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개인정보 유출,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나
개인정보 유출 피해 당사자 연이은 패소…기껏해야 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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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해커의 해킹이나 직원의 실수 등으로 유출된 개인정보에 대한 책임소재에 법원이 잇따라 기업의 편을 들어주면서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T는 지난 2012년과 2014년 해킹으로 가입 소비자들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유출됐다. 피해 규모는 각각 870만 건, 1,200만 건에 달했다. KT가 해킹 당시 사건을 파악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분노한 가입자들은 앞다퉈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번 소송 역시 소비자 1837명이 “1인당 50만 원을 배상해 달라”면서 KT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민사5부는 지난 2월 1일, 소비자 1,837명이 KT의 개인정보유출 사건에 대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KT 개인정보유출과 관련한 총 17건의 소송 중 16건이 원고 패소로 종결됐다.
KT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 상황이다. 2012년 피해자 100명이 낸 소송의 경우, 1심은 “KT가 개인정보처리시스템의 개인정보 처리 내역 등에 관한 확인·감독을 게을리했다”고 판단해 1인당 10만 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 원심을 파기하고 KT에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역시 2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다른 정보유출 피해자 342명이 KT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역시 상고심에서 같은 사유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14년 발생한 KT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때도 1,170만 건에 대한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 8만 3246건에 대한 책임만 인정돼 5천만 원의 과징금만 부과됐을 뿐이다.
SK텔레콤도 자사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이프랜드에서 지난해 12월 12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이벤트에서 참여 고객의 이름, 휴대전화가 일부 검색사이트에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2014년에는 통신사 대리점을 통해 420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지만 손해 배상과 관련된 어떤 뉴스도 찾아볼 수 없다. 가장 최근에는 LG유플러스가 18만 유·무선 및 IPTV 고객의 금융 정보를 제외한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경영진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머리 숙여 사과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이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음에도 소비자가 정보유출 피해 정도를 확실하게 입증하지 못하면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길 확률은 지극히 낮다는 점이다. 기업의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유다. 결국, 기업의 개인정보보호 인식을 개선하고, 반복되는 개인정보유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로는 개인정보유출 피해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보통신망법 제3조 제1항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이용자를 보호하고 건전하고 안전한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하여 이용자의 권익보호와 정보 이용능력의 향상에 이바지하여야 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정보보호를 소홀한 통신사에 대한 벌칙 등 어떠한 책임도 규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통신사들의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정보통신망법의 개정이 시급한 대목이다.
아울러 ‘집단소송제’ 도입과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로 규정돼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강화하는 것이 절실하다. 통신사는 물론, 은행·카드사·보험사·대형마트·SNS·공공기관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개인정보유출 사태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 구제가 된 경우는 극히 드문 게 현실이다. 사업자들에게는 불법·부당행위에 대한 대규모 피해 배상을 명문화함으로써 기업의 생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줄 필요가 있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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