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왜 남미 축구에 맥을 못 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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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항상 이런 식이다. 이러니 한국 축구에 발전이 없다. 미안한 얘기지만 졌지만 잘 싸웠다는 건 말이 안된다. 이겨야 잘 싸운 거다. 축구는 냉험한 승부의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렇다. 우리나라 월드컵의 역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국내에서 치러진 2002년 월드컵 때를 제외하고 정말 가슴 졸이지 않고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고 본 적이 있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 볼 일이다. 언제나 살얼음판을 걷듯 아슬아슬한 한국 축구를 잠시 뒤돌아본다.
카타르 월드컵 8강 진출을 위한 브라질 전이 6일 새벽 4시에 열렸다. 남미의 강호 브라질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역시 우승 후보로 손꼽힐 만큼 강한 팀이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특징 중의 하나는 강팀에게는 긴장한 탓인지 항상 전반 초반에 실점을 한다는 점이다. 실점을 하는 순간 우왕좌왕 오합지졸이 된다. 그러다 후반전이 되면 밀어붙이다가 한 골을 만회하고 기가 살아날 듯한 상태에서 끝이 난다. 그러다보니 내가 안봐야 이긴다는 이른바 축구 시청을 포기한 '축시포자'를 주변에서 꽤 찾아볼 수 있다.
이번 브라질 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반 킥오프 휘슬이 울린 지 7분만에 수비가 뚫리면서 선제골을 내줬다. 13분에는 석연치 않은 판정이었지만 페널티킥으로 추가골을 내주고 말았다. 이후 조직력은 급속도로 무너져 전반에만 4골을 빼앗기고 말았다. 후반전에 대한민국은 만회골을 터트리며 추격의 발판을 삼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지난 6월 브라질과의 국가대표 친선경기에서 5대 1로 패한 악몽이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브라질은 한국에 방한해 에버랜드와 남산타워에서 관광을 하고 경기와는 상관없이 즐기듯 하면서도 대한민국 대표팀을 농락했다.
왜 매번 브라질 앞에서는 작아지는가. 브라질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표팀은 남미팀만 만나면 맥을 못 추었다. 왜 그럴까. 대한민국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만난 남미팀들과의 전적을 잠깐 알아보자.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처음 남미팀을 만난 건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였다. 마라도나 최전성기의 시기였고 그 대회 우승팀이 아르헨티나였다. 심지어 한국은 32년만에 월드컵에 올라온 팀이었으니 결과는 뻔했다.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태권 축구 내지는 군대 축구를 해가며 존버했고 월드컵 사상 첫 골도 넣는 성과로 3:1 패배로 마무리했다.
다음 상대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우루과이였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2패로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상황에서 존버에 성공하며 무승부로 승점 한 점을 챙기는 듯 했으나 종료 직전 헤딩골을 얻어맞고 패배했다.
1994년 미국에서 치러진 월드컵에서는 볼리비아와 만났다. 축구 잘 한다고 소문난 남미 동네출신치고는 꽤 약체였고 한국도 최초 1승 상대로 지목할 만큼 해 볼만 했지만 변죽만 울리다가 0:0 무승부로 끝났다.
이후 98년 월드컵에서는 멕시코에 3:1로 패했고, 02년, 06년 두 대회 연속 남미팀을 만나지 못하다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다시 만난 메시의 아르헨티나에게 4:1로 대패했다. 그 대회에서 천신만고 끝에 올라간 16강에서 우루과이를 또 만나 2:1로 석패했다.
그리고 올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남미팀을 두 번 만나(우루과이, 브라질) 1무 1패로 마무리되었다. 특히 월드컵에서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브라질을 올해 경험했다.
정리하자면, 우리나라가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나간 결과 남미팀과의 전적은 2무 5패를 기록했다. 미국, 멕시코 같은 북중미를 포함시키면 아메리카 대륙에게 거둔 전적은 3무 7패로 늘어난다. 이쯤 되면 번번히 중남미 국가들에게 발목이 잡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2년 이후 유럽 축구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면서 독일도 한번 이겨보고, 포르투갈도 이기면서 꽤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내보기도 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도 여전히 남미 축구에 대한 부담감은 떨쳐내지 못했다.
기술이 뛰어나지 않은 축구 강국이 어디 있겠냐만 일단 클래스가 다른 브라질의 기술 축구에 주눅든 모습은 여전했고, 다져온 조직 전술이 와르르 무너지는 장면이 많았다. 한마디로, 쉽게 먹히고 어렵게 넣는 패턴이 반복됐다. 물론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맨바닥에서 축구공을 끼고 살아 우리나라 사람들이 젓가락질로 콩을 아무렇지 않게 잡듯이 축구를 한다고 하니 그들을 왠만해선 이기기 힘들 것이다.
꼭 남미 축구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겠지만 우리나라 축구는 여전히 패스와 점유율 축구를 지향함에도 불구하고 볼 키핑이나 트래핑이 투박해서 유럽이나 남미 축구에 비해 매끄럽지 못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나마 히딩크나 벤투 같은 외국인 감독을 맞으면서 태권 축구, 군대 축구로 불리웠던 한국 축구가 기술적으로 많이 향상된 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4년 뒤 월드컵에서 남미팀을 만난다면 꼭 1승을 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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