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리뷰 칼럼] 뽕에 취한 대한민국, 누가 유아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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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우린 누구나 ‘뽕’을 맞고 산다. 무언가에 기분 좋게 취해 즐기는 상태를 흔히 ‘뽕 맞았다’고 말한다. 그만큼 삶이 힘들다는 표현의 반증일게다. 뽕에 취하지 않으면 살기 힘든 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니깐.
최근 배우 유아인의 ‘뽕 맞은’ 기사가 연일 도배되고 있다. 처음엔 프로포폴로 시작하더니 급기야 대마와 코카인까지 투약했다고 나온다. 좋아했던 배우라 충격적인 뉴스다. 그가 뽕을 맞았다는 걸 두둔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충격이 가시고 나니 그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왜 맞았을까 하는 점이다.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서 연기자로서 그는 열심히 자기 생을 살아왔던 청년이었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자기 색깔과 스타일을 가진 멋진 배우였다.
영화 속 인물이 아닌, 꾸미지 않은 맨 얼굴을 보여준 <나혼자산다>에 나온 그를 기억한다. 이 역시도 꾸며진 모습이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나혼산 속에서 그는 스타가 아닌 일반인, 그것도 매우 여리고 수줍은 남자였다. 그 장면들을 보고 혹자들은 상당히 부자연스러웠던 이유가 무언가에 취해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고 의혹을 제기하지만 난 아니라고 본다. 말을 더듬고 쑥스러워하고 때로는 찡그리는, 그게 배우 유아인의 본 모습이었으리라.
어찌 보면 영화 속 캐릭터에서 보여지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오히려 무언가의 힘을 빌은 게 아닌가 싶다. 스타 배우가 됐을 때의 부담감을 미루어 짐작할 수는 없지만 맨 정신으로 버티기 힘들었던 어떤 시간들을 약물에 의존해 버텨가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가 뽕에 취한 이유는 각설하고, 왜 하필 그였나? 하는 의문이 든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연예인들의 상당수는 뽕 같은 무언가에 의존하면서 살고 있고, 그 리스트를 이미 수사당국은 확보하고 있고, 적절한 시점에 하나씩 터트린다는 설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는 불변의 진리처럼 말이다.
유아인 역시 물타기 음모론이 제기됐다. 그가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특종 기사들이 빵빵 터진 지난달 8일, 공교롭게도 같은 날 비슷한 시간에 화천대유가 곽상도 국민의힘 전 의원 아들에게 지급한 퇴직금 50억원이 뇌물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그동안 굵직한 정치적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연예계 스캔들이 터지는 우연(?)을 경험하지 않았던가. 10여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무혐의 판결이 나오던 같은 날 가수 서태지와 이지아의 위자료 및 재산분할 소송 기사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이혼 관련 소송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이 되어 왔을텐데 왜 같은 날 기사를 터트렸을까? 유아인 역시도 정치적 희생양은 아니었을까?
유아인의 약물 복용에 관한 보도를 접할 때마다 씁쓸하고 불편한 건 측은지심 때문은 아니다. 유독 표정이 비틀어지고, 핀트 나간 선정적인 사진들을 일부러 고르고, 그가 진작부터 좀 이상해 보였다는 식의 기사체로 낚시 기사에 여념이 없는 황색 언론들 때문이다. 그리고 어제까지 입이 마르게 칭찬하던 팬덤들이 하루 아침에 수천 개의 댓글로 그를 조롱하며 짓밟는 행위들 때문이다.
영화감독 홍상수와 배우 김민희 커플은 또 어떤가. 언론들은 아직도 불륜이라는 색안경을 낀 채 파파라치 같이 몰래 데이트하는 모습들을 잊지 않고 내보낸다. 그 둘의 개인적인 사랑으로 받아들여주면 안 되는 건지 묻고 싶다. 굳이 돌팔매질까지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다시 뽕 얘기로 돌아가보자. 대한민국의 어느 누군가는 일뽕에 취해 전범기업이 한 죄를 묻지 않고 그 비용을 우리나라 기업들이 대신 지불토록 하겠다는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를 해대기도 하고, 윤핵관이라 불리는 윤뽕 맞은 사람들은 나라와 경제가 어떻게 되든 윤비어천가를 부르며 방울을 흔들어대고 있는 게 미쳐 돌아가는 요즘 세상 아닌가.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술뽕에, 담배봉에, 로또뽕에, 부동산뽕에, 주식뽕에, 코인뽕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뽕에 취한 대한민국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 없지만 유아인이 뽕에 취했던 건 부인하기 힘든 사실인 듯하다. 다만, 그가 사회적인 악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영화 속 배우의 캐릭터를 위해, 그리고 스타 배우로서의 부담감을 털어버리기 위해 잠시 자신을 놓아버린 건 아닐까?
성폭행과 강간으로 한 여자를 인생에서 폐인으로 만들어도 술에 취해서 우발적으로 했다고 하면 정상참작이 되어 형벌이 감형되는 이 세상에서 배우 캐릭터를 위해 뽕을 맞은 것에는 왜 관대하지 않을까. 누가 누구를 나무랄 수 있나. 그런 자격이라도 되는 걸까. 죄는 묻되 그에게 돌을 던지고 침을 뱉으며, 매장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스크린에서 그를 다시 볼 수 있기를...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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