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엔데믹으로 업무방식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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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요즘 언론에서 많이 보이는 단어 중 하나는 ‘엔데믹’이다. 풍토병을 일컫는 엔데믹(endemic)은 어떤 지역에 토착화된 질병으로 감염병이 사라지지 않고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를 뜻한다. 우리가 매년 흔히 겪는 계절성 독감이나 말라리아, 뎅기열 같은 감병병이 바로 엔데믹이다. 2019년 중국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는 전 세계로 확산되어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이나 20세기 초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홍콩독감처럼 최고 등급의 전염병을 뜻하는 팬데믹을 거쳐 이젠 2등급으로 하향되면서 엔데믹으로 전환되어 가는 느낌이다.
코로나 19 상황에서 직장인들이 겪었던 가장 큰 변화는 재택 혹은 하이브리드 근무의 확산이다. 길게는 몇 달 동안 사무실을 안나갔고, 짧게는 하루 건너 하루씩 출근하기도 했다.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는 이 같은 유연한 근무 제도는 코로나 이전에는 외근이 많은 특수한 일부 부서를 제외하곤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사무실을 오갈 때 출퇴근 카드를 반드시 찍어야 하고 조금이라도 지각했을 때는 시말서 내지는 상관의 꾸지람을 당연시 했던 전통적인 회사의 근무문화만이 최고라고 여겼던 경영자들로서는 천지개벽 같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코로나 2년을 겪으면서 일하는 장소가 유연해짐에 따라 회사 입장에서는 출퇴근 관리가 쉽지 않고 일하는 시간에도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기업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사람을 만나서 미팅을 해야만 일이 진행된다고 생각했던 업무들이 언택트 상황에서도 화상회의 등을 통해 얼마든지 비슷한 혹은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터득했다. 심지어 사무실에서 일할 때보다 카페나 제3의 공간에서 일이 더 잘 된다는 연구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와튼 경영대학원 피터 카펠리 교수는 그의 저서 ‘미래의 사무실’이라는 책에서 “유연한 근무에 따라 고정된 사무실이 점차 사라지면서 직장인은 자신이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서 일하게 될 것이고 더 이상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형태로 바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제 코로나 엔데믹 상황에서 다시 예전 방식의 근무로 속속 전환하는 회사들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 회식이나 대면근무 등이 다시 늘어나 우울감을 호소하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 식당 영업 제한도 없어져 회식 시간도 11시를 넘겨 전철 막차를 놓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과 함께 아침에도 출근 시간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7시에는 기상해야 하는 것을 걱정하는 직장인도 늘었다.
하지만 과거로 회귀하는 기업들과 달리 출근과 재택을 섞은 하이브리드 근무를 아예 명문화하고 주4일, 심지어 주3일 근무를 하겠다고 표방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국내 직장인들은 일주일을 월화수목금금금이라고 표현하면서 자조하던 때도 있었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글로벌 기업들은 주4일제 실험에 뛰어들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노동자들의 워라벨과 함께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심산이다.
영국의 외신 가디언은 영국의 은행과 병원, 투자회사 등 70여개 기업들이 임금 삭감없이 주4일 근무제에 들어갔다고 보도했고, 일본에서는 히타치와 파나소닉 등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주4일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재팬은 코로나 이전에 한달 동안 주 4일제를 시범 운영한 결과 직원 1인당 매출이 40% 증가했음에도 전기 소비량이 23% 줄어들고 직원들의 프린터 용지 사용량은 59% 감소하는 등 환경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670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주 근무일수를 조사했는데 직장인의 주 근무일수는 며칠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응답자 82.7%가 `주 4일 근무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주 5일' 9.9%, `주 3일 이하' 7% 순이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최근 직원들이 자유롭게 근무시간과 장소를 정할 수 있는 새로운 근무제인 커넥티드 워크(Connected Work)를 7월부터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주3일 출근을 기반으로 하는 사무실 기반 근무와 원격근무를 기반으로 하는 리모트 기반 근무 둘 중 하나를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한다는 것이다. 주3일 근무제는 현재 실험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주4일 근무제를 훌쩍 뛰어넘는 파격적인 방식이다.
네이버의 뒤를 이어 카카오는 놀금(일하지 않고 쉬는 금요일)의 격주 도입을 검토하고 나섰고, SK텔레콤은 매달 셋째주 금요일에 쉬는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격주로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대기업 중에서는 LG그룹이 재택근무 비율을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지시를 내렸고 현대카드도 국내 금융권 최초로 상시 재택근무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는 우아한형제들과 숙박플랫폼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여기어때 컴퍼니가 현재 주4.5일제를 시행 중에 있다.
이처럼 직장인들의 꿈 같은 주4일 근무제가 세계적으로 탄력을 받고 있지만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주장도 없지 않다. 주4일 근무제가 근로의 유연성을 가져다 줄 수는 있지만 경직된 근로환경을 만들어 더 엄격한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실패할 거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어찌됐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직장인들은 또다른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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