표식이 보이는데 이때부터는 올레길 표식을 따라 오름입구까지 걷는 걸 추천한다. 차로에서 보는 마을과 달리 저지리 마을 구석구석을 볼 수 있고, 작은책방인 ‘책방소리소문’에서 책과 함께 여유를 즐길 수도 있다.

표고 238m의 저지오름은 약간 가파른 오름이라 약 20분 정도 올라야 한다. 닥나무가 많아 ‘닥몰오름’이라 불렸다니 오름을 오르면서 닥나무를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오름 정상에 서면 제주 서쪽의 파노라마 같은 뷰가 한눈에 들어온다.

방림원

<lala_diman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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