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칼럼]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배출과 <스즈메의 문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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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수 배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일본 국영방송인 NHK는 6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해양 방류에 사용하는 해저터널에 바닷물을 주입하는 작업이 완료됐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기어이 전 세계적인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는 방사능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시킬 모양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은 우럭에서 기준치의 180배가 넘는 방사능 세슘 18.000베크렐, 쥐노래미에서도 세슘 1.200 베크렐이 검출됐다고 일본 매체들이 보도했다. 이미 후쿠시마 앞바다가 오염됐음을 보여준다.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방사능 오염수 배출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해도 오염수에 포함된 세슘 등 무거운 방사능 물질은 후쿠시마 앞바다에 가라앉아 우리나라 바다로 오지 않고, 삼중수소의 경우 태평양 해류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희석된다는 게 현 정부 관계자들의 논리다..
지난 2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발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방류된 오염수 중 삼중수소는 4~5년 후부터 국내 바다로 유입될 것으로 보이고 이때 유입되는 삼중수소 농도는 태평양 바닷물에 희석돼 국내 해역 평균농도(172베크럴)의 10만분의 1수준(0.001 Bq/㎥)으로 크게 줄어든다는 게 그 이유다.
특히 해양수산부의 해양환경 정보포털에서도 2015~2023년까지 전국 연안해역의 방사능 농도를 조사한 결과, 전국 연안해역의 방사능 농도(세슘137‧삼중수소‧플루토늄 등)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과 유사하며,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및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하고 있는 식품 및 음용수 기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 배출을 옹호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두 부류로 극명하게 나뉜다. 서울대학교 원자력시스템공학 명예교수이자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핵공학 박사인 서균렬 교수가 대표적인 오염수 배출 반대파이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후쿠시마 원력자력 발전소에서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원자로가 파손되었고 아직도 핵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오염수를 방류하면 방사성 물질인 3중 수소, 플루토늄, 세슘, 요오드 등이 해류에 미치는 영향도 있고 가장 큰 문제는 어류에 방서성 물질이 축척되면서 인간의 몸에도 암과 기형을 유발하게 된다는 게 서교수의 주장이다.
이에 반해 서울대 핵의학과 강건욱 교수는 안전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너무 과도하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 걱정을 하는 것이고 이미 해류에는 일정량의 방사성 물질이 존재하고 한국의 원자력 전문가들이 매년 수시로 국내 해양 방사성 물질 여부를 체크하고 있기 때문에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해도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고 안전하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현재 약 120만톤이 누적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매년 7만톤씩 늘어나 오는 2030년이면 200만톤의 오염수가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연 바다로 방출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일까? 일각에서는 세계 각국이 석유 비축에 사용 중인 10만톤 급 초대형 탱크 20개 정도에 저장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고, 오염수에 시멘트나 모래 등을 섞어 고체로 보관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충북대의 모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를 희석해서 마실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오염수 배출로 인한 공포로 천일염의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뛰어오르고, 어민들이 생계대책을 요구하며 극단적인 행동을 할 조짐이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바다에서 나는 수산물을 못 먹는 사태가 생길지도 모른다.
문제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다. ‘과학적’ 분석을 강조하고 있지만 세슘 외에 삼중수소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다핵종 제거설비로 정화처리하면 세슘을 비롯한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은 제거되지만 삼중수소는 걸러지지 않는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후쿠시마 오염수 내 삼중수소가 우리 원전에서 나오는 양보다 적고 희석되면 안전하다고 하지만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트리튬)가 세슘보다 더 인체에 해롭다고 경고하고 있다.
삼중소소에서 방출되는 베타선의 생물학적 효과비가 세슘 감마선의 2배에서 6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세슘의 감마선은 몸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지만 삼중수소의 베타선은 내부 피폭이 심각하다는 설명이다. 삼중수소에 피폭된 실험쥐에서는 정자, 난자, 생식기 손상과 유전자 고리 단절, 유전인자 변이가 나타나고 여러 세대에 축적되어 유전자 변형을 가져온다는 논문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지금 당장 오염수 배출이 큰 문제지만 세계에서 가장 지진이 활발한 지진지대에 있는 일본에 54기나 되는 원자력 발전소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더 끔찍하다. 2011년 동일본 지진 때문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유출사고로 그 지역은 앞으로도 몇 백년 동안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유령도시가 됐다. 언제 또다시 대강진이 발생해 다른 지역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 유출이 될지도 모른다. 일본의 재앙을 넘어 전 세계적인 대재앙이 될 수도 있다. 근시안적으로 오염수를 방출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장기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일본 애니메이션에는 유독 재난을 다룬 작품들이 많다. 지진이나 태풍, 쓰나미 등 각종 재난으로부터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역시 동일본 대지진을 스토리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스즈메와 소타가 재난을 막기 위해 불기둥이 나오는 문을 닫으려고 노력한다는 게 영화의 줄거리다. 작가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스즈메의 문단속>에 나오는 불기둥은 어쩌면 방사능 오염수 배출과 묘하게도 닮아 있다.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일본의 무책임한 오염수 배출이 아쉬운 대목이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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