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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 “아니요!”라고 감히 말하지 못 하는 부끄러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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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누구든 두 단어만 마음에 새기면 평화를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집요함과 저항이다.”라고 했다. 이건 개인에 관한 것이겠지만 집단과 국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저항이 사라지는 순간 평화도 없으니 말이다.

 

지난 8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리던 날, 한미일 3국은 동해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었다. 이날 미 국방부는 동해상에서 훈련을 할 때 장소 명칭을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할 것임을 공식화했다. 일본해라고 쓰는 건 미국 국방부뿐 아니라 미국 정부기관들의 정책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지난 2월에도 동해상에서 한미일 훈련을 실시하며 훈련장소를 동해 대신 일본해로 표기했는데, 합동참모본부는 미 국방부에 수정할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엔 더 확고해졌다. 미국은 일본해라는 명칭을 고수하겠다고 재차 확인했다.

 

동해는 일본해로 굳어지는 모양새다.(사진=위키피디아)

 

 

이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공식 입장은 미국과 협의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야당 측은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는) 주권 포기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고 애국가를 동해물과 백두산이가 아닌, 일본해와 백두산이로 불러야 할 판이라고 비난했다. 미 정보기관 CIA가 대통령실을 도청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을 때도 아무 얘기를 하지 못했던 정부다.

 

동해, 남해, 서해가 고유 지명이 아니라서 동해를 한국해로 부르자는 주장도 있지만 한국인들은 2천년 이상 한반도 동쪽 바다를 동해로 불러왔다. Sea of Korea로 표기한 유럽의 고지도도 일부 있지만 1927년 국제수로기구는 일본해로 확정했다. 그러다 1990년 이후 우리나라의 국력이 상승하면서 국제수로기구에 이의를 제기,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는 쪽으로 기울었던 게 지금까지의 경과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친미와 친일에 치중한 외교 탓이다. 원래부터 일본해를 지지해온 미국은 아예 드러내놓고 일본해를 쓰겠다고 못박았다. 대통령실은 물론 외교부, 해수부, 국방부 어느 부처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이에 대한 반론이 없다. 바다 명칭이 바뀐다고 해서 실효지배가 상실되는 건 아니지만 독도가 일본해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제재판소 제소까지 준비중인 일본의 장기적 전략이 우리에게 좋을 건 하나도 없다.

 

동해 표기와 독도 영유권은 해양영토의 문제이고 대대손손 후손에게 물려줄 자산이다. 대통령은 헌법에 나온 영토수호의 의무가 있다. 결코 국내 문제가 아닌 헌법상 대통령이 반드시 해야 할 사안인 것이다..

 

전 세계에 동해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만이 유일하게 이에 저항했다. 서 교수는 미국 국방부에 항의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민간 차원에서의 꾸준한 홍보도 중요하기에 '동해'에 관해 상세한 설명을 해 줬다는 게 서 교수의 주장이다. 미 대학 입학 시험 중 하나인 AP 시험 세계사 교재에서도 동해와 일본해를 병행하고 있고 미 뉴욕주 교육국에서는 일선학교에 '동해' '일본해'를 함께 언급하는 것을 권고하기도 한 것처럼 미국의 다양한 분야에서 '동해'의 병기표기가 늘어나는 추세인데, 미국 국방부에서의 "일본해가 맞다라는 주장은 '동해'의 역사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게 항의 메일의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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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도 말 한마디 못 하는 건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는 24일부터 방류에 들어가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단 한 번도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지하거나 찬성하는 건 아니라고 어정쩡한 답변을 했을 뿐이다. "이제 생선회는 오늘로 끝"이라는 국민들의 목소리나 당장 생계가 막막해진 어민과 수산업자들의 절규에 찬 목소리는 안중에도 없다.

 

일본은 오염수 134만 톤을 30년에 걸쳐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4~5년이 지나면 해류를 타고 한반도 해역에 유입된다. IAEA가 자연 방사선의 100분의 1에 지나지 않을 거라는 보고서를 내놨지만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엔 부족하다. 방류 현장에 한국 전문가가 상주하는 것도 아니고 일본에서 보내주는 방류 데이터 수치만 참고해 기준치를 넘을 경우 중단을 요청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더군다나 윤석열 정부는 항의는 커녕 오히려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며 대통령실 예산으로 홍보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고 아이들 학교 급식에 수산물을 늘리겠다는 어이상실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아니요라고 말하지 못하는 걸까? 왜 단 한번도 저항하지 못 할까? 대한민국 정부가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무정부 상태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굴종과 굴욕의 외교가 아닌, 당당히 아니요를 외칠 수 있는 정부를 기대한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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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2

땡삐I리뷰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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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삐I리뷰어
2023-08-24 09:09
속이 다 시원하네요. 진정 우리는 이런 것밖에 할 게 없을까요..

곰돌이아빠I리뷰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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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아빠I리뷰어
2023-08-24 11:14
오염수 방수를 반대라면 우리 수산물 반대한다는 신박한 논리는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피해를 왜 우리 세금으로 하는지도 모르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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