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리뷰] 누리호 3차 발사 성공과 차세대 발사체 개발
3차례 추가 발사와 함께 차세대 발사체(KSLV-III) 개발도 함께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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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3, 2, 1, 발사”. 무게 200톤의 누리호가 사뿐하게 날아올랐다. 전날 있었던 밸브 작동 소프트웨어 오류로 발사가 하루 연기된 우려를 불식시키듯 누리호는 거침없이 날아올라 30여초 뒤 시야에서 사라졌다.
누리호는 25일 오후 3시40분부터 추진제(연료·산화제) 충전을 진행했다. 오후 5시38분 발사체 기립 장치를 철수했고 발사 10분 전인 오후 6시14분부터는 사람의 손을 떠나 컴퓨터가 자동으로 진행하는 발사자동운용(PLO)에 들어갔다. 이어 계획됐던 오후 6시24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3300℃의 초고온 화염과 굉음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올랐다.
이후 과정은 프로그래밍된 순서에 맞춰 착착 진행됐다. 발사 2분여 만에 1단 롯켓 분리에 이어 페어링(위성 덮개)을 분리했으며, 발사 4분30여초를 넘어 고도 258㎞에 도달해 2단을 떼어냈다. 발사 13분 후 3단에서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분리하는 데 성공했고, 이어 큐브위성 7기를 차례로 분리했다. 도요샛 큐브 위성 1기의 사출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시 50분 나로우주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완료됐음을 보고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K-발사체 개발의 역사
한국의 로켓(이하 K-로켓) 개발 역사는 험난한 과정이었다. 우리나라가 로켓 개발을 시작한 건 30년 전이다. 1993년 6월4일 1단 과학로켓인 KSR-I 발사에 성공하면서 대한민국 우주발사체의 역사를 시작했다. 이때는 액체 로켓 엔진을 개발하지 못하고 화약을 사용하는 고체 로켓이었다. 1989년 항우연 설립 4년 만의 일이었다.
이후 1997년엔 추력이 두 배로 늘어나고 최고 고도도 4배 높아진 KSR-II 발사에 성공했다. 그리고 2002년 국내 최초 액체 추진 로켓인 KSR-III를 개발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비록 8톤급의 작은 로켓이었지만 한국은 이를 통해 우주발사체 개발을 위한 기반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른바 K-로켓의 개발 역사는 지난했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었다. 미국의 미사일 지침에 의한 로켓 개발이 제한되어 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미국이 일본에는 로켓 기술을 이전했음에도 우리나라만큼은 불허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러시아 로켓 기술이었다.
2013년 1월 30일 우리 땅에서 처음으로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린 나로호가 그것이다. 나로호는 로켓 기술 습득을 위해 러시아와 협력해 제작한 반쪽짜리 국산 로켓이다. 1단부는 러시아가 2단부는 한국에 만들었다. 2번의 실패와 4번의 발사 연기 끝에 결국 성공했다.
한국은 나로호 개발과정에서 습득한 기술을 기반으로 누리호 등 독자적 우주발사체 기술 개발에 착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설계부터 제작, 시험 등 우주발사체 개발에 필요한 모든 기술이 나로호 개발을 통해 축적됐다. 러시아에서 모사품이 아닌 실제 로켓 엔진을 그대로 보내와 그걸 토대로 누리호에 들어간 75톤 엔진을 개발할 수 있었다는 루머가 떠돌 정도로 러시아는 K-발사체 개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누리호 3차 발사의 의미
누리호는 앞서 1·2차 발사에서 실제 위성이 아닌 위성 모사체(더미)를 싣고 날았다. 그러나 3차 발사에서는 진짜 손님을 태웠다. 우주화물선으로서의 첫 데뷔인 셈이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인공위성연구소에서 개발한 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비롯해 △10㎏급 나노위성 도요샛 4기(한국천문연구원) △10㎏급 LUMIR-T1(루미르) △4㎏급 JAC(져스텍) △6㎏급 KSAT3U(카이로스페이스) 등 7개의 큐브 위성까지 싣고 목표고도까지 이동했다.
누리호는 첫 손님으로 국내 기관과 업체가 만든 인공위성을 태워 우주로 나르는 데 성공했다. 주탑재 위성은 차세대 소형위성 2호이다. 지구로부터 550km 궤도를 2년 동안 하루 15바퀴씩 돌며 지상 관측 임무를 수행하는데, 우리 기술로 만든 소형 영상 레이더를 검증하는 게 주요 목적이다. 이 영상 레이더 기술은 주간이나 야간, 그리고 구름이 끼어 있는 상태에서도 지상에 대한 관측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우주에서 정상 작동하면 앞으로 2년간 △북극 해빙변화 △산림 생태변화 △해양 환경오염 등의 영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극지연구소는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촬영한 북극 사진·영상을 활용해 한반도 이상기후에 영향을 주는 북극 해빙 변화를 관찰해 연구할 예정이다. 특히 남·북극과 같은 극지는 연중 구름이 70~80% 이상 있고 6개월은 해가 뜨지 않는 극야(極夜) 현상이 이어진다. 일반적인 광학카메라로 극지 관측에 한계가 있지만 SAR를 활용하면 구름이나 악천후 상황에도 극지를 촬영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북극 해빙이 줄어드는 원인을 규명해 한반도 이상기후 현상 등을 규명할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제작한 도요샛 큐브 위성 4기도 누리호에 실려 우주 궤도에 안착했다. 원래는 러시아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발사가 무기한 연기된 탓에 누리호에 승선했다. 지구와 가까운 우주 날씨 변화를 관측하는 데, 특이한 건 위성 4기가 편대 비행을 한다는 점이다. 1기의 사출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혹시 3기만 있어도 임무를 수행하는데는 무리가 없다는 게 천문연구원의 설명이다. 도요샛 큐브위성은 우주 날씨의 미세 구조를 공간적인 변화와 시간적인 변화를 동시에 관측하는 것이 임무이다.
국내 스타트업에서 만든 루미르와 져스택, 카이로스페이스도 큐브위성을 누리호에 실었다. 루미르의 큐브위성 'LUMIR-T1'은 우주방사능량을 측정하고, 국내에서 첫 개발한 국산 위성 내 메인보드(프로세서나 메모리 장치 등을 연결한 기판)를 우주방사능에 의한 오류를 극복할 수 있는지 등을 테스트 검증한다. 카이로스페이스가 제작한 큐브위성(KSAT3U)은 22㎜ 편광카메라를 이용해 한반도 지표면의 편광 데이터를 수집하고 위성의 우주궤도 이탈 기능을 실증하는 것이 임무다. 이 기능은 위성이 기능 고장이나 임무 종료때 스스로 ‘궤도 이탈(Deorbit) 시스템’을 작동시켜 대기권으로 진입하면서 소멸돼 궤도에 우주 쓰레기로 남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5일 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의 첫 교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누리호 3차 발사 43분 이후 오늘 오후 7시7분쯤 남극 세종기지에서 차세대 소형위성 2호의 비콘신호(상태정보)를 수신했다"며 "이어 오후7시58분쯤 KAIST 인공위성연구소 대전 지상국에서 위성 상태정보 수신, 시각 동기화 등에 성공했다"고 공지했다. 또 함께 고도 550㎞에 도달한 큐브위성 7기 중 2기(도요샛·루미르)도 지상국으로 상태 정보 신호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차세대 발사체 개발해 달까지 간다
누리호가 첫 실전 발사를 무사히 마치면서 우리나라 우주산업도 ‘상용화’를 향한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누리호는 앞으로 3번의 반복 발사를 더 진행하면서 민간기업으로 체계종합기업으로 지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로켓 기술을 본격적으로 이전하고, 다음 단계인 차세대 발사체(KSLV-III)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누리호의 성능 고도화와 심우주 탐사까지 가능한 수준의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한다는 게 항공우주연구원의 장기 로드맵이다. 미국의 ‘스페이스X’처럼 실제 돈을 벌어오는 상용화 수준의 로켓 기술을 가지는 게 목표다. 현재의 KSLV-II로는 해외의 덩치 큰 위성을 실어나를 수 없기에 차세대 발사체 개발이 상용화의 가장 관건이 된다.
누리호는 앞으로 세 차례 발사를 남겨놓고 있다.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매년 한 차례씩 추가 발사를 통해 발사체 기술의 신뢰성을 높이는 과정을 거친다. 2025년 4차 발사는 차세대 중형위성 3호를 주탑재 위성으로 싣고 가고, 5차와 6차 발사에서는 각각 초소형위성 2~6호와 초소형위성 7~11호를 싣고 간다.
누리호가 세 차례 추가 발사를 하는 동안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도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차세대 발사체는 올해부터 2032년까지 10년 동안 국비 2조132억원이 투입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시한 차세대 발사체 개발 목표를 보면 1단부에 100t급 액체엔진 5기를 탑재하고, 2단부에는 10t급 액체인진 2기를 탑재한다는 것이다. 누리호는 1단에 75t급 액체엔진 4기와 2단에 75t급 액체인진 1기, 3단에 7t급 액체엔진 1기를 달고 있다.
이에 따라 1단 추력이 300톤에서 500톤으로 높아진다. 강력한 추력 덕분에 차세대 발사체는 지구 저궤도인 고도 200㎞에 화물 10톤을 수송할 수 있다. 누리호는 현재 3.3톤까지 화물 수송이 가능하다.
차세대 발사체는 크게 두 단계로 나눠서 개발이 진행된다. 1단계 사업은 2027년까지 차세대 발사체 기술 개발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100t급 액체엔진을 제작‧시험하기 위한 설비를 구축하고, 단 인증시험 착수도 진행된다. 과기정통부는 항우연과 함께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을 주도할 민간 체계종합기업을 올해 하반기 중으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개발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누리호 고도화사업을 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차세대 발사체 사업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2단계 사업은 2028년부터 2032년까지로 실제 차세대 발사체 기술을 개발하고 세 차례 발사를 통해 기술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발사체는 2030년부터 2032년까지 매년 한 차례씩 발사를 할 예정이다. 마지막 3차 발사는 차세대 발사체의 실전 발사로 달 착륙선을 싣고 우주로 향한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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