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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리뷰] 제주올레 14-1코스, 진한 제주백서향 향에 취하다

예술 향기 가득한 마을 '저지리'에서 제대로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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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 라라 리뷰어] 제주올레 14-1코스는 제주만의 신비스러운 숲 ‘곶자왈’과 더불어, 확 트인 정상에서 한라산까지 주변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오름까지 만날 수 있는 코스다.

 

중산간 지대(해발 200~600m 사이를 제주도에선 ‘중산간’이라 부른다)라 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곶자왈숲과 오름을 지나니 제주의 속살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14-1코스의 시작지점은 저지리사무소지만, 신비로운 곶자왈 숲을 먼저 만날 수 있는 역방향 코스로 걷는 걸 추천한다. 정방향의 종료 지점인 오설록티뮤지엄의 녹차밭에서 출발하면, 곧바로 곶자왈숲이 시작되니 말이다.

 

 

 

오설록에서부터 문도지오름에 이르기 전까지 약 2km의 구간은 관광개발의 여파가 비껴간 곶자왈의 본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원시림 그대로다.

 

 

‘곶자왈’은 화산활동으로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괴 지대로 숲과 덤불 등 다양한 식생을 이루는 곳을 말한다. 제주어로 ‘곶’은 숲을, ‘자왈’은 나무나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진 곳을 의미하니, 곶자왈은 한 마디로 용암이 만들어낸 땅 위에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며 형성된 숲이다.

 

그래서 곶자왈엔 흙이 없다. 용암 돌덩이 위로 나무가 자라고, 낙엽이 쌓이면서 땅이 돼 그 안에서 다양한 생물이 살아간다. 제주의 삼다수가 만들어진 게 바로 이 곶자왈 덕분이다. 곶자왈이 ‘제주의 허파’라고 불리는 이유다.

 

 

 

언제 걸어도 신비롭게 다가오는 숲이지만(여름은 좀 더워서 땀이 많이 흐르니 여름만 빼고), 2월에 이곳을 걸어야 할 이유가 하나 있다.

 

바로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향 가득한 꽃인 ‘제주백서향’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백서향은 1월 말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 3월 초까지 곶자왈 숲속 곳곳에서 고혹적인 자태를 빛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4월에 꽃이 피는 걸로 알려져 있었지만, 기후 변화 탓인지 요즘에는 1월 말부터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2월 중순 쯤이면 활짝 만개한 제주백서향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제주도 외 다른 지역에도 백서향이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제주백서향’이라고 따로 이름을 붙인 건, 남쪽 지방에서 간혹 만날 수 있는 일반 백서향과 달리, 제주백서향은 꽃받침통에 털이 없고 잎이 긴 타원형이며 꽃이 많이 달리는 점이 다르기 때문이라 한다(2013년에 신종으로 발표).

 

 

오설록에서 시작하는 2.2km의 곶자왈 구간은 제주의 4대 곶자왈 중 한덕-안덕 곶자왈지대의 저지곶자왈에 속한다. 제주도의 전체 면적 중 약 5% 정도밖에 되지 않는 4대 곶자왈 지대는 성산-구좌, 한경-안덕, 애월, 조천-함덕 등이다. 개발의 여파로 인해 곶자왈의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전에는 곶자왈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제주백서향도 마구잡이로 채취돼 지금은 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오설록을 지나 곶자왈 숲에 발을 들이자마자 만나는 건 한겨울의 푸르름이다. 곶자왈은 상록수가 자라는 숲이니, 앙상한 가지만 무성한 육지의 숲과는 완전히 다르다.

 

 

10분쯤 걷다보니 맨발이 되어보고 싶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이 푹신푹신한 바닥을 맨발로 그대로 느끼고 싶다.

 

요즘 맨발로 걷기인 어싱(earthing)이 새롭게 유행이라는데, 14-1코스의 저지곶자왈은 이 어싱을 하기에 딱 좋은 공간이다.

 

 

전날 비가 와서 바닥은 살짝 축축하다. 그런데 그 위로 부엽토가 쌓여 있으니 푹신푹신 흙길을 걷는 느낌이다. 용암 암반이 있지만, 뾰족한 부분이 없어 지압판을 걷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곶자왈 숲의 기운이 그대로 온몸으로 전해진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2.2km의 곶자왈 구간 전체를 맨발로 걸어 봐도 좋다. 어싱이 처음이라면 한 발짝씩 내딛는 게 쉽지만은 않을 테니 말이다.

 

약 100여 미터 정도를 맨발로 걷고 나니 이제부터는 약간 앙상한 느낌의 숲이다.

 

군데군데 파릇파릇한 잎들과 반짝반짝 빛을 내는 흰 꽃들이 보인다.

 

온통 제주백서향 천지다. 과연 제주백서향 군락지라 할 만하다.

 

다른 풀들은 모두 앙상하지만 제주백서향만 푸른 잎에 은은한 향을 숲 가득 뿜어내니 제주백서향을 처음 만나는 사람도 금세 알아볼 수 있다.

 

 

그렇게 제주백서향에 취하며 곶자왈을 호젓하게 즐기고 나니 이제 문도지오름이 기다린다.

 

 

‘문도지’라는 이름은 죽은 돼지의 모습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제주의 모든 오름은 화산분출이 일어난 작은 화산체들로, 문도지오름은 말굽형 분화구에 속한다.

 

 

완만하고 매끈한 오름이라 5분여쯤 오르니 금세 정상이다.

 

 

나무 한 그루 없이 거칠 것 없는 매끈한 오름의 정상.

 

바닥은 온통 붉은 빛이다.

 

이 붉은 것들이 제주의 화산송이(scoria)다. 화산송이는 화산이 폭발할 때 가장 먼저 분출된 용암이 굳어져 만들어진 것으로, 화장품의 원료로도 사용된다. 화산송이길은 일부러 맨발로 걷는 이들도 많으니 이곳에서도 맨발걷기를 시도해볼 것을 추천한다.

 

 

햇볕 따사로운 날이지만 오름 정상은 바람이 거세다.

 

그래서 풍력발전기도 저렇게 많은가보다.

 

주변으로 펼쳐지는 오름의 파노라마가 시선을 압도한다.

 

사진작가들 사이에선 일몰 출사지로 손꼽히는 곳이라니 일몰 시간에 문도지오름을 따로 찾아도 좋을 것 같다.

 

 

문도지오름을 내려오니 이번에는 말들이 반긴다.

이 말들이 뛰노는 곳이 바로 문도지오름이니, 사람이 말들의 놀이터를 잠시 들른 셈이다.

 

 

오름을 뒤로 하고 저지리 마을까지 이어지는 길도 모두 곶자왈이다.

하지만 곶자왈의 가운데로 차가 다니는 길이 나 있다.

아마도 길을 내지 않았다면 이곳도 오설록에서 시작하는 초입의 곶자왈과 같은 원시의 숲이었을 게다.

 

저지리의 중산간 밭에선 양배추, 적양배추 등 제주 서쪽의 다양한 작물이 자라고 있다.

 

 

감귤은 거의 수확이 끝난 모양새다.

 

 

12월부터 꽃을 피웠다가 2월이면 지는 애기동백과 달리 제주의 토종동백도 한쪽에서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야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하는 토종동백, 2월 중순 이후 쯤이면 토종동백도 활짝 꽃을 피울 테니 곶자왈의 제주백서향과 더불어 진한 꽃향기에 제대로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올레 표식을 따라 잠시 한적한 마을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14-1코스의 끝 지점인 저지리사무소다.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면 서쪽 지역의 관광지순환버스인 820-2번을 타면 된다. 버스의 종점인 동광환승센터는 교통의 요충지로 제주시나 서귀포시로 오가는 버스가 자주 있고, 저지리는 버스 코스의 중간쯤이니 양방향 어디에서 타도 동광환승센터로 향한다. 버스의 간격은 30분이다.

 

 

하지만 제주올레길 14-1코스를 걸었다면 저지리에서 하룻밤 묵는 걸 추천한다.

 

저지리사무소는 제주올레 13코스와 14코스 2개 코스의 출발지점이니 올레코스를 더 걸어도 좋고, 올레걷기가 아니더라도 상관 없다. 문도지오름과는 또다른 매력을 지닌 저지오름이 바로 앞에 있고, 저지예술인마을에선 문화의 향기에도 흠뻑 취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저지예술인마을엔 ‘제주현대미술관’,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을 비롯해 얼마 전 문을 연 ‘유동룡(이타미준)미술관’까지 자리하고 있다.

 

저지오름에서 바라본 뷰

제주올레 14-1코스

• 총 거리 : 9.3km (소요시간 3~4시간)

• 난이도 : 하

• 걷기 팁 : 중간에 식당이나 가게가 없으니 간식거리, 물 등 필수 지참

• 시작지점 가는 법 : 저지리사무소 (동광육거리 정류장2에서 820-2번 관광지순환버스 탑승 후 저지리 사무소 정류장 하차)

• 종료지점 가는 법 : 오설록티뮤지엄 (저지리사무소에서 820-2번 관광지순환버스 탑승 후 동광육거리 정류장 하차)

 

<lala_diman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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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_image 김우선I기자 profile_image 한아름I기자 profile_image 땡삐I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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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8

안병도I기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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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도I기자
2023-02-10 13:39
좋은 사진과 정성껏 쓰신 글 잘 봤습니다. 저도 10년 전 쯤에 파워블로거 펨투어로 곶자왈을  다녀왔는데요. 사진 보니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라라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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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I리뷰어
2023-02-12 20:08
곶자왈도 요즘엔 관광지화된 곳이 적지 않아요. ????????
마을에 보조금 주니 업체 들여서 포토존 등등 만들고.. ㅠㅠ

MRMI리뷰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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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MI리뷰어
2023-02-10 14:38
제주 내려가면 가봐야 겠습니다. 제주백서향 꼭 만나보고 싶어요.

라라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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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I리뷰어
2023-02-12 20:09
네.. 꼭 들려보세요. 3월 중순까진 백서향이 있을 거에요~~

김우선I기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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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선I기자
2023-02-10 16:06
제주는 매년 가는데 언제 가도 항상 신선하고 새롭고
봄처녀 같은 싱그러움이 있는 듯해요.
제주 살고 있는 분들도 그런지 궁금하네요.

라라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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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I리뷰어
2023-02-12 20:10
계절이 바뀔 때마다 늘 다르고, 집 앞의 풍경도, 매일 보는 바다도 늘 달라요~~ ㅎㅎ

땡삐I리뷰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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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삐I리뷰어
2023-02-10 16:13
아, 곶자왈 좋았습니다. 또 가면 다른 맛을 느끼겠죠.

라라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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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I리뷰어
2023-02-12 20:10
곶자왈도 다 똑같지는 않아서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더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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