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리뷰] 서울시 ‘손목닥터 9988’, “공짜라 받았지만 실용성은 글쎄…”
앱 부실에 본체와 연동도 제대로 안돼 시민들 불만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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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서울시가 최근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서울형 헬스케어 ‘손목닥터 9988’ 2기 참여자 총 18만명을 모집해 스마트밴드를 지급했다. 2021년 실시한 1기 시범사업에는 5만명을 선정한 바 있다.
손목닥터 9988 사업은 서울시가 시민의 건강생활 습관 형성과 건강증진을 위해 시작한 스마트 헬스케어 사업이다. 손목닥터 9988 사업명은 스마트밴드를 활용해 서울시민 모두가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1기 신청 연령은 만19세~64세였으나, 이번 모집에서는 만19세~69세로 범위를 확대했다. 2022년 이후 출산한 여성 1000명과 대사증후군 2500명을 특별 모집한다. 1인 가구에 대해서도 1만5000명을 할당헸다.
사업에 참여한 시민에게 서울시는 스마트밴드를 제공했다. 이를 통해 건강활동 데이터 수집, 분석, 모니터링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전용 앱으로는 개인별 건강목표을 설정하고 건강활동을 모니터링할 수 있고 건강정보 및 건강상담 등 비대면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고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또한 8000보 이상 걷기 등 미션 달성 시 인센티브로 최대 10만 포인트를 제공해 포인트로 병원, 약국, 헬스장, 안경점, 편의점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손목닥터 신청해서 적접 써보니
기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울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회원 가입을 하고 손목닥터를 신청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사업신청 승인이 됐다는 문자가 왔고 약 열흘 뒤 제품이 배송됐다. 물론 별도의 비용은 없다. 2년 뒤 반납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2년 뒤에 비싼 택배비를 써가며 반납을 받을지는 의문이다.
박스를 열어보니 검수완료라는 스티커가 붙은 스마트밴드 박스와 충전 케이블, 손목닥터 서비스 가이드, 제품 설명서가 들어있다. 설치법 및 페어링은 어렵지 않았다. 구글 스토어에서 ‘손목닥터 9988 2.0’ 앱을 다운로드하고 페어링하니 스마트밴드와 연동됐다.
손목닥터 9988 앱을 열어보니 걸음수, 운동량, 심박수 측정 등 기본 기능 외에 스마트워치 기종에 따라 산소포화도와 스트레스 관리까지 가능하다고 나온다. 걷기만 잘해도 혈관의 탄력이 늘고, LDL 콜레스테롤을 줄이거나 지방을 태우는 등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칭찬할만 하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 써보니 단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장점이 아예 없진 않다. 100% 충전을 하고 일주일이 지났는데 배터리가 50% 정도로 남아있는 건 엄청난 메리트다. 단점으로는 첫째, 앱이 부실하다. 스마트밴드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지 않고 수시로 들어가서 연동하기 작동을 해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연결이 안되기 일쑤다. 건강지식 메뉴에 들어간 건강카드, 건강정보, 건강영상 등도 급조한 느낌이 물씬 난다. 일주일 동안 매일 들어가도 업데이트된 내용이 없고 처음에 받은 내용 그대로다.
둘째는 조인핏이라는 스마트밴드 기계의 부실이다. 시계화면은 스마트밴드 화면을 3초 정도 꾹 누르면 바꿀 수 있는데 화면이 고작 3개 뿐이다. 다른 스마트워치에서 볼 수 있는 고급 시계 이미지는 아예 없다. 물론 편법이 있다. 베리핏이라는 앱을 다운로드 받아 설치하면 된다. 아마도 이 앱이 원조인데 서울시 요청에 따라 9988 앱을 급조해서 만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베리핏이라는 앱 역시도 시계화면이 그리 많지는 않다.
셋째는 스트랩 교체가 힘들다는 점이다. 시계 본체에 부착된 기본 스트랩은 느낌이 그닥 좋지 않다. 오래 차면 땀에 부식돼 끊어질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교체 가능하다는 팁들이 일부 올라와 있긴 하다. 밴드와 스트랩이 맞닿는 부분에 작은 막대 바를 누르면 교체가 가능하지만 인터넷 쇼핑몰을 뒤져봐도 한쪽에만 막대 바가 달려 있는 스트랩을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이런 단점들 때문에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손목닥터 앱의 평점은 채 2점이 되지 않는다. 한 사용자의 평가글로 사용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사용해 본 앱 중 거의 최하 수준입니다. 연결이 계속 끊어져서 받은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열댓번 지웠다 다시 깔았습니다. 삼성헬스와의 연동도 불가능하고 시간이 아까운 앱”이라고 혹평했다. 거의 모든 사용자 평가는 한결 같았다. 리뷰를 아무리 내려봐도 좋다는 평가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말 서울시의회에서도 최기찬 의원이 손목닥터 9988 사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서울시가 손목닥터 9988 사업비로 제출한 2023년 예산만 270억 원이다. 과연 이 예산으로 시민 건강 불평등 해소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270억원의 예산이면 겨우 1천원 올렸던 결식아동 급식 단가를 수십 배나 올려줄 수 있고, 깔창 생리대를 쓰며 남몰래 울었던 수많은 소녀들의 웃음을 찾아줄 수 있고, 5천명 학생 등록금을 해결할 수 있는 예산이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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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도I기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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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선I기자님의 댓글의 댓글
MRMI리뷰어님의 댓글
김우선I기자님의 댓글의 댓글
저도 이 사업 자체를 부정하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기왕에 할거면 사람들이 제대로 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MRM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
김우선I기자님의 댓글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