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체성 상실한 ‘도시 슬로건’
지자체장 바뀔 때마다 바뀌는 슬로건…영어 일색도 시대착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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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도시, 서울과 부산이 요즘 ‘도시 슬로건’을 바꾼다고 난리통이다. 슬로건 후보로 선정된 것들을 보고 나서 눈을 의심했다. “여기 대한민국 맞나”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과연 도시 슬로건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외국인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가관이다.
먼저 서울시의 슬로건 후보를 보자. 서울시는 서울이 글로벌 도시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국내·외 시민 1만여명의 의견을 접수, 슬로건 후보안을 선정하고, 국내·외 2000명 사전 여론조사를 거쳐 최종 후보안 4개를 결정해 발표했다. 서울시는 최종 슬로건 후보를 두고 지난해 28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온·오프라인을 통해 선호도 조사를 실시해 최종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첫 후보인 ‘서울 포 유’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 철학 중 하나인 ‘약자와의 동행’을 반영한 슬로건이라고 한다. ‘당신을 위해 모든 것이 준비된 서울’이라는 뜻이라고 친절하게 설명도 달았다.
두 번째 ‘어메이징 서울’은 전통, 문화, 예술의 중심지이자 놀이공간으로 가득한 놀라운 서울의 모습을 담았고 활기차고 경쾌한 분위기를 표현했다고 한다.
세 번째 ‘서울, 마이 소울’은 서울과 영어 ‘소울(영혼)’의 발음이 같은 점에 착안했고 서울은 나의 ‘얼’이라는 뜻을 담아 인간적인 따뜻함과 자유로운 열정이 가득한, 내 영혼을 채울 수 있는 도시가 서울임을 나타낸다고 풀이했다.
마지막 ‘메이크 잇 해픈, 서울’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고, 모든 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역동적인 도시인 서울의 가능성을 담았으며 국내보다 해외 선호도가 높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서울과 비슷한 시기에 부산시 역시 새로운 도시 슬로건 시민 선호도 조사를 한다고 최종 후보 3개를 발표했다. 이번 선호도 조사는 기존의 ‘다이내믹 부산’을 대체할 부산의 새로운 도시 슬로건 선정에 다양한 부산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부산의 도시 슬로건 최종 후보는 Busan is Good(부산이라 좋다), Bridge for All, Busan(모두를 연결하는, 부산), True Place, Busan(진정한 도시, 부산)이다.
먼저 Busan is Good은 부산에 대한 자긍심과 만족감을 ‘좋다(Good)’로 표현하며, 세계적이고(Global) 특색있는(Original) 개방적인(Open) 다이내믹한(Dynamic) 부산을 의미하며 이는 ‘살기좋은 부산(Good to Live)’, ‘일하기 좋은 부산(Good to work)’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안인 Bridge for All, Busan은 부산의 관문 도시로서 위상을 ‘연결하는(Bridge)’으로 표현했으며 모두를 연결하는, 부산은 ‘사람을 연결하는 부산(Bridge for people)’, ‘세계를 연결하는 부산(Bridge for world)’ 등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3안인 True Place, Busan은 부산에 내재한 하나하나의 가치에 진심을 담아 ‘진정성(True)’으로 표현했으며 진정한 도시 부산은 ‘진정한 여행도시(True Travel)’, ‘진정한 미래도시(True Future)’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부산시는 설명했다.
서울과 도시의 도시 슬로건 재선정에 대해 관계자들은 이렇게 입을 모은다. 최원석 서울시 홍보기획관은 “새로운 브랜드는 가고 싶고, 살고 싶고 투자하고 싶게 만드는 서울의 비전과 매력, 지향점을 담은 제2의 서울의 이름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고,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의 도시브랜드는 부산 시민의 자긍심이자, 부산을 아는 분들의 도시 경험이 담긴 집약체”라고 강조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했다. 꿈이 뒤숭숭하면 해몽이라도 그럴싸하게 만들어야 속이 풀릴테지만 어째서 도시 슬로건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바꾸는지 설명이 빠졌다. 이건 거꾸로 도시의 운영이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라 왔다 갔다 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 얼마나 후진국스러운 졸속 정책인가.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글로벌 도시로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다는 명분은 좋다. 그렇다고 도시 슬로건이 굳이 영어 일색일 필요는 없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도시의 세움말(슬로건을 뜻하는 순우리말)에 왜 우리말은 없고 영어뿐인가.
‘어메이징 서울’, ‘서울 포 유’를 쓴다고 서울이라는 도시 이미지가 확 바뀔까? 이걸 본 외국인들이 정말 어메이징하다고 느낄까? 본질은 놓치고 쓸데없는 것에 힘을 쏟는 느낌이다. 도시 슬로건을 만들기 이전에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국제무대에서 서울을 알리려면 서울시에 혹은 부산시에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떤 개선책을 써야 하는 지 고민하는 게 먼저 아닐까? K-팝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K-컬쳐에 대해 열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영어 일색의 도시 슬로건은 발상 자체가 시대 착오적이지 않을 수 없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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