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리뷰]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의 세 가지 고민
배터리 용량과 고속충전, 그리고 배터리 재활용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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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곰돌이아빠리뷰어] 요즈음 전기차와 전기차 핵심부품인 배터리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 많습니다. 주식만 보더라도 올 한해 서학개미의 최애 종목인 테슬라는 약 70%가 올랐습니다. 국내를 대표하는 자동차 업체인 기아 역시 올해 들어서면 약 73% 올랐네요. 상승률만 보면 테슬라가 부럽지 않습니다. 기아차 역시 전기차를 제법 잘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자동차 주식도 배터리 업체에는 명함도 못 내밉니다. 배터리 소재 업체인 에코프로BM의 경우 올해만 거의 3배가 올랐습니다. 이 정도면 비트코인이 부럽지 않을 상승률이죠.
주식으로 이야기했지만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전기차, 더욱 자세히는 전기차의 핵심이자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배터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 가운데 하나인 현대 아이오닉5를 기준으로 보면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롱레인지 모델의 경우 72.6kWh의 배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얼마나 큰 용량인지 감이 잘 안 오시죠? 보조배터리나 전기차 배터리나 노트북 배터리나 휴대폰 배터리나 거의 모두 3원계 배터리, 즉 리튬이온이나 리튬폴리배터리입니다. 원료는 같습니다.
최근에는 인산철 배터리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기차회사나 애플이 맥북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만, 아직은 3원계 배터리가 대세입니다. 그만큼 효율이 높습니다. 인산철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담을 수 있는 에너지밀도가 낮습니다.
전기차는 흔히 배터리를 먹는 하마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가장 흔한 10,000mAh 보조배터리 한 개를 환원하면 약 38.5Wh 에너지 파워를 갖습니다. 아이오닉 배터리를 기준으로 하면 대략 1,885개입니다. 즉 전기차 한 대에는 약 10,000mAh 기준 보조배터리로 환산하면 약 2천 개 정도가 들어간다는 겁니다.
물론 자동차용은 그냥 배터리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를 팩으로 만드는 등의 노력이 더 들어가기는 합니다. 그래서 아이오닉 한 대의 배터리 가격은 대충 2-3천만 원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보조배터리 1만 개라고 해도 전기차 5대 분량에 불과하다는 것이고, 그래서 그렇게 전기차가 무겁다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배터리를 만드는 물질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나중에는 어떻게 기술이 발전될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스마트폰, 노트북, 그리고 보조배터리의 순서대로 배터리가 쓰였지만, 지금은 이 모든 것을 다 더해도 전기차에는 훨씬 못미칩니다. 게다가 전기차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테슬라의 경우 한 해 약 100만 대 정도의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입니다. 테슬라 한 회사만 계산해도, 보조배터리로 환산하면 약 100만대 X 2,000개 = 20억 개에 이릅니다. 그리고 중국에는 전기차회사가 몇백 개 단위로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기차 전체 값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큽니다. 이는 전기차로서는 너무 큰 부담이죠. 아무리 노력을 해도 값을 내릴 수 있는 여지가 너무 부족합니다. 마치 TV에서 패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것과 비슷합니다. 자율주행이나 다른 곳에 투자하거나 차별화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요즈음 전기차 업체는 배터리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최근 포드가 테슬라와 충전기를 공유한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관련 컨퍼런스에서 대단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었는데 전기차에서 배터리 비용이 너무 많이 드니 배터리 크기를 줄이자는 포드 CEO의 말에 테슬라 일론 머스크는 적극 찬성하면서, 100% 옳은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안 그래도 충전에 불안함이 있는 전기차인데 배터리를 줄인다고요?
포드와 테슬라를 비롯한 상당수 전기차 업체는 배터리 용량을 줄이고 대신 차 값을 낮추자는 전략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값이 싸지는 것은 물론 배터리 무게가 줄어들어 차가 가벼워집니다. 당연히 연비, 아니지 전비가 좋아지는 장점도 생깁니다. 물론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는 배터리를 덜어내는 만큼 줄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이들 두 CEO는 지금의 전기차 차량 보조금을 차량 구입보다는 충전 인프라에 투자하자는 제안을 합니다. 한마디로 전기차 자체의 배터리 크기를 줄이고, 그래서 값을 싸게 해서 더 잘 팔리게 한 다음, 충전스테이션을 늘리고, 충전 속도를 높여 이를 보완하자는 것입니다. 이미 테슬라는 슈퍼차저라는 고속 충전기술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얼핏 한 회사의 전략으로만 생각하기에는 이미 우리는 스마트폰에서 이런 전략을 봤습니다. 점점 화면이 커지고 고성능화되는 스마트폰의 배터리 용량이 급속히 커지지는 않습니다. 대략 4-5000mAh정도에 머문지 제법 오래 되었습니다. 대신 다양한 고속충전기술이 적용되고, 무선 충전같이 편리한 충전기술이 늘어나는 추세죠. 참고로 자동차도 무선 충전기술이 이미 적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전기차가 움직이는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것은 괜한 말이 아닙니다. 그래서 배터리 업체는 고민이 많습니다.
또 하나 이차전지 업계의 고민은 배터리 재활용입니다. 지금의 삼원계배터리는 리튬을 비롯한 몇 가지 물질이 꼭 필요하고, 성능이 20% 정도만 떨어져도 새 배터리로 교체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기술로는 재활용이 어려웠습니다.
예전의 배터리는 배터리를 분쇄해 가루로 만들고, 가루를 녹이거나 산성 물질로 녹여 재활용했지만, 리튬배터리는 폭발 위험으로 그렇게 다룰 수 없어 재활용보다는 차라리 새로 만들기가 쉽고 싸기도 했습니다. 배터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제 재활용 기술시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리튬배터리도 재활용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주요 원료인 니켈, 코발트 등을 추출해 새로운 배터리 만드는 데 활용합니다. 참고로 리튬 1톤을 채굴하는데 필요한 물이 227만 리터라고 합니다. 정말 엄청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셈이죠.
이론적으로는 배터리 원료의 약 80%까지 재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관련 기술 역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지금 전기차 값의 약 60%를 차지하는 배터리의 값을 낮추고 결국 전기차 값도 내려가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배터리 업체로서는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함도 생깁니다.
흔히 배터리 산업을 제2의 반도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반도체를 잇는 수출 효자산업으로 완벽하게 자리 잡은 모양새입니다. 다만 배터리 역시 반도체와 비슷하게 엄청난 환경문제가 있으며, 꾸준히 비용이 투자되어야 하는 자본집약형 장치산업입니다.
반도체가 주기적으로 미세공정 전환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것처럼, 배터리 역시 당분간 끊임없이 투자가 필요한 사업입니다. 배터리, 2차전지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많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큰 산업입니다. 그래서 반도체처럼 비슷한 산업 사이클을 겪지 않을까하는 고민과 걱정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고민은 그대로 주가에는 눌림목이 됩니다.
전기차가가 내연기관을 대신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다만 무조건적인 장밋빛 전망보다는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갖는 위험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꼭 주식이 아니더라도 요즈음 전기차와 핵심부품인 배터리에 관심 많으신 분들의 이해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bear06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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