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공연 리뷰] 한여름밤 제주해녀의 신나면서도 서글픈 가락! 대평리 해녀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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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라라 리뷰어] 여행자들이 제주에서 해녀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올레길을 걷는다면 물질하는 해녀를 그래도 비교적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지만, 점찍듯 주요 관광지만 들르는 여행자는 일부러 찾지 않는 한 해녀와 마주한다는 게 쉽지 않다.
해녀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해녀 공연이라니? ㅎㅎ
물론 제주에는 해녀분들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공연도 하는 다이닝키친이 몇 곳 있지만 예약이 쉽지 않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올해로 15년째 박수기정 앞 대평포구에서 야외 해녀공연을 이어오고 있는 대평리 해녀분들은 존경스럽기 그지 없다.
요즘은 성게 시즌이라 대평리 해녀들은 오전 물질로 성게를 잡고, 오후에는 잡아온 성게를 손질하느라 분주하다.
그 자리에서 직접 까준 성게 맛은 어떨까? 바닷물을 잔뜩 머금어서인지 짭짤한 정도가 아니라 소금(?) 그 자체다. ㅎㅎ
여름밤의 해녀공연은 하루 종일 바쁜 와중에도 해녀들이 일부러 짬을 내 틈틈이 연습하고, 관객들과 함께 하는 자리다.
“우리가 안하면 누가 하겠어?”
“해녀문화가 유네스코에 등재됐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해녀문화를 지킬 수 있는 거라면 계속 해야지~~.”
공연까지 하려면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해녀 삼춘들의 쿨한 답변.
올해의 첫 해녀공연은 7월 1일 토요일 오후 6시에 시작한다. 이후부터는 9월 2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7:30에 공연이 열린다.
첫날 공연은 간단한 개막식도 겸하기에 공연에 참가하는 해녀분들이 직접 성게 국수를 준비해 손님들을 대접한다. 얼려둔 성게가 아니고 그날 바로 채취한 성게이니 쫄깃한 국수에 더해진 성게는 그 맛이 일품이다.
개막식인 만큼 초청가수들도 등장해 무대를 빛낸다.
흥에 겨운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으면 본격적으로 해녀공연이 시작된다.
공연 전에는 공연을 위해 차려입은 전통 해녀복인 물소중이를 입고 직접 물질을 하는 시연도 잠시 펼쳐진다.
물질 시연에 이어 해녀삼춘들이 퍼포먼스와 함께 부르는 노래는 대략 다섯 곡이다.
각각의 노래에 담긴 의미는 이렇다.
1. 이어도사나
해녀들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때 부르는 구전민요로, 이별이 없는 영원한 이상향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 ‘해녀노래’ 또는 ‘해녀 배 젓는 소리’라고도 하고, ‘이어도사나’는 노 저을 때 내는 여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2. 출가해녀의 노래
이 노래는 대평리 출신의 故이영근 선생님이 창부타령에 가사를 붙여 만든 곡이다. 육지로 물질을 떠나는 해녀들을 따라가 물질하는 현장을 직접 보고 느끼면서 해녀들의 애환을 글로 표현한 것이다.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가 물질을 하는 해녀들의 출가 물질은 1900년대 초부터 있었다는데, ‘출가해녀의 노래’에는 이러한 출가 생활의 어려움과 육지로 물질 간 해녀들의 신세한탄, 고향생각,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평리 포구 앞에는 ‘출가해녀의 노래’ 가사가 적힌 비가 서 있으니 대평포구를 찾는다면 읽어봐도 좋겠다.
가사를 잠깐 엿보면..
“이별 중에 생이별로 이런 곳이 어데라고
낯도 설고 물도 선땅 누굴 보아 오고 가리
불쌍할사 우리해녀 요때 한번 못놀고서
손가락질 받아가며 이런 고생 하는 신세...“
3. 너영나영
‘너영나영’은 ‘오돌또기’, ‘이야홍타령’과 더불어 제주도의 대표 민요로 잘 알려져 있는 곡이다. ‘너영나영’은 ‘너하고 나하고’의 의미.
4. 오돌또기
오돌또기는 조선시대 한반도 지역에서 유입돼 제주목, 대정현, 정의현의 관기나 일반 기생들이 부르던 것이 차츰 일반 대중에게 널리 전파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다. 제주도 전역에 널리 전파된 건 1970년대 이후로, 현재 전승되는 사설만 60여편에 달한다고.
5. 멜후리는 노래
멜(멸치) 잡는 퍼포먼스가 함께하는 멜후리는 노래는 공연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바닷가에서 여럿이 그물로 멸치를 후리면서 부르는 노래인데 원래는 한반도 전역의 해안에서 불렀던 노래라 한다. 물론 지역마다 가락은 달리해서.
다른 지역과 달리 제주도에서 ‘멜후리는 노래’가 지금까지 전해져오는 건 마을 사람들이 떼지어 그물로 멸치를 후리는 일이 모래펄이 질펀한 제주도가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란다. 제주도에서도 실제 멜후리는 작업은 1960년대부터 사라졌다. 해녀 공연에서는 멜 대신 해녀삼춘들이 사탕을 뿌려준다. 멜후리는 노래에는 약간의 퍼포먼스가 더해지기 때문에 관객들도 불러내 함께한다. 어깨춤을 들썩이며 모두들 흥겨운 공연을 즐기는 자리다.
대평리 해녀공연은 물질하는 해녀들이 하는 공연이기에 전문공연단에 비하면 약간 투박하면서도 거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날것 그대로의 제주 해녀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해녀공연이 열리는 시간이 마침 일몰시간이니 박수기정을 배경으로 멋진 일몰도 감상할 수 있다.
대평리 난드르올레해상잠녀공연
언제 : 2023.7.1. ~ 9.2 매주 금요일&토요일 오후 7:30
어디서 : 대평포구 앞 난드르올레해상잠녀공연장
<lala_diman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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