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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리뷰]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이유

TV 속 트롯 쌍두마차 <미스터트롯2> vs <불타는 트롯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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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설 명절 연휴에 TV 채널을 돌리다가 비슷한 프로 2개가 눈길을 끌었다. 트롯 경연으로 짭짤하게 재미를 본 TV조선의 <미스터트롯2>와 몇 차례 트롯을 띄우려다 실패했지만 다시 도전장을 내민 MBN의 <불타는 트롯맨>이 그것이다.

 

트롯 프로그램의 쌍두마차 <미스터 트롯2>와 <불타는 트롯맨>

 

매주 목요일 밤 방송되는 <미스터트롯2>는 첫 주부터 20.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높은 시청률로 출발했다. 5주 연속 전 채널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19일 방송에선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반드시 탈락하는 1대 1 데스매치가 시작되면서 자체 최고 기록인 21.3%를 찍었다.

 

매주 화요일 밤 방송되는 <불타는 트롯맨> 역시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첫 방송에서 8.3% 였던 시청률은 지난 17일 5회 만에 14.3%로 상승했고 최근 24일 방송에서도 14%대를 유지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고 MBN 창사 이래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동안 MBN은 몇 차례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을 띄우다가 실패를 맛보았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자신하는 분위기다. 새롭게 선보인 <불타는 트롯맨>은 TV조선에서 '미스·미스터 트롯' 시리즈로 트롯 열풍을 일으킨 서혜진 PD가 독립 제작사를 차린 뒤 MBN과 함께 제작한 프로그램이라 더 주목을 받았다.

 

특히 <불타는 트롯맨>의 경우 <오징어게임>의 컨셉을 가져와서 상금이 계속 쌓이는 방식을 도입해 재미 요소를 주고 있다.  총 상금으로 10억을 예상하는 가운데, 6회에서 거의 5억 5천을 찍었다. 반면, <미스터트롯2>는 기존과 큰 변화는 없고 꾸준히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지만 큰 한 방이 안 보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두 프로를 보면서 궁금증이 들었다. 왜 사람들은 오디션 트롯 프로에 열광할까?

 

트롯에 열광하는 이유?

개인적으로 트롯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기껏해야 노래방에서 음주가무용으로 한 두 곡 정도 부를 뿐이다. 그런데도 가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트롯음에 나도 모르게 흥얼거릴 때가 있다. 나이 탓일까?

 

내 나름대로 끄적여 본, 사람들이 트롯에 열광하는 첫 번째 이유는 코로나19로 집안에 갇힌 중장년층의 욕구 해소가 아닐까 싶다. <미스트롯>으로 시작된 트롯 열풍은 코로나 이후 급증하는 피로감과 사회적 스트레스 해결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슷한 시간대의 교양 프로들이 창의적이지 못한 콘텐츠로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게 이를 방증해주고 있다. 끌리지 않는 건 안 본다는 얘기다. 성격은 다르지만 <나는 자연인이다>와 같은 프로그램 역시 소외된 계층 혹은 은퇴세대에 해당하는 장년층 남자들에게 도시 생활에서의 피곤한 일상을 벗어나 대리만족해주는 콘텐츠로 인식하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본다. 덕분에 집에서 아내에게 이 프로를 본다고 핀잔을 받고 있지만 말이다.

 

중장년층 남자들에게 인기 있는 &lt;나는 자연인이다&gt;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인문경영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트롯 열풍은 고정관념을 파괴한 ‘역(逆) 포지셔닝’과 심사 시스템을 도입해 격려와 힐링을 원하는 사회적 변화와 시청자들의 감정선을 고려한 매우 영리한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또 한국인들의 DNA인 '한'과 '흥'의 창조적 결합과 조화가 대중과 교감하며 트롯 열풍을 이끈 일등 공신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트롯의 인기는 코로나와 정치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라는 해석도 같은 연장선상이다. 코로나와 경기 침체로 사람들은 ‘재택’ 제약의 받으면서 답답한 상황을 위로 받고 스트레스와 우울증까지 날려주는 시원한 단비 같은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특히 중장년층들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힘들고, 답답하고, 우울한 시간들을 보냈다. 사업이 힘들어지고 집 밖으로도 잘 못나가는 감옥 아닌 감옥살이를 하고,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마음껏 만나지 못한 이들에게 트롯은 위로 해결사의 역할을 했는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달라진 트롯의 트렌드이다. <미스터 트롯>이나 <불타는 트롯맨>과 같은 프로가 인기를 끄는 건 대중들의 요구와 욕구가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의 트롯은 지금까지 트롯의 대명사였던 이미자, 나훈아, 남진, 조용필, 주현미와 같이 과거 전통을 기반으로 한 복고풍의 노래가 결코 아니다.

 

미스트롯으로 히트를 쳤던 송가인의 경우 판소리로 다져진 독특하고 새로운 목소리로 미스트롯 첫 노래인 한 많은 대동강에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TV를 시청하던 중장년층의 심금을 울린 것이다.

 

미국 아칸사스대학교에서 네이처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음악은 반복, 친밀도와 훈련을 통해 듣는 이들로 하여금 뇌파를 동기화시킨다(Music synchronizes brainwaves across listeners with strong effects of repetition, familiarity and training)'에서도 “늘 들어왔던 음악이 아니라 생소한 스타일의 음악을 들려주었을 때, 청중들은 뇌파가 더 강하고 빠르게 같은 뇌파를 형성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이전에 들어왔던 목소리나 늘 들어오던 스타일의 노래보다는 독특하고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에 많은 청취자들이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트롯은 보통 4분의 4박자 리듬에 단순하고 직접적인 가사가 매력적인 장르이다. 미스터 트롯에 나왔던 '찐이야',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막걸리 한잔'을 비롯한 많은 곡들은 우리 삶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직접적이고 직관적으로 들려준다. 직접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트롯의 특징은 중장년층 뿐만 아니라 거침없는 직진 표현이 익숙한 요즘 세대들에게도 공감대를 얻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TV를 보는 세대의 변화다. MZ세대는 TV를 보지 않는다. 대신 스마트폰에서 유튜브를 본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인기 TV 프로그램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두드러진다. 20대 젊은이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TV 예능에 나오는 연예인들과는 너무 갭이 크다. 유재석, 신동엽, 강호동, 김구라, 서장훈, 이수근 등은 30살 이상 차이가 난다. 젊은 연예인이라고 해봐야 전현무나 박나래 같은 이들도 20년 이상 차이가 난다.

 

방송사들도 젊은 세대가 TV를 보지 않고 중장년층 이상만 TV를 보니 이들에 맞는 연예인들을 쓸 수밖에 없다. 오래 전에 은퇴한 연예인들을 다시 등장시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트롯 프로그램의 열광은 결국 TV를 보는 세대가 중장년층이기에 당연히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어쩌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TV라는 올드 미디어에서 트롯 열풍은 그들만의 리그에 열광하는 씁쓸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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