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리뷰] 올레길 걷고 집밥이 먹고 싶다면? 제주시 ‘하귀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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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라라 리뷰어]
관덕정을 지나 제주올레길 17코스 리본을 따라가면 제주시 삼도동의 골목길로 접어든다. 여행자들이 자주 찾는 작은책방인 ‘이후북스’, 아기자기한 여행 기념품이 가득한 소품샵인 ‘더아일랜더’까지 왼편으로 앙증맞은 작은 가게들이 끊임없이 눈길을 잡아끈다. 더아일랜더를 지나자마자 나오는 건 갈라지는 골목길이다. 얼마 남지 않은 17코스를 마치려면 직진을 해야 한다. 하지만 왼쪽 길로 방향을 잠시 틀어 90미터쯤 걸으면 동네 사람들이 자주 찾는 정갈한 백반집이 자리하고 있다. ‘하귀정담’이다.
제주올레 17코스는 18.1km로 짧지 않은 거리이기에 코스를 다 마칠 때쯤이 되면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한다. 동문시장이 가까우니 코스를 마친 후 시장으로 향하는 올레꾼들이 적지 않다. 시장이 9시까지 문을 여는 데다 밤늦은 시간까지 시끌벅적한 야시장까지 열리니 선택할 수 있는 먹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 종일 걷느라 지치고 힘든 다리를 쉬며 정성 가득한 집밥을 먹고 싶다면 ‘하귀정담’이 괜찮은 선택일 수 있다. 배를 든든히 하고 나서 시장구경을 한다면 오히려 야식거리 주전부리에 손이 가지 않을 테니 말이다.
흰 바탕에 푸른색 글씨로 깔끔하게 쓰인 ‘하귀정담’의 간판, 외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로도 뭔가 맛깔스런 음식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건물은 통창으로 돼 있어 밖에서도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전체적으로 화이트톤으로 꾸며진 내부가 깔끔하다. 생각보다 넓은 홀에 테이블이 여유롭게 배치돼 있고, 주방도 오픈형이라 음식을 주문한 후 조리과정을 볼 수 있다.
하귀정담은 가정식 백반 전문점이다. 대표 메뉴로는 야채비빔밥을 기본으로 제육볶음과 생선구이가 더해진 2인용 코스인 A코스, 여기에서 생선구이만 빠진 B코스 등 2개의 코스 메뉴가 있고, 단품 메뉴로는 백반, 야채비빔밥, 된장찌개, 김치찌개, 참치찌개 등이 있다. 백반은 밑반찬 몇 가지와 밥, 국, 그리고 메인 요리로 제육볶음과 생선구이가 제공된다. 2인 이상 주문일 경우 1인당 1만원이지만, 혼밥이라면 1,000원을 더 내야 한다.
우리 일행은 저녁 회의를 마치고 찾은 터라 백반과 야채비빔밥을 적절히 섞어 미리 주문해놓았다.
출출한 배를 안고 하귀정담에 도착하니 인원수에 맞춰 음식이 깔끔하게 차려져 있다.
야채비빔밥엔 가지런히 채 썰어 볶은 당근, 새싹채소, 적채, 상추, 김가루, 그리고 흐트러지지 않게 정갈하게 부친 계란프라이가 가운데 올라가 있다. 야채비빔밥에 제공되는 국은 콩나물과 두부를 넣어 끓인 맑은 콩나물국이다. 비빔밥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한껏 예쁘게 장식해놓은 음식을 함부로 섞기가 미안해진다. 하지만 어쩌랴? 그게 비빔밥의 운명인 걸. ㅎㅎ
강된장을 조금 덜어 비빔밥에 넣고 잘 섞이도록 쓱싹쓱싹 비빈 후 한 숟가락 입에 넣어본다. 알알이 씹히는 밥알과 아삭아삭 야채들이 입 안에서 잘 어우러져 감칠맛이 느껴진다.
제육볶음은 즉석에서 끓여먹을 수 있도록 휴대용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 준비돼 있다. 두루치기처럼 콩나물, 당근채, 파채 등이 양념된 고기 위에 올라가 있고, 고기는 이미 살짝 익힌 것인지 야채들이 살짝 숨만 죽으면 곧바로 먹을 수 있다.
반찬으로 차려진 상추에 밥 한 수저, 제육볶음, 마늘, 쌈장을 올려 하나씩 입에 넣다보면 쌈 몇 개만으로도 금세 배가 불러온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살짝 마른 듯한 느낌의 생선구이다. 촉촉하고 부드럽게 생선살이 발라졌다면 더 좋았을 것 텐데... 하지만 김치, 미역줄기무침, 구운 김에 단호박샐러드까지 밑반찬이 전반적으로 정갈해 손이 가지 않는 음식이 없다.
올레꾼이 아니더라도 점심이나 저녁식사를 즈음해 관덕정이나 칠성로중앙로상점가 근처를 배회하고 있다면 점심이나 저녁 한 끼로 딱이다.
[식당정보]
상호 : 하귀정담
주소 : 제주 제주시 중앙로12길 21
메뉴 : 정식 10000원
영업시간 : 10:00~22:00 (14:00~17:00 브레이크타임, 매주 일요일 휴무)
전화 : 064-747-9681
<lala_diman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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