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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過而不改’의 의미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정치권을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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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매년 연말이 되면 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의 뜻 깊은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교수신문이 전국 대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로 뽑는 ‘올해의 사자성어’가 그것이다. 2022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교수신문은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0.9%(476명)가 '과이불개'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았다고 밝혔다.

 

'과이불개'는 '논어'의 '위령공편'에 등장하는 사자성어다.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즉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라고 했다.

 

무슨 의미일까? 이 사자성어를 들어본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아마도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단연코 이 사자성어의 화살은 정치권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과이불개를 추천한 여주대 박현모 교수는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나 대통령 탓이라고 말하면서 고칠 생각을 않고, 이태원 참사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지려는 정치가가 나오지 않고 있어 과이불개 사자성어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직후 정부와 여당은 “지난 정권 동안 경찰이 너무 정권과 밀착해서 본연의 업무에 소홀히 했기 때문에 이런 참사가 발생했다”고 둘러댔고, 야당 역시 “윤석열 정부 6개월 만에 드러난 국가 부재의 민낯은 믿을 수 없는 지경”이라고도 했다. 대통령도, 행안부장관도, 용산구청장도, 용산경찰서장도 어느 누구도 진심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고 심지어 민주당도 발뺌하느라 희생자들을 어루만지는데 소홀했다.

 

어디 이태원 참사 뿐이던가.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순방길에 비속어 논란 역시 마찬가지다. 진실 여부를 떠나서 수많은 외신들이 비속어 관련 기사들을 쏟아낼 때 자신의 부주의에 대해 한 마디 사과만 하면 될 일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까지 방치하지 않았던가. 윤석열 대통령 장모의 허위 잔고증명서와 요양급여 부정수급 사건이라든지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도 사과하고 법의 심판을 받겠다고 하면 될 걸 요지부동인 형국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자성어 과이불개는 매우 시의적절하다.

 

올해의 사자성어에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나머지 사자성어도 현 실태를 반영하고 있다. 14.7%로 2위에 오른 욕개미창(欲蓋彌彰)은 덮으려 해도 더욱 드러난다는 의미로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3위로는 층층이 쌓아 놓은 알의 위태로움을 뜻하는 누란지위(累卵之危)가, 4위로는 잘못된 허물을 어물어물 숨기고 뉘우치지 않는다는 의미의 문과수비(文過遂非)가, 5위로는 앞을 못 보는 사람들이 코끼리를 손으로 만져보고는 모두 자신이 만져본 것만으로 코끼리의 전부를 아는 것처럼 생각한다는 뜻의 군맹무상(群盲撫象)을 꼽았다.

 

지난해(2021년) 사자성어는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는 '묘서동처(猫鼠同處)였고, 재작년에는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아시타비(我是他非)'였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였던 2016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군주민수(君舟民水)’였다. 임금은 배와 같고 백성은 강물과 같다는 의미로 국민이 나라의 지도자를 세울 수도, 물러나게 할 수도 있다는 뜻을 품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국민들이 촛불집회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 사건을 반영하고 있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에는 민심이 담겨 있다. 정치권 모두 이 민심을 천심처럼 헤아려보길 바란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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