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칼럼] 현실성 없는 ‘한강 리버버스’ 오세훈 시장 몽니 부리나
실패한 한강 수상택시의 시즌2…한강 르네상스 2.0 프로젝트 졸속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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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월 13일 유럽 순방 첫 일정으로 영국 런던을 찾아 방문한 곳은 템즈강에서 운영 중인 리버버스(River Bus)였다. 오 시장은 리버버스를 직접 탑승한 뒤 관계자들에게 “한강 수상버스 도입이 기술적으로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오 시장의 이 같은 지시는 유럽 순방 전 발표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이른바 ‘한강 르네상스 2.0’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곤돌라를 타고 한강을 건너고 여의도공원에 제2의 세종문화회관을 세우고 노들섬을 예술섬으로 만들겠다는 게 한강 르네상스 2.0의 큰 밑그림이었다. 그리고 한달 뒤 서울시는 김포골드라인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리버버스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강 르네상스 2.0을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작인 셈이다.
김포의 황금빛 들녘을 상징한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경전철 김포골드라인은 객차가 2량에 불과하고 증설도 힘들어 출퇴근 시간에 실신하는 승객이 나올 정도로 극심한 혼잡을 겪고 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한강을 거슬러 김포에서 서울(여의도와 잠실)까지 오가는 셔틀 유람선, 한강 리버버스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보도자료를 보면, 영국의 리버버스는 1999년 개통 이후 연간 1천만 명 이상이 이용할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고 시속 50km의 속도로 200명 내외의 인원을 수송할 수 있어 행주대교 남단 선착장에서 여의도까지 2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론상으로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보다 10분 정도 빨리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문제는 집에서 리버버스를 타기까지의 거리, 리버버스를 내리고 난 후 버스나 지하철 같은 다른 환승수단이나 목적지까지 가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2007년 서울시가 도입한 수상택시가 실패한 요인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김포에 다니는 직장인이라고 가정을 해보자. 행주대교 남단에 선착장이 생겼다고 가정하고, 리버버스를 타려면 김포골드라인 고촌역에서 내려야 한다. 물론 집에서 고촌역까지 가는 시간은 제외한다.
행주대교 남단보다 더 내려가서 김포 신도시 앞에 선착장이 생기면 좋겠지만 불가능하다. 바로 행주대교 아래에 신곡 수중보 때문이다. 한강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 잠실 수중보와 신곡 수중보가 위치해 있어 그 안에서만 배가 통행할 수 있다.
고촌역에서 행주대교 남단까지의 거리는 약 4.5km이고 도보로는 1시간 8분이 소요되고 자전거로 17분이 걸린다. 출퇴근 셔틀버스가 있다고 하더라도 러시아워 정체를 고려하면 20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한강 리버버스를 탔다. 행주대교 남단에서 여의도 선착장까지의 거리는 약 16km. 서울시의 발표대로 시속 50km 속도로 운항했을 때 20여분 남짓이 걸리는 거리다. 하지만 출항할 때 그리고 접안할 때, 어느 정도 속도를 내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하면 약 30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의도 선착장에 내려서 환승역이 있는 여의도역까지 가야 한다. 도보로는 17분, 자전거로는 4분이 걸린다고 나오지만 건널목을 건너야 하는 신호대기와 자전거 도로가 별도로 없는 걸 생각하면 도보로는 25분, 자전거로는 10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만약 셔틀버스가 있다고 해도 10분 정도는 소요된다.
종합해보면 고촌역에서 리버버스를 이용해 여의도역까지 갈 경우 환승구간을 도보를 이용하면 2시간, 자전거를 이용하면 1시간, 셔틀버스를 이용해도 1시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고촌역에서 여의도역까지 전철만 이용할 경우 3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이 같은 비판이 일자 서울시는 선착장까지의 접근성 개선에 착수하겠다는 보도자료를 그 다음날 서둘러 배포했다. 한강 둔치 등에 자전거 도로 인프라가 잘 갖춰진 만큼 자전거나 개인 모빌리티 등을 이용해 쉽게 진입할 수 있게 하고 선착장과 인근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을 연결하는 셔틀버스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한강은 영국의 템즈강과는 다르다. 한강과 인접한 지하철 환승역을 보자. 여의나루(5호선), 뚝섬유원지(7호선), 동작(4, 9호선), 잠실나루 (2호선) 등이 있는데,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한강은 태생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박정희 정부 시절 한강을 정비하면서 넓직한 둔치(고수부지)를 만들었고, 그 너머엔 한강 남북으로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를 만들어서 한강을 오갈 수 있는 통로가 차단되어 있는 매우 기형적인 구조를 띄고 있다.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잠실나루역까지 가려면 둔치를 한참 지나 올림픽대로 아래를 통과해 아파트 단지를 통과해야 한다.
반면 템즈강은 각종 상업시설들이 바로 강과 밀접되어 있다. 그래서 다른 나라와 달리 한강 유람선을 타도 감흥이 없는 게 이 같은 이유다. 보이는 게 도로와 한강 둔치, 아파트 뿐이니 멋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두 번째 현실성이 없는 이유는 비용적인 측면이다. 현재 운행 중인 한강유람선의 가격은 17,000원 수준이다. 서울시에서 일부 부담한다고 치더라도 편도 1만 원 이하로 내려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영국 리버버스도 편도로 8,500원에서 14,000원 수준이다.
퇴근할 때는 일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출근할 때만 리버버스를 탄다고 하더라도 리버버스로만 한 달에 20만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전철과 버스 요금까지 합치면 교통비로만 한 달에 30만원 이상 나가는 꼴이다. 택시요금 기본요금이 몇 백원 인상된 후 사람들이 택시를 타지 않아 택시회사들이 장사가 안된다고 하는 상황에 택시비보다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 리버버스를 탈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의심스럽다.
한강 리버버스는 2006년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오세훈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1.0 프로젝트 일환으로 도입한 한강 수상택시를 연상케 한다. ‘꽉 막힌 출근길? 이젠 수상택시 타고 씽씽~’ 당시 수상택시가 출범했을 때 나온 신문기사 타이틀이다.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서비스를 시작한 2007년 수상택시의 하루 평균 이용자 수는 73명이었다. 13년 후인 2020년엔 이용자 수가 8명에 불과했다. 결국 한강 수상택시는 사업을 접었다. 한강 르네상스 1.0에 등장했던 수상택시는 한강 르네상스 2.0에서 리버버스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달라질 건 없다.
리버버스의 또 다른 변수는 태풍, 장마, 결빙 등의 날씨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태풍이 불거나 장마로 인해 한강이 침수되는 경우를 매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겨울에는 한강이 결빙되는데 특히 한강 남쪽 행주대교 구간은 커다란 유빙들이 떠다녀서 위험하다. 결국 이런 기상상황까지 고려하면 리버버스는 특정한 시기에만 운행할 수 있는 제한적 교통수단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중교통의 필수 요건 중 하나인 ‘항시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절름발이 교통수단이 될 게 뻔하다.
실패한 정책의 후유증은 결국 시민들의 몫이다. 당장 발등의 불을 끈다고 번갯불에 콩 볶듯이 리버버스를 설계하면 파리만 날리는 수상택시의 시즌2가 되고도 남을 일이다. 16년 전 수상택시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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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2
곰돌이아빠I리뷰어님의 댓글
여기에 추운 겨울이나 장마철에는 배 자체가 못 뜨는데 말입니다 ㅠㅠㅠ
김우선I기자님의 댓글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