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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리뷰] ‘뮤지엄 산’ 관람 후기 “예술에 취한 2시간 30분”

다른 박물관 미술관에서는 볼 수 없는 체험 작품이 백미로 꼽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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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강원도 원주에는 ‘뮤지엄 산’이라는 이색적인 박물관(혹은 미술관)이 있다. 여기는 가슴 아픈 기억이 서려 있는 곳이다. 몇 년 전엔가 강원도 여행 길에 아내가 여기 가보고 싶다는 요청에 들른 적이 있는데 비싼 입장료에 입이 떡 벌어져 “나는 여기 있을 테니 애들하고 같이 보고 와라”는 내 말에 삐쳐서 결국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차를 돌렸던 기억이 있다.

 

이번엔 큰 맘 먹고 들렀다. 기껏 입장료가 대수냐 하는 생각에서다. 두 시간 반 동안 둘러보고 나온 느낌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돈 값은 한다’는 거다. 종이박물관과 미술관을 이용할 수 있는 기본권은 19,000원이고 제임스 터렐관과 명상관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통합권은 40,000원이다. 분명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여행 온 김에 통합권을 구매하는 분들이 많은 듯 보였다..

 

 

이름마저 생소한 뮤지엄 산

뮤지엄 산은 흔한 그 산(mountain)이 아니다. 뮤지엄의 사전적 의미는 학술적 자료를 수집·보관·진열해 일반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공간이고, 여기서 말하는 SAN은 Space Art Nature의 약어로 뮤지엄 산은 자연에 예술을 입힌 곳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뮤지엄 산은 2013년 5월 한솔문화재단이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 리조트 내부에 개관한 박물관이자 미술관이다. 1997년부터 운영되던 종이 박물관 자료를 옮기고 한솔그룹 이인희 고문이 40여 년간 수집한 청조 컬렉션 300여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으로 이루어진 문화예술 공간이다.

 

 

한솔문화재단이 원주 오크밸리 부지 내에 있는데 오크밸리가 2019년 HDC현대산업개발에 매각됐지만 뮤지엄 산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되어 한솔문화재단이 계속 운영하고 있다. 이 건축을 총괄했던 건축가는 안도 타다오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8년간 건축을 담당했다고 한다.

 

뮤지엄 산은 ‘산’이라는 테마에 착안하여 건물 한 동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실내와 야외를 직접 걸으며 관람하는 시스템으로 꾸며져 있다. 대략 2.5km 거리를 걸어야 하는데 뮤지엄 전체 관람 소요시간은 2시간 정도이다. 뮤지엄 산은 종이박물관, 미술관, 명상관, 제임스 터렐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지금껏 가본 미술관이나 박물관 중에서 가장 긴 시간인 2시간 30분을 여기서 보냈다.

 

뮤지엄 산은 오솔길을 따라 웰컴 센터, 잔디주차장을 시작으로 플라워 가든, 워터가든, 뮤지엄 본관, 명상관, 스톤 가든 및 제임스 터렐관으로 이어져 있다.

 

 

본관은 네 개의 윙 구조물이 사각, 삼각, 원형의 공간들로 연결되어 대지와 하늘을 사람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건축가의 철학이 담겨있다고 한다. 건물 내부에서도 마치 미로 속을 걸어 다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하고 기하학적인 구조물을 느낄 수 있다. 건축물의 대가 안도 타다오의 설계로 공사를 시작해 빛과 공간의 예술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공사의 피날레로 장식한다.

 

 

본관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워터가든은 물이 워낙 잔잔하고 고요해서 주변 풍경들이 물 위에 떠있는 듯한 풍경을 자아낸다.

 

 

우리는 관람 동선의 제일 끝인 제임스 터렐관부터 구경하고 나오면서 미술관과 종이박물관을 구경하는 순서로 코스를 잡았다.

 

 

머리를 띵하게 만드는 제임스 터렐관

제임스 터렐관은 빛과 공간의 예술가인 제임스 터렐의 대표작품 스페이스 페이스, 스페이스 디비전, 호라이즌 룸, 웨지 워크, 간츠 펠트의 다섯 가지를 볼 수 있는 전시관인데 따로 입장권을 구매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 사전 예약을 받지 않고 당일 선착순 현장 발권으로만 입장이 가능하며, 미취학 아동은 오후 3시 타임에만 입장할 수 있다.

 

여기는 특별히 큐레이터와 동행하며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데 사진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뮤지엄 산의 다른 작품들과는 특별히 다른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처음이라면 상상하지 못한 체험을 하게 된다. 처음 느낌은 “이게 예술인가?”하는 생각을 했다가 체험을 마치고 나오는 순간 “예술의 세계는 정말 심오하구나”하는 걸 느끼게 된다. 한마디로 제임스 터렐관은 뮤지엄 산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

 

사진=뮤지엄 산 홍보자료

 

큐레이터의 설명에 따르면, 제임스 터렐은 시각예술에서 사물을 인식하기 위한 도구이자 항상 조연이었던 ‘빛’이라는 매체를 작업의 주연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타 작가들과는 다른 예술적 특징을 지녔다고 한다. 그의 작품들은 관람자들로 하여금 하늘과 빛을 관조하는 가운데 명상과 사색의 시간을 누리게 하며, 그 시간을 통해 내면의 영적인 빛을 마주하는 ‘빛으로의 여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스톤가든과 백남준 홀

제임스 터렐관을 나오면 스톤가든을 만날 수 있다. 신라 고분의 아름다운 선을 모티브로 한 9개의 스톤 마운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대한민국의 지역별 고분으로 만들어졌다. 신라고분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9개의 스톤 마운트가 전시되어 있는 스톤 가든은 한반도의 8도와 더불어 제주도를 상징하는 고분 형식의 돌무덤이 조성되어 있다. 히지만 각 지역별 돌 무덤이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어 있는지는 적혀있지 않아 아쉬웠다. 이곳의 돌은 강원도 원주시 귀래면에서 가지고 온 돌을 이용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곡선으로 이어지는 스톤 마운드의 산책길을 따라 해외 작가의 조각품을 감상하며 대지의 평온함과 돌, 바람, 햇빛을 만끽해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가 간 날에는 스톤가든에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 있었다.

 

나오는 길에 들른 미술관은 여느 미술관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우리가 갔을 때는 일상(일상_Layer)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은 겹겹이 쌓여 완성되는 판화의 Layer를 닮았다고 해서 기획된 미술 작품들이다. 작가들은 우리의 일상이 이 순간에도 흘러가고 있고 삶과 죽음, 시간과 공간, 안과 밖이 같이 대립되는 양극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 희망을 찾게 된다고 말한다.

 

 

둥근 원형의 구조물 속에 마련된 백남준 홀은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작품 두 점이 전시되어 있다. 하늘을 상징하는 9미터 높이의 원형 공간은 천정의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건축에 끌어들인 공간이라고 한다.

 

 

 

종이에 대한 모든 것 종이박물관

뮤지엄 본관에는 종이박물관이 위치해 있다. 상설 전시장이며 판화공방을 비롯한 각종 체험형 전시 등 특별 관람을 원할 경우에는 따로 신청해야 한다. 한솔 종이박물관은 1997년 국내 최초의 종이 전문박물관으로 개관한 이래 국보와 보물 등 다수의 지정문화재와 다양한 공예품 및 전적류를 수집·연구·보존해 왔는데 종이의 역사와 의미에 대한 전시 및 유관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종이의 탄생부터 현재까지를 보여줌으로써 관람객들이 종이의 가치를 재인식할 수 있게끔 해준다.

 

종이 박물관 갤러리 1은 ‘종이를 만나다’(지紙)라는 주제로 종이 이전의 글쓰기 재료에서부터 종이의 탄생과 서양으로의 전파, 제지기술의 발전 그리고 우리의 한지 제작기술에 대한 정보를 다양한 유물과 시각자료로 전시하여 동서양 종이에 대한 이해를 돕는 공간이다.

 

‘종이를 품다’(지持)라는 주제로 꾸며진 갤러리 2는 지승, 지장, 지호, 전지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 종이공예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섬세하게 표현한 선조들을 미감과 종이의 실용적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뜻을 품다’(지志)라는 주제의 갤러리 3에서는 뮤지엄 산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 및 보물 등의 전적류들을 접하는 공간이다. 종이로 남겨진 선조들의 사상과 정신을 살펴봄으로써 의미 전달매체로서의 종이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다.

 

갤러리 4에서는 종이와 문자 그리고 관람객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체험 작품 The Breeze가 설치되어 있다. 이 작품은 독일의 ART+COM이라는 설치예술그룹의 작품으로 물결치는 종이 위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먹물 방울이 ‘뿌리 깊은 나무 바람에 아니 묄세’라는 용비어천가의 한 구절로 서서히 형상화되는 과정을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부록 : 가보지 못한 명상관

우리가 가보지는 못했지만 명상관이 있다. 2019년 1월 개관한 명상관의 명상 프로그램은 뮤지엄산 입장권과는 별도로 티켓을 추가 구매해야 한다. 다양한 명상 코스가 있고 큐레이터의 충분한 설명을 듣고 고르는 게 좋다고 한다. 10시 25분부터 40분 단위로 입장이 가능하며  25명으로 인원 제한을 하고 있다. 다음에 온다면 여기만 꼭 들러보고 싶다.

 

사진=뮤지엄 산 홍보자료

 

주소 :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 2길 260

운영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 ※ 매표마감 : 오후 5시

 

제임스터렐관 : 계절에 따라 운영시간 상이, 30분단위로 입장 가능(당일 선착순 현장발권, 한 타임당 인원제한 28명), 관람 종료 1시간 전 매표 마감

명상관 : 10:25 부터 40분 단위로 입장 가능(당일 선착순 현장발권, 인원제한 25명), 미취학 아동 입장불가

 

휴무일 : 매주 월요일 휴관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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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3

라라I리뷰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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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I리뷰어
2023-01-31 11:27
건축물의 사진을 보는 순간, 제주도의 '본태박물관'이 스치며, 안도 타다오가 바로 떠올랐는데, 역시나 그의 작품이었군요~~
원주의 새로운 명소를 알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우선I기자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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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선I기자
2023-01-31 11:42
오~ 제주도에도 타다오 작품이 있군요. 몰랐네요.

수시로I리뷰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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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I리뷰어
2023-01-31 16:19
안도 타다오.. 우리나라에 너무 많네 ㅋ 이것도 쏠림현상인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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