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칼럼] 제4 통신사 추진은 특정 기업 몰아주기 위한 특혜인가?
주파수 할당 대가 및 납부방식 등 엄청난 특혜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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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정부가 제4 통신사 선정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통신 3사의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함이라는 명분으로 2010년대부터 무려 7차례나 시도했지만 실패했던 제4 통신사 선정 작업이 올해 들어 다시 군불을 때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1일 ‘5G 28GHz 신규사업자 주파수 할당계획안’에 대한 공개 토론회를 개최하고, 주파수 할당 방식과 조건 등을 발표했다. 공표된 주요 내용은 이렇다. 제4통신사에 우선 주파수 할당 가격을 2,702억 원에서 740억 원으로 낮추고, 망 구축 의무조건도 1만5000대에서 6000대로 대폭 낮춘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말, 주파수 할당 조건 미이행에 따른 제재로 KT와 LG유플러스의 5G-28GHz 대역 주파수 할당을 취소했다. SK텔레콤은 해당 대역 이용 기간을 6개월 단축하는 동시에 5개월의 조건부 유예기간을 부여했지만 지난 5월 말까지 할당 조건인 1만5000대를 구축하지 못해 결국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받았다. 이로써 통신 3사의 28GHz주파수는 모두 할당이 취소됐다.
28GHz 주파수는 5G통신에서 매우 중요하다. 5G는 3.5GHz와 28GHz 주파수를 사용하는데 2.6GHz 주파수를 사용하는 LTE(4G)보다 3.5GHz는 3~4배, 28GHz는 20배 빠르다. 속도만 보면 28GHz가 더 유리하다. 하지만 현재 통신 3사가 구축한 장비는 대부분 3.5GHz용이다.
5G 28GHz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장비가 필요하다. 주파수는 낮을수록 장애물의 방해를 적게 받고 멀리 퍼지만 데이터 전송량이 적다. 반면 높은 주파수를 이용하면 데이터를 더 많이, 더 빠르게 전송한다. 사람들이 20배 빠른 5G를 체감하지 못하는 건 바로 28GHz 장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구축하기 위해선 엄청난 재원이 필요한데 통신 3사가 엄두를 못 낸 탓이다.
이처럼 5G 28GHz 주파수가 비어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제4이동통신’을 유치한다는 목적으로 28GHz 대역 주파수 할당 대가를 740억 원으로 낮게 책정했다. 5년 전 이통3사가 5G 주파수를 할당받을 당시 최저 경쟁가격인 2,702억 원의 35.7%에 불과하다. 납부 방식도 기존 ‘1년 차 총액의 25% 납부 후 균등납부’에서 ‘1년 차 총액의 10% 납부 후 점증 납부 방식’으로 바꿨다.
망 구축 의무조건도 과거 1만5000대에서 6,000대(할당기준 3년 차까지 의무구축)로 40% 수준으로 대폭 낮췄다. 여기에 더해 전국을 수도권, 강원권, 충청권, 대경권, 호남권, 동남권, 제주권 등 7개 권역으로 나눠 원하는 권역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권역별로 2개 이상의 할당 신청이 존재하는 권역은 경매 방법을 적용하고, 할당을 신청한 법인이 없거나 신청한 법인이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 정부 심사로 예상 매출액, 과거 경매 사례를 참조해 할당 적격 여부를 평가하는 ‘대가산정 주파수할당’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런 과도한 혜택은 기존 통신사와 형평성에 어긋나는 ‘특혜’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는 이같은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제4통신사를 찾고 있지만, 포화 상태인 통신시장에서 기존 사업모델로 이통3사와 경쟁이 가능한 사업자를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동통신 사업은 기지국 설치 등 막대한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 탄탄한 재무 구조를 가진 대기업도 쉽사리 도전장을 내밀기 어렵다. 망을 대규모로 설치해야 하는 것은 물론 유지·보수를 위한 비용도 꾸준히 들어간다. 업계에서는 새로 이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은 초기 투자 비용만 3000억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 중 28GHz 주파수 할당 계획을 확정 및 공고하고, 할당 신청 접수는 올 4분기 중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할당을 받은 날부터 1년 내 사업을 개시하지 못하면 기간통신사업 등록이 취소되고, 할당 대가는 반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파수 이용 기간은 할당일로부터 5년이다. 하지만 엄청난 혜택에 비해 미이행시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전무한 상황이다.
정부는 그동안 네이버나 카카오, 토스, 스타링크 등 국내외 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제4 통신사를 물색해 왔지만, 해당 기업들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불참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국민, 신한 등 대형 은행들도 마이데이터와 같은 데이터를 통한 금융상품 개발에는 관심이 있지만 통신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상황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들은 신규 사업자가 낮춰진 가격에도 28GHz 대역을 활용한 새로운 먹거리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한 사업에 선뜻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이미 정체된 통신 시장에서 정부에서 주는 혜택만으로 기존 사업자와 경쟁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판단이다.
여기에 정부가 기업을 압박해 출시한 요금제(청년요금제, 중간요금제, 최적요금제 등)조차도 시장에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하고 있고, 알뜰폰 사업은 사업자 수만 많을 뿐 고객센터 부족과 같은 내실을 다지지 못한 상황에서 제4통신사 선정은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주파수를 헐값에 넘기는 것도 구축의무 기준을 낮추는 것도 소비자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조급함이 만들어 낸 비상식적 특혜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는 약 5155만명인데, 통신 3사와 알뜰폰(MVNO) 가입자를 감안하면 통신 보급률을 152%를 넘어선다. 그런데 굳이 제4 통신사업자가 필요한지 의문이다.
특이할만 한 것은 최근 한화가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추진하며 저궤도 위성통신사업에 진출했다는 점이다. 한화그룹의 방산 및 ICT 사업을 담당하는 한화시스템은 지난 2021년 3억달러를 투자한 우주 인터넷 기업 '원웹'을 통해 기간통신사업자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화가 현재 비어 있는 5G 28GHz 주파수의 신규 사업자로 등록해 제4 통신사로 진출할 수 있다는 설이 돌고 있다. 한화는 과거 동양전자통신을 인수해 휴대전화 사업을 펼친 경험이 있는 만큼 제 4통신사 진입에도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의 무리한 제4 통신사 추진은 한화를 밀어주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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