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칼럼] 뜨거운 감자 ‘간호법’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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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의료계가 양쪽으로 나뉘어 힘겨루기 양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간호법이) 유관 직역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간호 업무의 탈의료기관화가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반대 이유다. 먹으려고 괜히 입에 넣었다가 탈이 날까 봐 뱉어낸 뜨거운 감자 격이다. 간호법 무엇이 문제일까?
간호법이 대체 뭐길래…
이번에 새로 개정된 간호법은 기존에 의료법 안에 있던 간호사의 권리와 책임 등 간호 인력에 대한 업무를 분리해 독립된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의료법은 1951년 제정되고 1962년 개정된 이후 큰 변화없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의료법 안에 간호사의 업무범위 등이 정의되어 있다. 의사, 간호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가 전부 의료법 안에 묶여있고, 이 안에서 간호사의 역할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고 명시되어 있다.
대한간호협회의 주장에 따르면, OECD 국가 대부분이 간호법을 별도로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간호사 수는 46만명에 달한다. 의사보다 훨씬 많은 숫자이며 이를 위한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법안이 필요하다는 게 간호협회의 설명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로 가면서 더 많은 간호인력이 필요하고 업무의 정의를 통해 국민건강을 위한 질높은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간호 관련 협단체에서는 이러한 이유들로 지속적으로 간호법 제정을 요청했는데, 2005년(17대 국회)과 2019년(20대 국회)에서 간호법 제정을 발의했지만 모두 무산되었다. 그러다가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3당이 모두 간호법 제정 추진을 약속하면서 다시 논의가 진행됐다. 2021년 국민의힘 최연숙, 서정숙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을 묶어, 2023년2월9일 제정안이 마련되고 지난 4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제정된 간호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의료법 안에 있는 간호사에 대한 내용을 따로 떼어내어 독립적인 법안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핵심이다. 간호법은 총 31조로 제정 발의되었다. 주요 조항은 ▶ 10~12조 : 간호사,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 업무 범위 → 간호사 업무범위 명확화, ▶ 15,17조 : 간호조무사협회, 간호사 중앙회 설립 → 간호종합계획 5년마다 수립, 3년마다 실태조사 ▶ 21조 :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한 국가와 지자체 지원 → 처우개선 기본지침 제정 ▶ 24~26조 : 간호사 등 인권침해 금지, 교육전담간호사 배치 의무화 → 간호사 인권침해 방지 조사, 교육의무 부과 등이다.
간호법 찬성과 반대의 상반된 주장
간호법 제정에 대해 찬성하는 단체, 반대하는 단체가 극명히 갈리고 있다. 찬성하는 쪽은 법안을 요구해온 간호사(45만7천명), 한의사(2만6천명) 등이다. 한의사들도 의료법에서 분리하여 별도 한의사법 제정을 원하기 때문에 찬성하는 쪽이다. 찬성하는 협단체들은 대한간호협회, 대한한의사협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소비자권익포럼, 간병시민연대, 한국종교인다문화포럼, 대안과나눔, (사)서울국제친선협회, 국제지식문화협회, 요양병원분야회, 장기요양시설분야회, 장기요양재가분야회, 한국너싱홈협회,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등이다.
간호사법에 찬성하는 입장은 이 법이 간호사만을 위한 법이 아니며, 간호사의 업무범위가 현 의료법 상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OECD국가 대부분이 간호법이 있고,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한국만 유일하게 없다는 점도 이유로 들고 있다. 또한 OECD 국가에서 인구 1,000명당 평균 간호사 수는 8.9명이지만 한국은 3.8명에 그치고 있어 간호사의 처우 개선이 절실한 상황에서 간호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간호법에 반대하는 쪽은 의사(13만2천명), 간호조무사(72만5천명), 치과의사(3만3천명)와 임상병리사(6만5천명), 방사선사(5만명) 등이다. 숫자만 놓고 본다면 찬성이 50만명에 못 미치고 반대는 100만명에 이른다. 반대하고 있는 협단체로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등이다.
간호사법에 반대하는 입장은 간호법이 간호사만을 위한 법이며, 처우개선은 기존 법 개정으로 충분하다는 게 그 이유다. 특히 간호법 제1조에서 지역사회에서도 일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는 의사없이 '단독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 국민건강과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간호법으로 인해 간호조무사의 단독 고용이 불가능해져 간호조무사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윤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 반대하며 예로 든 ‘직역 이기주의’는 보건의료 특정 직역에 대한 단독 법안이 만들어지면 앞으로 다른 직역들의 단독법안 제정 요구도 커질 것이고 의료법을 비롯한 법체계가 누더기처럼 변질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간호법, 어떻게 풀어야 하나
대통령의 거부권(재의 요구) 행사에 따라 간호사 단체는 준법투쟁에 돌입했다. 대한간호협회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의사의 불법 진료 지시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을 전개해 그동안 관행적으로 진행되어 온 대리처방, 대리수술, 대리기록, 채혈, 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 등 불법지시를 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윤 대통령의 결정에 저항하는 의미로 간호사 면허증 반납과 2024년 총선 심판 운동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로 다시 넘어온 간호법을 재투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재의결 요건인 ‘과반 춣석, 출석 3분의 2 찬성’을 통과하기 어려워 간호법은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현 정부 들어 두 번째이다. 첫 번째 거부권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대상이었다. 우리 헌정사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모두 68번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45번, 노태우 대통령이 7차례 행사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다른 대통령들의 거부권 행사는 5차례 이하에 그쳤다. 김영삼, 김대중, 문재인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조만간 여당인 국민의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노조법 개정안,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 행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악수는 악수를 낳는다’는 말이 있다. 대통령 선거 당시 당시 윤 후보는 간호법 제정을 약속해 간호사들의 지지를 얻었음에도 이번에 그 약속을 파기했다. 윤 대통령의 잇단 거부권 행사는 악수겠지만 그 전에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밀어붙이기식 법안 통과도 악수라고 아니할 수 없다. 대립과 분열이 아닌 협치와 통합의 정치가 아쉽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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