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리뷰] 서촌에서 맛본 튀니지 가정식 ‘꾸스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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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이라 하면 경복궁 옆에 있는 동네로 옛집들이 많아 가장 한국적인 곳인데 여기에 튀니지 음식점이라니. 좀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튀니지 레스토랑 꾸스꾸스(CousCous)다. 처음에 느낌엔 유명한 뷔페집 이름과 비슷해 저게 뭐지?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꾸스꾸스는 아랍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음식의 한 이름이다.
꾸스꾸스는 밀을 으깨서 쪄먹는 음식이라고. 튀니지나 리비아 같은 곳에서는 고기나 당근, 감자 등과 같이 쪄서 먹고 이집트에서는 버터, 견과류 등과 같이 곁들여서 먹는다고 하고 스페인이나 프랑스에도 이 음식이 있다고 한다. 특히 북아프리카와 접해 있는 튀니지,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레바논 등에서 즐겨먹는 음식이란다.
튀니지 음식점 꾸스꾸스는 가정집들 사이에 숨어 있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토속촌 삼계탕 앞 골목으로 들어와 주차장이 있는 부근에서 오른쪽을 보면 골목 사이에 일본 술집 옆에 꾸스꾸스 간판을 볼 수 있다. 아마 간판보다는 밖에 내걸린 빨간 터키 국기를 찾는 게 더 빠를 듯하다.
식당 내부는 아담하다. 튀니지를 가보진 않았지만 마치 가정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기분이다. 문을 열면 바로 주방이 보이고 그 좌우로 테이블 다섯 개 정도가 있는 아담한 레스토랑이다. 한바퀴 둘러보면 정말 가정집 같다. 벽과 천장, 그리고 테이블 주변 곳곳으로 튀니지 국기에서부터 투니지의 대표적인 사진들이 빼곡하다. 물어보니 이 곳의 주인장 여자 사장님이 튀니지에서 살다가 오셔서 차린 음식점이란다.
마치 수첩 같은, 사장님이 직접 만들었다는 메뉴판을 열어본다. 첫 장에 이런 글이 적혀 있다. 꾸스꾸스에서는 튀니지 음악을 들을 수 있고, 튀니지가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알 수 있고, 튀니지 국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고… 튀니지 사하라 사막에 누워 바로 코 앞까지 떨어지는 무수한 별들을 보는 꿈을 꿀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사장님의 추천을 받아 우린 두 명이서 먹을 수 있는 튀니지안 세트 C를 주문했다. 전통빵과 호무스, 따진, 꾸스꾸스가 나오는 메뉴다. 추가하기 좋은 메뉴로 브릭(Brick)을 같이 주문했다. 브릭은 으깬 감자, 치즈에 계란을 넣어 튀긴 요리로 간단하게 요기하기에 좋다고 쓰여 있다.
잠시 후 브릭부터 나왔다. 브릭은 손으로 먹어야 하기에 물티슈로 손부터 닦아야 한다. 안에 든 계란이 반숙 상태라 줄줄 흐를 수 있으니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 색다른 맛이다. 간식으로 먹기에 딱 적당한 음식이다.
브릭을 다 먹고 나니 메인 메뉴가 나왔다. 튀니지 전통빵은 듀럼이라는 밀로 만들어 무쇠판에 구운 전통 수제빵이다. 약간 시큼한 향이 맡아져서 우리나라 술빵과 느낌은 비슷하다. 여기에 함께 나오는 호무스는 병아리콩을 갈아 만든 찍어 먹는 올리브유가 들어간 소스다. 같이 나온 다른 소스가 슬라따인데 튀니지의 전통 샐러드란다. 고추를 잘게 다지고 그 위에 참치가 얹어져서 완숙 계란과 함께 나오는데 빵은 여기에 찍어먹는 게 훨씬 나았다.
그리고 이제 에피타이저 같은 빵을 먹고 나니 튀니지의 대표 음식이나 이 레스토랑의 시그니처 메뉴인 꾸스꾸스를 맛볼 차례다. 좁쌀처럼 보이는 노란 알갱이들은 파스타의 일종이라고 한다. 좁쌀 같은데 식감이 좁쌀보다는 부드럽다. 고기는 양고기로 했다. 양고기는 포크로 살짝만 눌러도 고기가 잘릴만큼 부드럽다. 주인장 말처럼 양고기 누린내 같은 건 안 난다. 마치 우리네 소 갈비찜 같은 느낌이다. 아프리카나 중동 느낌의 향신료 맛이 살짝 나긴 하지만 한국인들이 먹기에도 거부감이 없을 정도다. 주인장은 소금이나 후추를 뿌려 먹으라고 하는데 뿌리지 않아도 간간한 맛이다.
다 먹고 나니 뭔가 아쉬움이 남아 커피를 마셔보기로 했다. 아랍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가 궁금했다. 이름은 아라빅(Arabic) 커피다. 진한 커피향이 살아 있는 아랍 스타일 커피라고 적혀 있다. 주석잔처럼 생긴 뚜껑이 닫힌 커피잔이 배달됐다. 뚜껑을 열자 이국적인 커피향이 코 속 가득 느껴진다. 맛은 상당히 달다. 아라빅 커피는 필터로 커피 원두가루를 거르거나 추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커피 가루째 끟여 마신다고 한다. 그래서 커피를 다 마시고 나면 바닥에 커피 가루가 그득하다. 마지막쯤에 마시는 커피에는 가루가 입에 들어갈 수 있어 입을 헹구라고 생수를 가져다준다.
튀니지를 가보지 않고도 제대로 튀니지의 맛과 향을 느낀 저녁이었다. 물론 직접 가면 더 좋겠지만. 혹시 나중에 튀니지를 가게 된다면 여기서 맛본 음식들이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 문득, 여행 가고 싶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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