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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리뷰] 독일차 4社, 배출가스 저감기술 어떻게 담합했나

배출가스 저감기술 요소수 분사량 줄이는 행위 위법성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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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경유를 넣는 디젤차에는 요소수가 필수다. 디젤차 운전자들은 잘 안다. 얼마 안 탔는데 요소수 부족을 알리는 경고등이 뜨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차들은 다르다. 일년 동안 요소수를 한 번 넣을까 말까 하는 정도이니 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독일 경유 승용차 제조사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4사가 배출가스 저감기술(SCR)을 개발하면서 요소수 분사량을 줄이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23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승용차 배출가스 저감기술 개발과 관련된 사업자들의 행위를 담합으로 제재한 최초 사례이고, 상품의 가격이나 수량뿐만 아니라 친환경성도 경쟁의 핵심요소로 인정함으로써 친환경차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또한, 공정위는 SCR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 사건의 특성을 감안, 4만3천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증거자료를 검토하고 튀르키예 등 해외 당국,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및 자동차산업협회 등 국내외 전문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업해 외국에서 이루어진 외국사업자들의 배출가스 저감기술에 대한 합의가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그 위법성을 입증했다.

 

사진=불스원

 

담합의 기술적 배경

자동차 배출가스와 질소산화물(이하 ‘NOx’)은 자동차 엔진이 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주로 형성되는 독성가스로 오존, 산성비 등의 원인이 되며, 천식, 호흡기 이상, 폐기능 저하, 폐질환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어 가는 추세다.

 

이를 줄이기 위한 선택적 촉매환원(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이하 ‘SCR’) 시스템은 배출가스에 요소수를 공급, NOx를 물과 질소로 정화시키는 장치(NOx 배출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음)로서, 요소수 탱크, 분사제어장치, 촉매전환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분사되는 요소수 양에 따라 NOx 배출량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요소수 분사전략을 구성하는 것이 SCR 시스템의 핵심적인 기술로 알려져 있다.

 

선택적 촉매환원(SCR) 시스템의 구조도(이미지=공정위)

 

요소수를 분사하는 데는 단일분사와 이중분사가 있다. 단일 분사(single dosing)는 NOx를 최대한 저감하기 위해 촉매의 암모니아 저장 가능량(NH3 Load governor)과 NOx 전환 효율(NH3 Pre-control)을 함께 고려하는 Fill-level mode를 사용하여 요소수 분사량을 산정한다. 이에 비해 이중 분사(dual dosing, switching)는NOx 전환 효율을 달성할 수 있는 만큼의 요소수를 분사하는 방식으로, Fill-level mode와 Feed-forward mode(NH3 Load governor가 비활성화됨)가 번갈아 작동되면서 요소수 분사량을 산정한다.

 

따라서 단일 분사는 NOx 저감 효과는 높지만 특정 상황에서 전환에 사용하지 못한 암모니아가 자동차 외부로 배출될 가능성이 높고, 이중 분사는 NOx 저감 효과는 낮지만 암모니아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EU NOx 배출 규제 강화와 담합

EU는 2014년 9월 시행된 Euro 6b를 통해 이전 단계(Euro 5: 0.18g/km)보다 2배 이상 NOx 규제를 강화하였고, 한국도 NOx 배출허용기준에서 이전(0.18g/km)보다 2배 이상 NOx 규제를 강화했다.

 

독일차 4개사는 당시 업계에서 사용했던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및 NOx 포집장치로는 강화된 규제를 충족할 수 없고, SCR과 같은 NOx 후처리장치를 사용해야만 규제 충족이 가능하다고 판단, 요소수 보충 없이 차량이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일정 수준으로 확보하기 위해 NOx가 과다 배출된다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요소수 소비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4개사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개최된 소프트웨어 기능회의 등을 통해 SCR 소프트웨어의 요소수 분사전략을 공동으로 논의하면서 “NOx를 항상 최대로 저감할 필요는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 요소수 분사량을 줄이기 위해 이중 분사 방식을 채택하고, 이를 위해 Fill-Level mode에서 Feed-forward mode로 전환되는 조건을 합의했다.

 

4개사는 합의 내용이 반영된 SCR 소프트웨어를 탑재하여 경유 승용차를 제조·판매하였고, 그 결과, NOx 저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수 분사전략을 연구·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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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1

안병도I기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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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도I기자
2023-02-10 13:25
이런 일이 있었군요. 독일차 살 일 있을 때 조심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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