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리뷰] 갤럭시 S23 울트라 100배 줌은 ‘虛像’이다
디지털 줌 노이즈 줄이기 위해 과한 후보정으로 이미지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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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사진 좀 찍는다는 카메라 덕후들은 ‘망원(줌)’에 대한 로망이 있다. 멀리 있는 물체를 가까이 가지 않고도 줌으로 당겨서 찍을 수 있다는 건 엄청난 매력이다. 어쩌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몰래 훔쳐보고 싶은 욕망에 망원경이 발명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스어로 ‘멀리 본다’는 의미의 망원경(telescope)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조건이 만족해야 높은 배율을 만들 수 있다. 첫 번째는 대물렌즈의 크기가 커야 하고, 두 번째는 대물렌즈와 접안렌즈의 초점 거리가 길어야 한다. 그래서 높은 배율의 렌즈일수록 부피가 크고 경통이 길어진다.
기자는 집에 천체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다. 셀레스트론(Celestron)의 NexStar 90GT라는 90mm 굴절망원경인데 대물렌즈 직경 90mm에 초점거리가 910mm에 달한다. 최대 배율은 약 180배이다. 이걸로 보면 달 분화구와 산맥, 계곡까지 볼 수 있고 화성이나 목성 등도 관측이 가능하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스마트폰의 망원 줌을 보자. 스마트폰은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 초창기 스마트폰에서 망원을 구현하기 위해 갤럭시 S4줌처럼 일반 디지털 카메라에 스마트폰을 얹은 형태의 기형적인 모델이 출시되기도 했다. 일반적인 스마트폰의 두께로는 줌 카메라를 탑재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앞서 얘기한 망원은 기본적인 초점거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은 렌즈와 이미지 센서를 수직으로 배치해 전면 렌즈를 통과한 빛이 바로 센서에 도달하는 구조로, 기껏해야 3배 광학줌을 집어 넣는 게 최대다. 그래서 카메라가 툭 튀어나온 ‘카툭튀’가 출현하게 된 이유이기도 한다.
이런 단점을 극복한 것이 폴디드 카메라 기술이다. 잠망경처럼 수평으로 렌즈와 이미지센서를 배치하고, 빛을 굴절시켜 그 사이를 길게 통과하게 만들어 초점거리가 늘어나는 원리다. 스마트폰 두께를 늘리지 않고 카메라 모듈을 얇게 만들어도 빛이 길게 지나가는 거리가 확보되기 때문에 광학 줌 기능을 크게 강화할 수 있다. 폴디드 카메라 기술을 넣어도 광학 10배 줌을 넘어서기는 힘들 것 같다.
이 폴디드 카메라 기술은 갤럭시S20 울트라에 처음 적용됐다. 최근 출시된 갤럭시 S23 울트라에도 폴디드 카메라 기술이 적용돼 최대 10배의 광학 줌이 구현된다. 이 광학 10배 줌도 일반 카메라의 10배와는 화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렌즈를 억지로 구겨 넣은 탓이다. 빛이 굴절될 때마다 광량 손실은 피할 수 없고 빛의 양이 줄어들면 노이즈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갤럭시 S23 울트라 모델의 경우 100배 줌이 된다는 점을 삼성은 강조한다. 물론 광학줌이 아니고 디지털 줌이다. 디지털 줌은 10배 줌으로 찍어놓은 이미지를 다시 10배로 확대한 것일 뿐이다. 당연히 픽셀이 깨져 보일 수밖에 없다. 이걸 삼성은 2억 화소로 늘려서 커버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직접 테스트해봤다. 달 분화구까지 찍을 수 있다는 100배 줌으로 달을 찍어봤다. 삼각대를 굳이 쓰지 않고 손각대로 찍을 수 있는 건 흔들림을 최대한 잡아주는 손떨방(OIS) 기능 덕분이다. 천체 망원경으로도 달을 찍는 건 쉽지 않은데 어렵지 않게 달을 찍을 수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에 달 사진 수백 장이 저장되어 그 중에 가장 흡사한 사진으로 저장된다는 우스갯소리까지도 나온다.
갤럭시 S23 울트라와 S22 울트라, S20 울트라의 100배 줌 달 사진을 비교해보면 그리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당연히 각각 화소 수가 다르니 깨짐의 정도가 덜해 보이긴 할 것이다. 하지만 세 사진 모두 디지털 줌의 한계는 벗어나지 못한다. 달의 분화구가 선명하지 않고 뭉개져 보이는 건 여전하다.
일론 머스크도 100배 줌 기능에 “와우”라는 감탄사를 날렸다는 갤럭시 S23 울트라의 100배 줌은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다. 100배 줌으로 당겼을 때 액정에 보이는 화면과 사진으로 저장된 화면이 다르다는 점이다. S23 울트라는 별도의 후보정 과정을 거쳐서 사진으로 저장된다. 최대한 노이즈를 없애기 위한 과정인 듯하다. 포토샵의 브러쉬 기능처럼 선 주위의 쓸데없는 노이즈는 블러 처리로 지워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100배 줌으로 찍은 사진들을 보면 직선 형태의 이미지는 매우 선명하게 보인다. 인식 가능한 글자는 다듬어져서 읽을 수 있을 만큼의 선명도로 저장된다. 하지만 인식이 어려운 글자는 이상한 형태로 저장되기도 한다. 그리고 직선이 아닌 비정형의 이미지의 경우는 결과물이 매우 다르다. 일반적인 건물을 찍었을 때랑 다르게 무엇인지 판가름이 힘들 정도로 뭉개진다.
갤럭시 S23 울트라의 100배 줌은 말이 후보정이지 사실 ‘허상’에 가깝다고 해야 맞다.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왜곡되게 재가공하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달 사진도 마찬가지다. 100배 디지털 줌의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에 비슷한 달 이미지를 찾아 실제 이미지에 합성을 해 더 좋은 결과물인 것처럼 보여준다는 달고리즘을 두고 하는 말이다. 카메라 자체의 기능보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장난질이 적용된 결과물인 셈이다. 폰카는 여전히 폰카일 뿐이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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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5
안병도I기자님의 댓글
solomon68님의 댓글
이제 사진 기자들도 카메라 대신 핸드폰 들고 다니겠네요!...ㅋㅋ
MRMI리뷰어님의 댓글
김우선I기자님의 댓글의 댓글
TepiphanyI리뷰어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