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칼럼] ‘나사 빠진’ GS건설의 ‘철근 빼기’ 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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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지난 2009년 6월 27일 중국 상하이 민항(闵行)구에서 건설 중이던 ‘롄화허파징위엔’(莲花河畔景苑) 아파트 단지의 13층짜리 건물 하나가 그대로 무너진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중국의 아파트 붕괴 이유’, ‘중국의 부실공사’ 등의 제목으로 사진들이 도배가 됐다. 심지어 아파트 하부 구조가 완전히 절단된 채 쓰러져 있는 모습과 콘크리트 안에 나무로 된 심이 박혀있는 모습이 같이 담긴 사진이 퍼지면서 콘크리트에 철근을 넣지 않고 대나무를 넣어 지었다는 글이 퍼지기도 했다.
서울신문의 온라인 매체 나우뉴스는 지난 2010년 9월 9일, 중국 현지 매체를 인용해, 허페이성 내 건설현장 8곳 중 5곳에서 부실공사가 이뤄졌으며 시공사가 비용절감을 위해 철근 대신 대나무를 사용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뒤늦게 중국 관영매체 ‘차이나데일리’가 사고 조사 결과 아파트 붕괴의 원인은 대나무나 강풍이 아닌, 뒤늦게 시작된 지하주차장 건설 공사 때문이라고 보도했지만 철제빔을 얼마나 깊이 박았는지, 철근은 얼마나 사용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1억5000만원 상당의 철근 217톤을 빼돌린 공사 관계자가 구속됐다. 공사 현장에 보관한 철근을 차량에 실어 반출하는 수법으로 고물상 업자에게 넘긴 것이다. 실제로 이 아파트에는 철근이 덜 들어간 채로 건축된 됐지만 안전진단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 주민들이 계속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의 ‘자이안단테’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의 조사 결과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는 하중을 지탱하는 보(beam)가 없었고 전단 보강근을 설치해야 하는 기둥 8개 중 4곳에 설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체 기둥 32개에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보강하는 철근이 필요한데 설계상 철근은 17개에만 적용된 것이다. 또 사고 구간 콘크리트 강도를 시험했더니 설계기준 강도보다 85% 낮게 측정됐다.
이번 사고는 설계 단계부터 감리·시공까지 총체적 부실이다. 설계 과정에서 필요한 철근이 누락된 데다, 시공 과정에서는 철근이 추가로 빠졌다. 설계도 잘못됐지만 설계대로 시공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감리는 설계 도면을 확인·승인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이 아파트의 발주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이며, 시공은 GS건설이 맡았다. 아파트 설계는 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무소 공동수급체가, 감리는 목양종합건축사사무소 공동수급체가 맡았다. 두 업체 모두 LH 임원을 전관예우로 영입해 수의계약 방식으로 사업을 따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설계와 시공, 감리 모두 있을 수 없는 잘못을 했다. 법과 제도를 지켰다면 이번 사고는 날 수 없었다. 지키지 않는 법과 제도를 보완하는 것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단계 하청구조를 직접시공으로 전면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후 GS건설은 사과문을 게재하면서 17개 동을 전부 허물고 다시 짓겠다고 발표했다. 지하주차장 기둥에만 철근이 빠졌을 리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 건물 자체에도 철근이 누락되면 앞서 예로 든 중국 아파트처럼 한순간에 무너질지 아무도 모른다.
아파트의 전면 재시공은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에 이어 역대 두 번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8개동을 재시공하는 데 3700억 원의 비용이 추가로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규모가 큰 GS건설 자이안단테는 추가 비용이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콘크리트 건물의 뼈대인 철근은 공사에서 없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자재이다. 철근은 보와 기둥, 벽, 기초 및 슬래브를 포함한 모든 콘크리트 구조를 보강하는 데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철근은 총 건설비용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이 사용되고 고비용이기 때문에 일부 건설업자는 건축 공사 중 철근을 의도적 누락하거나 횡령하는 등 부정행위가 자주 발생한다.
GS건설은 과거에도 여러 부실 공사 논란이 있었다. 서울 은평구 DMC센트럴자이 조경석 붕괴와 서울역 센트럴자이 필로티 균열 등 내진 성능과 관련한 문제들은 철근을 포함한 주요 자재의 의도적 누락으로 발생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사람들이 대기업의 아파트 브랜드를 선호하는 건 대기업이기에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GS건설은 올해 국내 건설사 중 시공능력평가 5위로 자이라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철근 누락 사건으로 '순살자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GS건설이 자이 브랜드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철근에 이어 나사까지 빠진 건설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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