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리뷰] 전기차 구입이 망설여지는 몇 가지 이유
비싼 가격, 주행 거리, 안전성 등 해결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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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영하의 추운 날씨가 계속 되니 전기차 차주들 사이에서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우스갯 소리로 전기차 연비가 떨어지니 히터를 끄고 화목난로를 싣고 다니는 게 낫겠다는 비아냥 섞인 글도 보인다. 전기차의 장점은 뭐니해도 내연기관 차 대비 가성비일텐데 도긴개긴이라면 굳이 전기차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여기에 화재의 취약성도 풀어야 할 숙제다. 전기차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말에도 수긍이 간다. 전기차 구입이 망설여지는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전기차로 완전히 전환하는 건 여전히 불확실하다.”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 도요타 CEO인 도요타 아키오의 말이다. 수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를 생산을 확대하고 있지만 전기차 배터리의 부품과 원료를 확보하는 것을 포함해 전기차로 전환하는 데는 해결해야 할 각종 과제가 남아 있어 전기차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의미다.
도요타 아키오는 가솔린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 단일 옵션으로만 출시하는 이른바, 전기차 ‘올인(All-in)’ 전략이 정말 괜찮은 것인지 물음표를 던진다. 아키오의 입장에서는 전기차 전환만이 자동차 업계가 나아가는 유일한 길인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인 제너럴 모터스(GM)와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 혼다(Honda)를 포함해 도요타의 경쟁 업체들은 전기차 전환을 언제 할 것인지 날짜까지 지정하며 명확한 목표를 세웠지만 도요타는 아직까지도 전기차로 생산 라인업을 완전히 전환할 계획이나 일정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올리버 집세 BMW그룹 CEO 역시 도요타와 함께 대표적인 전기차 신중론자이다.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
전기차 시장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가 핵심이다. 테슬라는 2017년부터 모델 3를 양산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2016년 100만 대를 갓 넘겼던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가 참여한 이후 2019년에 480만 대로 크게 늘어났고, 2021년에는 660만 대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도 전기차 개발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현대차가 2021년 내부 엔진 개발 조직을 폐지하고, 전기차 개발에 몰두할 것이라고 선언한 이후 자체 플랫폼을 사용한 순수 전기차들을 내놓기 시작했고, 누구보다 빠르게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들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각 나라 정부들의 지원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기차는 원래 내연기관 차량보다 비싸다. 값비싼 배터리 때문이다. 최소 4,500만원 정도부터 시작되는 전기차를 구입하기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을 위해 정부는 친환경 자동차라는 이유를 들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전기차 선호도 주행거리에 가장 민감
EV 트렌드 코리아에서는 매년 전기차 선호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2022년 전기차 선호도 결과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 의향을 묻는 질문에 95%(1,994명)가 구매의사를 밝혔다. 특히, 3년 이내에 구입하겠다는 응답자가 59%(1,244명)로 전년 대비 33%나 높게 나타났다.
가장 높은 구매의사를 보인 시기는 ‘1년~3년(46%, 977명)’이었으며, ‘3년~5년(25%, 519명)’과 ‘5~10년(14%, 295명)’이 그 다음을 따랐다.
최근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성을 갖춘 전기차가 출시되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국산 전기차의 상품력이 좋아지면서 구입의사가 높아진 걸로 분석된다.
전기차 구입 시 고려사항에 대한 질문에는 ‘최대 주행거리(29%, 579명)’와 ‘충전소 설치(21%, 425명)’, ‘차량 가격(18%, 369명)’, ‘구매 보조금(18%, 353명)’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조사처럼 ‘최대 주행거리’와 ‘충전소 설치’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지만 55%에서 50%로 비율은 줄어들었다.
반면 차량 구입에 직접요소인 ‘차량 가격’과 ‘구매 보조금’은 전년 대비 4% 늘어난 36%로 소비자들이 전기차 성능 향상에 따른 전체적인 가격 인상과 국가보조금이 점차 줄어들면서 경제적인 요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높아진 걸로 분석된다.
전기차 시기상조로 내거는 이유들
전기차 구입을 주저하는, 혹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첫 번째는 주행거리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전기차들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보면 테슬라 모델S가 521km로 가장 길다. 8위인 아이오닉 5도 400km가 넘게 주행이 가능하며, 자료에는 없지만 최근 출시한 아이오닉 6는 500km가 넘는 주행이 가능하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가 400km정도 되니 ‘잘 하면’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다. 대부분 고속도로에서 한 번 정도 쉬다 가는데, 이때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20분 만에 50~80%가 충전되니 큰 문제는 아니다.
전기차를 타면 충전하는 횟수가 내연차의 주유하는 횟수 보다 많기 때문에 조금은 귀찮을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주행거리가 지속적으로 개선이 되고 있고, 요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도 편하게 충전할 수 있는 시설들이 만들어지고 있어 주행거리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듯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는 주유소만큼 구비되어 있지 않는 것이 사실이고, 국내의 경우 전기차 충전소 설치 수량이 전기차 보급 대수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로 인해 전기차 충전소 부족 문제는 항상 지적되고 있는 것이고, 점차 늘려간다는 말이 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충전소가 부족해”라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국내의 경우 전기 트럭이 많이 보급돼 충전소에 가면 트럭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충전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적한 바 있는 배터리 효율이 떨어지는 겨울철에 주행거리가 확 떨어지는 점도 문제다. 최소 20% 정도는 효율이 줄어든다. 평상시 400km 주행거리를 보이던 것이 300km 정도로 뚝 떨어지는 것이다. 히터를 틀기 두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심지어 마이너스 40% 넘게 효율이 떨어지는 전기차들도 있다. 여름에 에어컨을 가동하면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건 물론이다.
다음으로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게 하는 것 중 하나는 ‘안전성’이다. 최근 들어 전기차 화재 뉴스가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 불안감이 여전히 팽배하다. 사고가 발생하면, 그 충격으로 인해 내부 배터리 셀에 붙은 불이 빠르게 번지고, 불을 끄기 위해 사용되는 물의 양도 최대 10만 리터를 쏟아야 진화가 가능하다는 게 그 이유다. 심지어 차를 물 속에 집어넣어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얘기까지도 들린다.
전기차의 화재 위험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최근 경북 영주시에서 건물을 들이받은 전기차 아이오닉5의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70대가 운전한 것으로 알려진 해당 전기차는 당시 사고 충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는데 운전자는 화재가 발생한 차량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화재도 문제지만 충돌사고 시 문의 변형이 와도 전원이 차단돼 개폐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측면이나 전복이 아닌 차체에 큰 충격이 생기는 충돌사고의 경우 전기차는 차량 문을 운전자가 안에서 열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배터리가 폭발할 경우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불탄 테슬라 차량 사진=부산소방서
전문가들은 충격에 의한 배터리 폭발도 사망에 이를 수 있지만 차 문을 열 수 없다는 점도 전기차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한다. 보통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과는 달리 도어 오픈부터 시작해서 모든 동작이 기계식이 아닌 전자식으로 작동해 사고 등의 위급상황으로 전력이 차단될 경우 어떻게 할 방도가 없는 게 사실이다.
전기차의 세 번째 문제점은 비싼 가격이다. 전기차는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부분이 약 50~60%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서울시 보조금 900만 원을 100% 받을 수 있는 현대 아이오닉 5 차량의 경우 보조금을 적용하면 등급에 따라 4,100만 원~ 5,200만 원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여기에 전기차는 취등록세 140만원 추가 할인과 친환경차 하이패스 및 주차장 50% 할인 혜택도 있다.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보면 현대 투싼은 등급에 따라 2,500만 원 ~ 3,800만 원, 현대 산타페는 3,200만 원~ 4,900만 원에 구입할 수 있는데, 아이오닉 5가 투싼과 산타페의 중간 등급이라 가정했을 때 취등록세 할인까지 계산하더라도 대략 1,000만 원 정도 비싼 셈이다. 하지만 충전에 드는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전기차가 구매 당시 비용이 1,000만 원 가량 더 들더라도, 5년 정도 운용할 경우 약 1721만 원이 절약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복병이 있다. 유럽에서 보조금 축소와 함께 전기요금이 급등하면서 전기차 시장에 먹구름이 낀 사례가 그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으킨 후폭풍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에너지 위기가 닥쳐 전기료도 급등, 전기차의 혜택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줄었다. 일부 전기차는 고속 충전비가 가솔린 차량의 주유비보다 많이 들고 있다.
일례로, 독일의 테슬라 모델3 소유자가 지난 9월 고속충전소에서 100마일(161㎞) 주행에 필요한 전기를 충전했을 때 18.46유로(2만5100원)가 들었다고 한다. 독일에서 12월 가정용 전기료는 1kWh(킬로와트시)당 평균 0.43유로(585원)로 올 하반기 이후에만 30% 가량 올랐다. 몇몇 전기 회사는 내년 1월 0.50유로(680원) 이상으로 추가 인상할 계획이라고 한다. 반면에 동급 모델인 내연기관 차량 혼다 시빅의 경우 같은 거리를 가는 데 드는 가솔린 주유비는 18.31유로(약 2만4900원)로 나왔다.
가장 큰 문제는 매년 정부 보조금이 갈수록 줄어들어 머지 않아 보조금이 아예 없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보조금이 줄어든다면 굳이 전기차를 사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3월 향후 2년 내 차량 구매 구입 계획이 있는 소비자 528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보조금이 200만 원 축소되면 ‘다시 생각해보겠다’는 답이 56%였다. 보조금이 400만 원 축소될 경우 ‘구매하지 않겠다’는 비율도 2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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