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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Still Alice>, ‘기억’보다 뿌리깊은 삶의 본질은 ‘사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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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땡삐 리뷰어]

 

2014년작, 미국, 101분

감독 : 리처드 글랫저 & 워시 웨스트모어랜드

출연 : 줄리안 무어, 알렉 볼드윈, 크리스틴 스튜어트

줄거리 : 세 아이의 엄마, 사랑스러운 아내, 존경 받는 교수로서 행복한 삶을 살던 ‘앨리스(줄리안 무어)’. 어느 날 자신이 조발성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행복했던 추억, 사랑하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잊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는 앨리스. 하지만 소중한 시간들 앞에 온전한 자신으로 남기 위해 당당히 삶에 맞서기로 결심하는데…

 

 

<스틸 앨리스>, 줄리안 무어의 얼굴을 보는 순간 찜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사전 지식 없이, 한글 제목만 보고 영화를 봤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서야 <스틸>이 가진 깊은 의미를 깨달았다. 그리고 정말 좋은 제목이라고 감탄했다. Steal Alice라고 생각했었는데, Still Alice였다.

알츠하이머가 앨리스를 빼앗아갔다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앨리스임을 강조한 제목이라니…

 

 

<스틸 앨리스>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삶을 신파를 쫙 빼고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기존 치매 관련 영화가 본인보다는 가족의 고통과 노력, 어려움 등을 보여주려 한 것과 가장 큰 차별화된 부분이었다. 물론 그런 메시지도 필요하겠지만, <스틸 앨리스>는 치매에 한발 더 깊이 다가간 느낌이랄까.

 

기억을 잃어감에도, 여전히 앨리스로 살아가려고 애쓰는, 세상의 일부가 되기 위해 삶을 놓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휩쓸었음을 차치하고, 앨리스를 줄리안 무어가 연기 했음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잠깐 이 배우를 대체할 우리나라 배우는 누가 있을까 생각했다. 김희애 배우가 떠오른다. 

 

처음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을 때, “차라리 암이면 좋겠다. 그러면 부끄럽지는 않을텐데”라는 외침이 그녀의 좌절감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어떻게 감히 ‘암’이라는 단어를 비교 대상으로 삼아 그 절망감을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앨리스는 삶을 포기 하지 않고 맞서나가며 ‘상실’을 받아들이는 쪽을 택한다. 언어학자인 그녀가 형광펜으로 한 줄 한 줄 지워가며 연설문을 읽어 내려가는 장면에서는 누구나 완독을 응원하게 되었으리라. 포기하고 앉아 있을 수도 있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넋 놓고 앉아서 치매가 그녀의 기억과 삶을 갉아먹도록 놔두지 않았다. 질문과 답변을 계속 해 나가고, 최후의 순간도 준비해 둔다. 그마저도 기억의 상실로 인해 힘겨워 보이고 결국 실패하고 말지만. 그 모든 과정이 그녀의 표정과 눈빛, 몸짓에서 오롯이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안위보다 DNA에 새겨져 자녀들에게 이어질까 그게 두려웠고, 또 그게 그렇게 미안했다. 그녀는 자식들에게 연신 ‘I’m sorry’를 입에 달고 있다. 그것마저도 그녀의 기억이 남아 있는 동안이지만. 

 

기억이 사라지면 그 사람도 없어지는 것일까?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는 것일까. 기억이 존재의 이유일까.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다. 앨리스는 그에 대한 답을 향해 치열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상실의 기술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비단 그녀뿐 아니라 우리 모두 영원히 살 수는 없기 때문에 ‘상실’의 ‘기술’을 익혀나가야 하지 않을까.

 

무엇을 잊을 지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하는지 조차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마지막까지 아껴둔 것은 사랑하는 가족이었고, ‘사랑’이라는 단어였음에 가슴 뭉클해진다. 세포 하나 하나에 새겨져 있던 기억을 긁어 내어 힘겹게 ‘LOVE’를 토해내는 줄리안 무어의 혼신의 연기가 빛났던 엔딩이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우선 남편의 선택. 1년만이라도 안식년을 갖자는 그녀의 간청을 뒤로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그녀의 곁을 떠난다. 물론 그의 고뇌를 담아 내지 못했을 것이고, 결정에 여러 가지 영향이 작용했을 테지만, 혹은 미국 정서의 반영일 수도 있지만, 아쉬운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게다가 그녀에게 가장 걱정스럽고 아픈 마음으로 남아 있던 막내 딸이 앨리스의 마지막을 지키는 모습. 어쩌면 딸과의 화해를 위한 연출이기도 했겠지만, 왠지 한국 가정이 오버랩 되어 이 부분 역시 뒷맛은 좀 씁쓸했다.

 

그럼에도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와 스토리, 연기, 디테일한 연출까지 내게는 좋은 영화임에 틀림없다.

 

<tomyif@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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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2

TepiphanyI리뷰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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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piphanyI리뷰어
2023-02-01 16:37
잘 읽었습니다. 기억이 존재의 본질인가에 대한 탐구라면 이 영화가 생각나네요. 퍼펙트센스요... 그 영화는 감각이 존재의 본질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어요. ^^

땡삐I리뷰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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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삐I리뷰어
2023-02-01 16:44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퍼팩트센스요? 찾아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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