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요란한 빈수레인가
가상현실이 아닌 게임에 불과하다는 지적 많아
본문
"지난해 38조원이던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오는 2030년이면 1,253조 원까지 성장할 것이다." –교보증권
"메타버스 산업은 2025년이 되면 폭발적인 성장기를 맞이할 것이다." -딜로이트 그룹
"메타버스 산업은 2030년에 최대 5조 달러(6,512조원)까지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 –맥킨지
[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가상,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기술이 결합되어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는 메타버스(Metaverse)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가수 블랙핑크가 지난해 제페토에서 개최한 가상 사인회에는 전 세계에서 4500만 명의 팬이 몰려들었다. 제페토와 함께 한 블랙핑크 뮤직비디오는 1억3천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오프라인 사인회였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R 및 VR 기술을 이용해 메타버스 솔루션 구현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홀로포테이션이나 시스코의 웹엑스 홀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애플, 구글, 삼성, 메타 등도 메타버스 관련 장비 및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꾼 걸 보면 메타버스에 모든 걸 올인한 것처럼도 보인다.
현재 메타버스에 가장 앞서 있는 곳은 로블록스와 제페토다. 메타버스에 발을 들여놓은 건 로블록스가 더 오래 됐지만 제페토가 좀 더 앞서 있다. 제페토는 글로벌 가입자 3억4천만 명에 크리에이터 280만 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크리에이터가 창작해서 판매하고 있는 아이템만 1억5천만개에 달하고 거래액도 300억을 넘어섰다. 이에 비해 로블록스는 현재 2억 명 정도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의 메타버스 사례를 보면, 우선 서울시가 3차원 행정 서비스 공간 메타버스 서울을 올해 1월부터 오픈했다. 메타버스 서울은 스마트폰에서 아바타를 만들어 서울 시청 곳곳을 돌아다니며 등본 발급을 비롯한 다양한 민원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현재 메타버스 서울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만 이용 가능하고 PC에서는 불가하다.
국내 게임업체 넷마블은 상반기에 메타버스 기반의 게임 ‘메타월드: 모두의 마블’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용자들은 실제 지적도를 기반으로 한 가상공간 메타월드에서 건물을 올리고 부동산을 거래할 수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자체 브랜드 하이메이드를 홍보하기 위해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해 하이메이드섬을 만들었다. 베이직·디자인·시리즈·아이디어 등 4개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는 하이메이드섬은 각 공간마다 해당 라인업의 제품 이미지를 담은 액자들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몇몇 기관 및 업체들의 움직임과 달리 메타버스의 열기는 급격하게 식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동안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던 메타버스 관련 콘텐츠와 솔루션들은 만족스럽기는커녕 걸음마 수준에도 못 미쳐 사용자들이 돌아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건 국내뿐 아니라 세계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일까. 구글 트렌드에서 메타버스 검색량은 꾸준히 하락해 고점 대비 75% 가량 하락했다.
메타버스 관심 낮아졌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메타버스’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방역 조치 완화 등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되면서 오히려 이전보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더불어 메타버스 대중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늘고 관련 산업 활성화 및 투자 측면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메타버스에 대한 인지도는 2022년 조사와 큰 차이가 없지만(55.5%(2022)→54.0%(2023)) 메타버스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상세 인지도 수준은 전체 16.5%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돼 메타버스 서비스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메타버스는 주로 고등학생(59.1%, 중복응답)이나 대학생(60.1%) 등 저연령층에서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었고 최근 초등학생(24.8%(2022)→31.5%(2023))이나 중학생(36.9%(2022)→46.3%(2023))처럼 더 어린 나이대부터 이용하는 경향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지난 1년 사이 크게 감소한 것(62.8%(2022)→47.2%(2023))으로 나타났다. 메타버스 속 가상 세계에 관심이 많다(54.1%(2022)→38.8%(2023))거나 메타버스 세계관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62.7%(2022)→53.1%(2023))는 인식이 모두 낮아진 데다 메타버스 서비스에 익숙해지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55.1%(2022)→58.8%(2023))는 응답이 많았다. 게다가 메타버스 서비스가 여전히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다(50.8%(2022)→54.6%(2023))는 인식은 더 늘었다
향후 메타버스의 대중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태도가 많았다. 미래에 메타버스가 구현될 것이라는 믿음은 막연하고 현실성이 떨어지고(51.0%(2022)→53.5%(2023)) 대중화되기 위해선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49.3%(2022)→62.2%(2023))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메타버스 열기가 식은 이유
사람들이 메타버스가 신세계라도 되는 듯 열광했다가 급격히 식은 첫 번째 이유는 메타버스가 결코 신세계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메타버스가 기존 온라인 게임의 가상환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메타버스가 정말 실제를 대체할 정도로 리얼하려면 360 도 회전 카메라는 물론 촉각과 후각 등의 다른 오감까지 현실감을 갖도록 원천 기술이 발전해야 하는데 인프라는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설령 무겁고 쓰고 있으면 멀미를 느끼는 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한 채 메타버스에 오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영드 ‘블랙 미러’에 보면 가상현실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모두 4편이 있는데 네 작품 모두 머리에 헤드셋을 착용하는 게 아닌, 귀 밑에 패치처럼 붙여 바로 두뇌 신경에 연결되는 설정을 보여준다. 이 정도는 되어야 메타버스 환경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텐데 현재의 기술로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현재 오픈되어 있는 상당수의 메타버스 내 공간들이 시늉만 내고 텅 빈 곳들이 많다는 점이다. 닌텐도 동물의 숲에 보면 게임을 하면서 아이템들을 전시해둔 곳이라든지 박물관 등이 있는데 텅 비어있는 곳이 많다. 싸이월드의 메타버스 플랫폼 싸이타운 역시 지난해 8월 출시했는데 다운로드 수가 1만회 정도에 불과하고 동시 접속해 있는 사용자들 역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썰렁하다. 과거 미니홈피를 3D로 확대해 놓은 느낌이랄까.
서울시의 메타버스 서울도 등본 발급 같은 민원서비스가 전혀 안 된다는 불만들이 나오고 시장실은 들어가지도 못하고 로비만 돌다가 나왔다는 사용자들의 후일담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민원서비스를 굳이 엄청난 용량을 필요로 하는 메타버스에 들어가서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민원서비스는 현재의 정부24 같은 홈피에서도 충분하고 메타버스 서울은 관광 용도로 제한했으면 좋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페토에서 운영하는 한강공원에 찾아가면 지하철 입구에서 캐릭터가 생성되고 따릉이나 푸드트럭 등도 이용할 수 있다. 푸드트럭을 터치하면 음식을 손에 쥘 수 있지만 자전거를 타거나 음식을 먹는 등의 액션은 할 수 없다. 제페토에 입점한 CU 편의점이나 신라면 분식점 등은 온오프라인을 연결시키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하지만 아직 실험에 불과한 수준이다. 메타버스가 아직까지 가상을 결합한 현실이라기 보다 제한사항과 한계가 너무 많아 그냥 게임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아직 이렇다 할 짐을 실은 게 없는 빈 수레가 더 요란할 뿐이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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