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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칼럼] ‘카더라’ 뉴스가 들불처럼 번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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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최근 서울 부촌의 대명사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안타깝게 목숨을 끊었다. 전국에서 보내온 수백 개의 조화가 학교 담을 한 바퀴 돌아 에워쌌고 사람들은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도 조문을 하기 위해 수백 미터나 길게 줄을 섰다.

 

이 학교는 법조타운을 끼고 있는 학교다. 그러다 보니 법조인의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로도 유명하다. 아직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여러 정황을 놓고 봤을 때 여느 학교와는 사뭇 다른 환경도 이유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여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후 한 지역 맘카페에는 '숨진 교사가 학폭 때문에 양쪽 학부모에게 시달리다가 교육청에 불려 갔고, 그 학부모 가족이 3선 국회의원이라는 얘기가 있더라'는 글이 올라왔다.

 

맘카페에 올라온 관련 글. 지금은 삭제된 상태다.(사진=인터넷 캡처)

 

이 글은 해당 맘카페에서 3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순식간에 여기저기 다른 커뮤니티로 확대 재생산되어 퍼져 나갔다. 지목된 모 국회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해당 학교에 가족이 재학하고 있지 않으며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똑같이 3선 의원 연루 의혹을 제기했던 유튜버 김어준 씨도 하루 만에 정확하지 않은 정보였다며 정정했다.

 

카더라 뉴스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불처럼 번진다.(사진=인터넷 캡처)

 

초등학교 교사가 왜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경찰 조사를 통해 숨김없이 밝혀지기를 고대한다. 다만, 학교측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왜?’라는 궁금증에 대해서 한마디 언급없이 “우리 학교는 책임이 없다”는 발뺌과 함께 가짜뉴스를 양산하지 말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다. 조문객들이 몰려들자 정문을 걸어잠그고 경찰을 배치하기도 했고 학교에 마련된 분향소도 교육청으로 옮기겠다는 공문을 내걸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카더라 뉴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공하는 셈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리투아니아 명품샵 방문 사건에서도 비슷한 소동이 있었다. 처음부터 인정하면 됐을 것을 대통령실은 ‘가게에서 호객행위를 해서 끌려 들어간 것일 뿐’이라고 했다가 ‘구경은 했지만 물건은 사지 않았다’고 의혹을 키웠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기 힘든 상황을 만들었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정쟁의 대상이 되는 건 옳지 않아 아예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사건을 덮는 데 급급했다. 이렇게 되니 여전히 ‘카더라’에 의존하게 될 뿐이다.

 

리투아니아에서 에코백 속에 명품 샤넬백을 숨기고 다녔다는 뉴스도 마찬가지다. 박영훈 민주당 청년미래연석회의 부의장은 SNS를 통해 김 여사가 리투아니아에서 에코백 속에 명품 샤넬백을 숨기고 다녔다고 주장했다가 사흘만에 의혹을 정정하며 글을 삭제했다. 그 후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샤넬백이 아닌 에르메스백이었다는 또다른 의혹들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에 한참 이슈가 됐던 윤 대통령과 참모진들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나 최근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양평 고속도로 의혹 역시 명명백백하게 사실을 공개하면 될 것을 모르쇠로만 일관하는 관계자들에 의해 ‘카더라’로만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위에서 예로든 몇 가지 사건처럼 근거가 부족한 소문이나 추측을 사실처럼 전달하는 걸 ‘카더라’ 뉴스라고 부른다. 카더라 뉴스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근래에 들어 심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색안경을 끼고 보면 온통 세상의 모든 만물이 다르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카더라 뉴스가 더 많아진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국민의 눈과 귀는 막고 당사자들은 아니라고만 일관해온 탓이다. 사람들은 가려진 장막 뒤에 분명히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고 이걸 파헤치려 하다 보니 카더라 뉴스가 계속 유언비어처럼 양산이 되는 것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카르텔을 혁파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주위엔 자신들의 특권의식과 그들만의 카르텔을 위해 사실 은폐에 동참하는 세력들이 있다는 건 모르는 듯하다. 물론 본인과 그 가족도 그 카르텔의 일부분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모든 걸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만이 카더라 뉴스를 줄이는 비결이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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