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저탄고지’ 마루타 3년간 체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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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저탄고지’를 시작한 지 3년이 지났다. 체중 감량도 성공했고 최근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기준치보다 살짝 높은 거 빼고 나머지는 거의 다 정상이었으니 나름 저탄고지의 효과를 본 셈이다. 그래서 저탄고지 3년의 마루타 후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마루타는 일본 731 부대의 인체 실험 대상을 말하는데 굳이 마루타라고 표현한 건 저탄고지가 의학적으로 완벽히 검증된 다이어트 방법이 아닌 지금 현재도 여전히 실험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살을 빼기 위한, 혹은 체질을 바꾸기 위한, 갑론을박이 진행중인 이론적 방법론일 뿐 장기적으로 저탄고지가 인체에 미칠 영향을 몸소 체험하고 있기에 마루타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우선 저탄고지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용어 정리부터 하고 시작한다. 저탄고지는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를 의미하는데, 스웨덴에서 처음 만들어진 용어다. LCHF(Low Carbohydrate High Fat), 즉 '저탄수화물 고지방'을 사람들이 기억하기도, 발음하기도 쉽도록 네 글자로 줄여서 만든 게 저탄고지다. 우리나라에서는 ‘케톤식’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소개되었고 2015년부터 세계적으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식이요법이다.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인간의 문명이 만들어낸 정제 당분과 트랜스 지방산, 가공식품, 필요 이상의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고 세포의 중요한 구성 성분인 좋은 지방의 섭취를 즐기며 천연에서 나오는 영양이 풍부한 음식들을 골고루 챙겨서 먹는 식사 방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저탄고지라고 하면 흔히 지방만 엄청 많이 먹는 식단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몸이 필요한 만큼 지방을 섭취하고 탄수화물 섭취는 최소화한다는 것이지, 지방이 아닌 음식은 먹지 않는다는 얘기가 아니다. 건강한 지방과 건강한 채소를 필요한 만큼 섭취하고, 탄수화물을 필요 이상으로 먹지 않는 게 제대로 된 저탄고지라고 할 수 있다.
저탄고지를 하게 된 이유
저탄고지를 시작한 건 2019년 12월부터다. 11월말 무렵 찾아온 후배 기자 덕분에 저탄고지를 알게 됐고 한 번 해보자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몇 년 만에 본 후배 기자는 얼굴과 몸매가 몰라보게 핼쓱해져 있었다. 이유를 물으니 저탄고지를 하고 있다는 거다. 기자 시절 술도 꽤나 잘 마셨던 그는 소주 한 병을 놓고 제사 지내듯 저탄고지의 장점에 대해 늘어놓고 홀연히 떠났다.
그때 내 몸무게가 85kg 중후반대를 왔다 갔다 하던 때다. 3년 전 건강검진 때는 고혈압 전 단계의 위험수위에 고지혈증 및 콜레스테롤 수치도 썩 좋지 않았다. 내 몸무게는 사실 고무줄 같은 역사였다. 세 자릿수가 된 적은 없었지만 최고 98kg까지 나간 적도 있었다. 살면서 참 다양한 다이어트를 했던 것 같다. 퇴근 후엔 무조건 1시간씩 조깅을 해서 한 달 만에 10키로를 빼기도 했고, 헬스클럽 1년 정기권을 끊고 동네 후배와 같이 땀을 빼고 나오자마자 맥주 한 캔씩을 들이키다 보니 일년 동안 전혀 몸무게 변화가 없었던 적도 있었다.
가장 많이 체중을 뺐던 때는 체중계가 68kg을 가리켰다. 내 키가 170 언저리이니 이론적 정상 체중은 60kg 초중반이 돼야 맞지만 몸무게가 70 아래로 떨어지니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남자가 나이 들어 살을 빼면 늙어 보인다는 말은 불변의 진리이다.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아내는 살을 너무 빼지 말고 70 초중반만 유지하면 좋겠다고 충고를 했다.
그래서 저탄고지를 하되 극단적인 저탄고지는 하지 않기로 했다. 대표적인 탄수화물인 밥과 밀가루 음식만 최대한 먹지 않는 것으로 정했다. 소싯적 탄수화물 광이었던 나는 한 번에 라면 5개 정도는 거뜬히 먹었고 짜장면 곱빼기도 10초 안에 뚝딱 뱃속에 집어넣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랬던 내가 탄수화물을 끊었으니 몸에 변화가 없을 리 없다.
다행히도 저탄고지를 시작할 무렵 코로나가 창궐한 바람에 특별한 외부 점심 미팅이 없어 수월하게 실천했는지도 모르겠다. 점심은 삶은 계란으로 대체했다. 처음엔 2알로 시작해 4알까지 늘리기도 했다. 저녁은 밥 없이 고기류의 반찬을 주로 먹었다. 술도 탄수화물 성분이지만 영양소가 없는 빈 포도당이기에 마시는 양을 일부러 줄이지 않았다. 대신 쌀로 만든 막걸리는 마시지 않고 소주로만 마셨다.
저탄고지의 핵심은 지방보다는 탄수화물에 있다. 탄수화물은 운동 에너지로 쓰이는데, 우리 몸에서 없어선 안될 영양소다. 문제는 탄수화물을 넘치게 먹기 때문이다. 간과 근육에 저장되는 탄수화물이 넘치면 체지방이 되고 당뇨라는 병을 불러온다. 고혈압, 당뇨와 같은 대사질환은 바로 탄수화물이 원흉이다.
반면 몸 속에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근육의 단백질이 대신 사용되면서 근육이 먼저 빠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식이요법만으로 살을 빼는 건 무리다. 운동을 같이 해줘야 한다. 내 경우에는 아침에 5시에 기상해서 사무실에 출근하면 6시 무렵이 되는데 한 시간 정도 업무를 보고 난 후 7시 정도부터 사무실 근처 공원에서 걷기 운동을 했다. 점심에도 외근이 없으면 계란을 먹고 난 후 40분 정도 걷기 운동을 했다.
처음 3개월간은 몸무게 변화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원래 사람의 몸은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태우다가 일정 시점 이후에 지방을 태우는 걸로 바뀐다. 아마도 몸에 축적된 다른 걸 소비하다가 지방으로 바뀌는 데 시간이 소요됐으리라 짐작한다.
6개월이 지나면서 시나브로 몸무게가 빠지기 시작했다. 1년쯤 지나니 시작할 때보다 10kg 정도 감량된 수치를 보여줬다. 그 이후로도 몸무게는 크게 요동치지 않고 70kg 초반대를 유지했다. 2년 정도까지는 밥과 밀가루 음식은 전혀 먹지 않았던 듯싶다. 야채나 과일, 생선에도 탄수화물이 들어있으니 그 정도만 먹어도 충분했다.
저탄고지로 달라진 변화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고혈압이나 당뇨병에 걸린다고 하지만 생애전환기라 불리는 중반의 나이 40세를 넘어서면 다양한 질환을 안고 사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건강보험공단에서도 만 40세 되는 나이에 암 검사와 함께 고혈압, 당뇨 검진을 필수로 하도록 되어 있다. 실제로 오랜만에 동창회에 가보면 친구들 중 열에 일곱여덟은 고혈압약이나 당뇨약을 달고 산다. 약을 먹지 않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과거의 다이어트와 달라진 점은 요요 현상이 없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다이어트를 그만두면 바로 요요현상이 찾아와 며칠 되지 않아 원복이 됐는데 저탄고지를 하면서 갑자기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한 날에도 크게 변동은 없었다. 설령 명절 같은 때 많이 먹어서 1~2키로 정도 몸무게가 늘어도 그 다음날 바로 제자리로 돌아왔다. 다이어트한답시고 양을 줄이진 않았다. 삼겹살에 소주 같은 건 맘껏 먹었다.
저탄고지를 하면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는 주변의 시선이다. 특히 부모님의 걱정이 여간하지 않았다. 한국 사람이 밥심으로 사는데 밥을 안 먹어서 어쩌냐는 성화를 명절 때마다 감내해야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탄고지를 실천하고 있지만 솔직히 맹신하지는 않는 편이다. 케톤체가 그 이유 중 하나다. 케톤체는 몸에서 물질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좀 더 정확히는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없어서 지방이나 단백질을 원료로 사용할 때- 케톤체가 증가해 소변으로 배출된다. 이 케톤체는 근육과 뼈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번 건강검진에서 케톤체가 검출됐다. 저탄고지 옹호론자들은 케톤체가 탄수화물 부족 시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으로 몸이 케톤 체질로 바뀐 징표로 삼기도 한다.
분명 저탄고지 식사는 몸에 좋은 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몸에 나쁜 중성지방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무엇이든 아무리 좋은 것도 과하면 탈이 나는 법이다. 중독되지 않을 만큼 컨트롤할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이다. 지금도 한 달에 두어 번 정도는 주말에 집에서 라면을 끓일 때 몇 젓가락 같이 집어먹고는 하는데 저탄고지라는 이유로 굳이 군침만 삼키고 있을 필요는 없다. 먹자. 탄수화물도 적당히만 먹으면 된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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